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의 대학 입시 로드맵] 고난도 문제 집중 능사일까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8-04-23 07:49  |  수정 2018-04-23 07:49  |  발행일 2018-04-23 제16면
[박재완의 대학 입시 로드맵] 고난도 문제 집중 능사일까
<대학입시컨설턴트·박재완 입시전략연구소장>

평소에 국어영역보다 수학영역이 더 자신 있다는 수험생을 만났다. 이 학생은 국어영역과 영어영역에서 잃은 점수를 수학영역에서 만회하기 위해 고난도 문제, 즉 21, 29, 30번에 집중하여 공부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어렵다는 세 문제 중에서 두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이 어렵지 않다고 여기는 문항에서 실수를 하여 2등급을 받게 되었다. 수학실력이 뛰어난 이 학생이 과연 실수한 것일까?

많은 수험생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고난도 문제를 잘 풀면 쉬운 문제는 충분히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문제의 출제 원칙, 수능의 문항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고도로 계산되고 많은 고민을 바탕으로 설계된 시험이다. 한 세트의 시험지로 특정 과목의 여러 영역, 즉 여러 단원의 지식과 해결 능력을 측정하려고 한다. 그리고 특정 단원에서 여러 문제를 출제하려 하지 않는다. 만약 특정 단원에서 여러 문제를 출제하게 되면 그 단원에서 잘 모르는 내용이 있다 하더라도 문제를 풀다보면 모르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문항 간섭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과 같이 잘 설계된 문제는 이러한 문항 간섭을 피하는 것이 출제의 원칙이다. 이런 점을 근거로 아직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종합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평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수학영역만 하더라도 가형과 나형 모두 각 3개 과목을 출제하고 단원으로 분류하면 10개 이상의 단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난도를 상, 중, 하로 단순하게 분류해도 최소한 30개 이상의 조합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어려운 문제와 쉬운 문제는 그 출제 단원 또는 영역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문제마다 측정하려는 지식이나 능력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한다고 쉬운 문제도 잘 해결할 것이라 단정 지을 수 없다. 다만 그럴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이러한 문항 설계의 원칙을 알았다면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여러 단원을, 그리고 쉽고 다양한 난도의 문제를 균형있게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쉬운 단원이라 하더라도 어려운 단원과 난도가 높은 문제만 계속 공부하다보면 쉬운 단원이나 문항에 대한 해결 능력은 줄어들게 된다. 능력은 반복하지 않으면 어느새 내 머리와 몸에서 빠져나가기 쉽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 자신의 부족한 학업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대학입시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의 역량, 즉 실력을 그대로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어려운 것만 골라서 공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상·중·하 각각의 난도에 맞는 문제를 균형있게, 그리고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대학입시컨설턴트·박재완 입시전략연구소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