돌넣은 모래시계·공중에 뜬 철조망…시·공간의 본질을 찾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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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7   |  발행일 2018-01-17 제22면   |  수정 2018-01-17
■ 대구 리안갤러리 내달 27일까지 김명범 기획전 ‘상호침투’
돌넣은 모래시계·공중에 뜬 철조망…시·공간의 본질을 찾다
김명범 작
돌넣은 모래시계·공중에 뜬 철조망…시·공간의 본질을 찾다

대구 리안갤러리에서 김명범<사진>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독특한 설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미술관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판매가 어려운 작업들이다. 상업 화랑에서 이런 작품을 전시하기는 쉽지 않다. 대구 미술계에선 “상업 화랑으로선 좀처럼 하기 어려운 전시”라는 반응을 보였다.

리안갤러리는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기획전’을 감행했다. 리안갤러리 안혜령 대표는 “마이애마 바젤이나 스위스 바젤 등 외국의 유명한 아트 페어에선 특이한 작품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명범 작가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이용해 색다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설치 작품으로 주목받아왔다. 지난해 아트스페이스 펄에서 알루미늄 풍선에 뿔을 단 작품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작가, 흔히 볼 수있는 사물 활용
독특한 설치작품으로 주목 받아
사물의 상반된 가치 동시시각화
인간과 삶의 본질도 되새기게 해

전시 타이틀은 ‘상호침투(INTERPENETRATION)’. 김명범 개인전을 기획한 리안갤러리 성신영 전시감독은 “본질에 내재하는 양가성에 주목하고, 진정한 본질의 의미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기획했다”며 “상호침투는 모순적 성질이 뒤섞이면서도 독립적으로 상존하며 하나의 본질을 이루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리안갤러리 지하에 전시된 작품은 독특하기 짝이 없다. 철조망을 높은 곳에 설치했다. 사적 공간으로서 접근할 수 없도록 경계를 구획하는 펜스를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 공간의 본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모래시계 안에 모래 대신 돌을 넣은 작품은 시간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

열쇠를 꽂은 사과도 본질에 대한 사유를 이끈다. 사과는 실제 먹을 수 있는 사과다. 사과는 물질이지만, 성경의 선악과와 같은 상징체로 등장하는 정신적 사물이기도 하다. 작가는 인간에 의해 부여된 가치가 사과의 본질일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전시기간 작품의 가치를 유치하기 위해 사과를 계속 교체하고 있다.

폐기된 철근으로 만든 지팡이(Rebar Cane)도 볼 수 있고, 조약돌이 걸려 있는 옷걸이(Heavy Day)도 만날 수 있다.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시각화함으로써 인간과 인간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성신영 전시감독은 “작가는 본질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이 존재함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했다. 2월27일까지. (053)424-2203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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