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20대 총선때 유승민 당선 저지에 직접 개입”

  • 김상현
  • |
  • 입력 2018-04-20   |  발행일 2018-04-20 제5면   |  수정 2018-04-20
■ 신동철 前 靑 정무비서관 법정 증언
“대항마 내세우라 지시…연설문 써 보내
이한구 공관위원장 임명도 청와대의 뜻”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자신에게 각을 세웠던 당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4선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대항마를 내세우는 등 선거에 직접 개입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공천 과정에 불법 관여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다.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총선에서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대항마를 내세우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시를 받은 정무수석실은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내세웠고, 여론조사로 두 사람의 지지율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신 전 비서관은 또 “박 전 대통령이 이 전 구청장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현기환 당시 정무수석에게 전화해 ‘이재만 후보가 연설을 잘 못한다’고 지적했고, 2016년 2~3월엔 이 전 구청장이 쓸 연설문을 박 전 대통령이 친전 형태로 현 수석에게 보냈다”고 증언했다.

신 전 비서관은 “당시 현 수석이 그 연설문을 꺼내들어 ‘이거 봐라. 할매(박 대통령)가 직접 연설문을 보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해당 지역구 후보로 이 전 구청장을 단수공천했지만, 김무성 당시 대표의 ‘옥쇄 파동’으로 이 전 구청장의 출마는 좌절됐다. 이에 대해 이 전 구청장은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현기환 수석에게 연설문을 받은 적이 없다. 모르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 전 비서관은 또 이한구 전 의원을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한 것 역시 청와대의 뜻이라고 증언했다. 2016년 초 현 전 수석과 신 전 비서관, 친박(親박근혜) 핵심인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모여 20대 총선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현 수석이 “박 대통령이 공천관리위원장을 이한구 전 의원으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최 의원이 “그 사람(이한구) 고집이 세서 말을 잘 안 들을 텐데…”라고 하자, 현 전 수석은 “이미 정해진 일이니 내가 이한구 전 의원에게 연락하겠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신 전 비서관은 “이후 청와대는 선거구별 예비후보자 현황, 친박 리스트, 청와대 지지 후보 등의 자료 보안을 위해 ‘007 작전’처럼 이 위원장 측에 전달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신 전 비서관은 대구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을 거쳐 2014년 6월부터 총선 직전인 2016년 4월까지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