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이어온 대구역 노숙인 무료급식 중단 위기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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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7 07:30  |  수정 2018-05-17 07:30  |  발행일 2018-05-17 제8면
20여년 이어온 대구역 노숙인 무료급식 중단 위기
대구도시철도 1호선 대구역 광장에서 노숙인들이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하담봉사단 제공>


구청, 광장공사 이유 철거통보
급식때마다 150∼200명 찾아
봉사단체, 상생방안 마련 요구

IMF 외환위기 때부터 20여년간 이어온 대구역 광장 노숙인 무료급식이 하반기부터 끊길 처지에 놓였다. 북구청이 최근 광장 새 단장을 이유로 봉사단체에 급식시설 철거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봉사단체는 무료급식이 중단되면 노숙인이 마땅히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곳이 없다며 상생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대구도시철도 1호선 대구역 광장에는 민간 봉사단체와 종교단체 등 6개 단체가 매주 화·목·금·토·일요일 돌아가며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평일에는 저녁, 주말과 공휴일엔 아침에 식사를 제공한다. 무료급식을 할 때마다 150~200명이 이곳을 찾는다. 대부분 대구역이나 동대구역 근처에서 노숙 생활을 하거나 쪽방에 거주하는 등 형편이 어려운 이들로 파악된다.

봉사단체는 이달 초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대구역 광장 공사로 인해 북구청이 봉사단체에 기존에 설치해 놓은 컨테이너와 급식대 등 무료급식에 필요한 각종 시설의 철거를 요구한 것. 북구청은 2016년부터 진행해 온 도시활력증진 지역개발사업인 ‘칠성동 마을 만들기’(라 스타트 ‘별별상상’ 여행, 전체 예산 60억원)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3억5천여만원을 들여 바닥을 새로 깔고, 화단과 LED가로등을 설치하는 등 대구역 광장을 새로 꾸밀 계획이다. 오는 7월쯤 설계가 끝나는 대로 공사에 들어간다.

컨테이너와 급식대 등의 시설을 철거하면 이곳에서 사실상 무료급식 봉사는 불가능해진다. 더욱이 북구청은 3개월 정도로 예상되는 광장 공사기간은 물론, 완공 이후에도 급식에 필요한 시설을 재설치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북구청 관계자는 “봉사단체가 설치한 각종 시설물은 불법”이라며 “대구역 광장 무료급식이 중단되더라도 근처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센터 측은 현재 대구역 광장의 무료급식 수요를 모두 흡수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조심스레 내비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센터에서 한 번에 100명 정도는 급식을 할 수 있다. 광장에서 무료급식을 하는 날엔 80여명, 안 하는 날엔 110명 정도가 센터를 찾는다”며 “일단 광장 무료급식이 끊기면 센터 쪽으로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수용 가능한 인원을 넘어설 경우 순수 노숙인만 가려서 받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역 광장에서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는 하담봉사단 남세현 대표(58)는 “대구 전역에 무료급식소는 여러 군데 있지만, 저녁에 급식을 제공하는 곳은 대구역 광장과 센터 두 곳 정도밖에 없다”며 “이미 광장 무료급식도 생활형편이 나은 사람은 제외하는 등 급식 대상을 가려서 받고 있다. 만약 광장 무료급식이 중단되면 이들이 저녁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없다.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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