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 새 수장, 도덕성·책임감 가장 중요”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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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6   |  발행일 2018-04-16 제21면   |  수정 2018-04-16
[이슈분석] 새 CEO 어떤 사람 돼야하나

DGB금융그룹이 7년 만에 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을 따로 뽑게 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선 새 CEO가 갖춰야 할 자질 요건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지주회장으로는 실질적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놓아 줄 거물급 인사를 바라는 눈치다. 은행장은 박인규 전 회장 체제에서 공고해진 학연(대구상고·영남대)과 지연(경산) 연결고리에서 탈피하고 비자금 조성 및 채용비리 의혹 등에서도 자유로운 인물을 원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CEO 공모 마감시한은 오는 18일 오후 5시다.


직원 59% “지주회장·은행장 분리”
회장, 외부인땐 퇴임임원 배제
‘금융지주=은행’ 인식 깨는 인물

행장 “내부인사 한정 의견” 다수
후보군 넓지만‘경력 부족’변수
박 전 행장 연고자도 많아 고민


◆직원들 ‘퇴직자 CEO 선임’엔 부정적

DGB금융그룹이 직원 3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상적 CEO상’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심리를 엿볼 수 있다. 조사에선 지주회장직과 은행장직을 분리(59.4%)해야 한다는 의견이 겸직(40%)보다 많았다. 권한이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상호 견제장치를 마련하라는 메시지였다.

의미있게 살펴봐야 할 대목은 후보군 선정 방법이다. 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11일 지주회장직 공모에는 순수 외부인사와 함께 DGB금융그룹 전·현직 인사 출신도 응모하게 했다. 하지만 직원 설문조사에선 지주회장을 외부인사로 뽑을 때는 퇴임임원을 배제하고, 은행장은 내부 출신 인사로 한정하자는 의견(25.54%)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높게 나온 것이 지주회장·은행장 후보군 모두를 외부인사로 확대하되 퇴임임원은 제외시켜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직원들이 퇴직인사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은행 이미지가 악화된 것에 이들도 어느 정도 공동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금융지주사 회장이나 시중은행장 출신 선호

현재 DGB금융지주는 대구은행·생명·캐피탈·자산운용·유페이·데이터시스템·신용정보 등 7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대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자회사는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 내부에선 자회사들이 자체 영업네트워크를 확보하려는 노력보단 은행업무에서 파생되는 사업 속에서 수익을 내려 한다는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더욱이 금융지주는 대구은행 지분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어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만큼 지주가 은행에 간섭할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때문에 지주회장은 ‘DGB금융지주=대구은행’이라는 인식을 깨고 자회사별 사업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금융지주사 회장이나 시중은행장을 역임한 거물급 인사 중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고 인적네트워크가 풍부한 민간 출신이 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 도덕성과 책임감이 가장 중요

직원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CEO가 갖춰야 할 주요 덕목 중 도덕성과 책임감을 비중있게 지목했다. 통상 CEO 선임시 기본 요구 사안인 조직관리능력·조직비전 제시에 이어 셋째로 높았다. 박인규 전 행장이 각종 비리의혹에 연루돼 중도 하차했고, 그 과정에서 적극 책임지는 모습도 보이지 않은 여파가 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행장 선임 시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을 전망이다. 임추위는 은행장 지원자격 요건으로 현직은 금융지주 및 대구은행의 부사장보·부행장보 이상을, 퇴직자는 2015년 12월1일 이후 퇴임임원으로 제한했다. 확인 결과 해당 기간에 퇴직한 임원은 23명이고 이 중 7명은 현재 금융지주 자회사에서 사장·부사장을 맡고 있다. 현직 임원까지 포함하면 은행장 후보군 풀은 넉넉하지만 ‘풍요 속 빈곤’이라는 우려는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퇴직자의 경우 상당수가 채용비리와 수성구청 펀드투자손실보전 등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직 중에는 당락에 중대변수가 될 수 있는 은행 임원(부행장보 이상) 경력이 2년 이상인 이가 그리 많지 않다. 은행과 관련해 묵직한 정책결정을 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차기 은행장감으로 오르내리는 이들 중 박 전 행장과 같은 대구상고·영남대 출신인사가 많은 점도 변수다. 쇄신의 기운이 과연 어느 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가 뜨거운 관심사다. 임추위원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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