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金 위원장 위임 따른 것” 진정성 강조…美 공식반응 주목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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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6   |  발행일 2018-05-26 제2면   |  수정 2018-05-26
담화 발표 몸낮춘 北…회담 가능성은 열어둔 美
美, 세밀한 분석, 입장정리 전망
中·日·러 등 치열한 외교전 예상
20180526
NHK가 25일 새벽 뉴스 프로그램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전격 발표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던 북미정상 회담이 양국간 힘겨루기로 인해 ‘투이불파’(鬪而不破·싸우되 관계를 깨지 않는다) 양상으로 접어들면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예정됐고 한미정상회담의 결과가 나온 지난 23일 오전만 해도 한반도 정세에 대한 판단은 낙관적이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솔직히 북한과 세계를 위한 위대한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북한은 지난 16일부터 수령을 거부해온 남측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 취재진의 방북을 전격 수용하며 화답했다. 이어 24일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날 오전 핵실험장 폐기를 앞두고 북한에서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대미업무를 담당하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담화를 통해 군사공격으로 카다피 정권이 제거되며 체제전환을 이룬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방송 인터뷰를 맹비난한 것. 그는 펜스 부통령을 “무지몽매하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 사이에 간극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기 위한 기싸움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협상의 달인’ 트럼프 대통령은 밀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싱가포르 회담 취소란 초강수를 던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이 가장 중요한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부디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고 언급,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음을 시사했다. 북한에 밀리지 않으면서도 판은 깨지 않는 ‘투이불파’ 외교술을 발휘한 셈이다.

이어진 북한의 신속하고도 이례적인 반응이 주목된다. 북한은 25일 오전 김계관 제1부상을 내세워 담화를 발표하며 “우리는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했고, 회담 취소의 명분이 된 최 부상의 담화에 대해선 “미국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특히 이번 담화가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명시해 김정은 위원장이 뜻이 담겼음도 분명히 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등은 북한의 담화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미국이 반응을 내놓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념주화까지 만들어가며 기정사실화했던 북미정상회담을 깬 미국으로서는 더 이상 북한에 주도권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다 세밀한 분석과 입장 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공백 기간 동안 양국 사이에서 중재를 위한 한국의 고민과 자국 이익 극대화를 노리는 중·일·러의 치열한 수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이 강경하게 나가면 오히려 더 강경하게 나가곤 했던 과거의 북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굉장히 절제된 담화”라고 평가하며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는 결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정이고, 북한이 위기관리를 통해 대화의 동력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내다봤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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