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김여정-이방카 ‘평창 빅매치’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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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09   |  발행일 2018-02-09 제22면   |  수정 201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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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한반도의 봄은 평창에서 시작될까. 오늘(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은 치열한 메달레이스 못지않게 외교무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에선 김여정이 오고, 미국에선 이방카가 온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각각 여동생과 딸을 대표 사절로 보낸다.

북핵을 두고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한 북한과 미국이 최고 지도자의 가족을 파견해 대화를 위한 ‘진지한 카드’를 서로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평창에서 만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

북한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11일까지 평창에 머무를 고위급 대표 단원에 김여정 제1부부장이 포함된다고 지난 7일 통보해왔다. 이방카 백악관 고문은 폐막식에서 미국 대표단을 이끌 것으로 보도됐다. 한 사람은 개막식에, 또 한 사람은 폐막식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조우는 불가능하다.

이슈를 몰고다니는 두 여성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등장한다는 뉴스가 지난 7일 보도되자 ‘김여정-이방카’가 실시간 검색어로 떠오르며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네티즌은 “이방카랑 김여정이 회담하면 그림 나오겠다. 북미대화까지 가자” “이방카가 오니깐 김여정도 오네. 평창 흥해라”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다. “김여정이 어떤 메시지를 갖고 오는지 모르겠지만 별 소득 없을 거 같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리 없기 때문이다” “철저히 이용만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방카가 온다고 하니깐 미국과 동급 행세하려고 김여정을 내려 보내는데 마냥 좋아할 일인가. 올림픽은 대한민국이 개최하고 선전선동은 북한이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는 댓글도 있다.

여동생 김여정에 대한 오빠 김정은의 사랑은 각별하다고 알려졌다. 둘은 1990년대 후반 스위스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북한에서 유일하게 김 위원장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고, 북한의 ‘이방카’라고 불리는 인물이 김여정이다. 그녀는 고용희의 세 자녀 중 가장 똑똑한 것으로 평가되고 남자였다면 권력을 물려받았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여정이 김 위원장의 복심으로 여겨지는 만큼, 남북현안에 관해 기대 이상의 깊은 대화가 오갈 수도 있다. 청와대는 이런 이유에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담긴 역할을 할 것이고 대화에 보다 무게감 있는 얘기가 오가지 않겠냐”며 그녀의 북한 내 비중을 봤을 때 한정된 역할만 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평화가 올림픽 정신이다. 이번 평창올림픽은 매서운 동장군을 뚫고 경기장 밖에서도 평화의 봄을 싹 틔우는 기적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윤제호 뉴미디어본부장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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