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서 일상으로…‘딥러닝’ 생활 깊이 들어오다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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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9 07:52  |  수정 2018-04-19 09:44  |  발행일 2018-04-19 제21면

가수 아유미는 지난해 말 한 방송에 출연해 ‘로보에몽’이라는 소형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 로봇을 소개했다. 아유미가 “오늘 날씨 어때요?”라고 물으면 로보에몽은 온도와 습도까지 구체적으로 답해준다. 우울하다고 말하면 위로의 말과 함께 우울감을 해소할 수 있는 음악까지 골라 들려준다. 잠 잘 때도 밥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아유미의 질문에 로보에몽은 친절하고 정확하게 답해준다. 로보에몽은 프로그래밍된 대로 반응하는 기존 컴퓨터와는 차원이 다르다. 무한의 정보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학습하면서 스스로 진화한다. 인공지능을 현실로 구현한 핵심기술인 딥 러닝(Deep Learning) 덕분이다.

인간의 뇌와 학습 과정 모방해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결론지어
음성인식·번역 등 일상에 활용

딥러닝 도입한 자율주행자동차
설명 어려운 운전규칙 적용가능
中, 미세먼지 예측 정확도 높여
동작인식·금융 등 다방면 확산

20180419

◆데이터 반복 숙달 통한 자가학습

‘머신(Machine)’과 ‘러닝(Learning)’의 합성어인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은 인간이 경험을 거치며 스스로 학습하는 과정을 모방해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지금껏 연구된 여러 머신 러닝 기술 중 가장 주목 받는 건 인간 뇌를 형성하는 신경망처럼 학습하는 딥 러닝(심층신경망·Deep Neural Network)이다. 머신 러닝은 AI라는 전체집합 안에 속해 있고, 머신 러닝이라는 집합 안에 딥 러닝이 속해 있다.

딥 러닝은 어떻게 작동될까?

인간이 감각기관으로 받아들인 정보를 분석해 결론을 도출하듯이, 기계는 입력 값에 대해 여러 단계의 신경망을 거쳐 자율적으로 사고해 결론을 내린다. 스스로 논리를 만들도록 설계해두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답할 수 있게 자가 학습을 시키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스스로 학습한 뒤 결과물을 도출하도록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수준은 이미 한 차례 선보인 바 있다.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세계 최상위 수준급 프로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과의 공개 대국을 통해서다. 알파고는 이 대국을 통해 인공지능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기원은 알파고가 정상의 프로기사 실력인 ‘입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인정하고 프로 명예 단증(9단)을 수여했다.

딥 러닝 기술은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스마트폰 음성 인식은 그동안 오디오 신호에서 음성이 있는 구간을 찾아내고 해당 내용을 인식해 문자로 변환하던 기술에 머물렀다. 하지만 딥 러닝을 통해 사람의 음성을 단어 단위로 쪼개 인식한 뒤 문장으로 조합해 문맥까지 인식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문구 기반 기계 번역도 딥 러닝을 통해 문장을 단어 단위로 분할 번역한 뒤 문맥에 맞춰 재조립하는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정확도를 높여가고 있다. 사진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사물 인식도 딥 러닝의 성과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패턴을 인식해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폰 카메라로 꽃을 촬영해 그 꽃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딥 러닝 기반 자율주행·미세먼지 예보 급부상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도 딥 러닝 기술을 도입하면서 한 단계 발전하고 있다.

종전 자율주행 기술은 주로 자동차 전문가들에 의해 규칙 기반(Rule-based Approach)으로 구현됐다. 이 때문에 많은 변수가 통제된 상황의 실험 조건에서 이뤄져오던 자율주행 기술은 실제 도로를 주행하게 되면서 현실의 다양한 문제를 만났다. 국내외에서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가 사람이 운전하는 차보다 훨씬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는 평가를 받게 된 이유다.

그런데 대량의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한 심층신경망을 자율주행 기술에 적용하면서 마치 사람이 주행을 반복할수록 운전을 익혀가는 것과 같은 과정이 구현되고 있다. 딥 러닝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기능은 인지·판단·제어 등 3가지다. 차체 내 센서 정보를 처리해 주변 환경 정보를 알아차리고 인지된 정보를 이용해 향후 벌어질 일을 예측한 후 가장 안전하고 빠른 차량 궤적을 생성하는 것, 최종적으로 생성된 차량 궤적을 부드럽고 정확하게 따라갈 수 있도록 운전대와 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를 조작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한 운전 방식과 관련 센서 정보를 데이터로 입력한 후 이를 딥 러닝 알고리즘으로 학습한다면 정확한 수학 모델 없이 데이터만으로도 다른 운전자의 운행을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구현이 가능하다. 이런 방식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운전자들의 미묘한 운전 규칙도 포함할 수 있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딥 러닝은 미세먼지 예보 서비스에도 쓰이고 있다. 미국 컴퓨터전문기업 IBM은 최근 IoT(사물인터넷) 기술과 AI ‘왓슨’을 접목한 미세먼지 예보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하루 평균 30억건 이상의 기상 데이터를 수집해 오염 유발 지역에 대한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하도록 해 미세먼지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예보 수준에 그치지 않고 미세먼지 발생원에 대한 문제 해결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근본적인 저감 방안도 제시했다.

앞서 중국에서는 2016년 왓슨을 이용한 미세먼지 솔루션 ‘그린 호라이즌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이는 중국 도시 내 건물과 전주 등에 IoT 기반 센서를 장착한 뒤 수집되는 데이터와 바람 방향 및 속도 등의 기상정보를 분석해 대기상태를 예측한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는 미세먼지를 25%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IBM과 함께 에너지 사용 관측, 대기질 예측, 신재생에너지 네트워크 구축 등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동작 인식, 금융,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딥 러닝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딥 러닝이 지금보다 보편적으로 일상생활에 자리잡게 되어 미래 기술들이 상용화되면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기대된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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