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금융街 “액티브 시니어를 잡아라”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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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6 07:22  |  수정 2018-05-26 07:26  |  발행일 2018-05-26 제12면
■ 금융권, 시니어 금융전략 골몰
20180526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인구(65세 이상)에 편입되기 시작하는 2020년부터는 고령화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2065년쯤에는 우리나라의 노년부양비와 노령화지수가 현재(2017년 말 기준)보다 4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연구원은 현재 고령화 추세는 2060년까지 매년 1인당 GDP를 평균 0.5%포인트 감소시킨다고 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원하든 원치않든 100세 시대 길목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고령화가 진전되면 자연히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전체 소득은 줄어든다. 불가역적인 상황이다. 무엇보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금융분야가 빨리 바뀌어야 한다. 향후 10년이 우리 사회가 시니어금융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절호의 기회다.

작년 인구의 13.8%인 65세 이상 고령층
예금 21%·펀드 판매액 24% 차지 ‘큰손’
노후설계 위한 주택연금규모 역시 커져
지급액 2조7천억…5년前보다 5배 불어
가파른 고령화 따른 금융산업 변화 시점
시니어 맞춤형 특화 상품·서비스 절실
보험은 의료·간병에 무게 둔 상품 확대
‘한 계좌로 다양한 투자’ ISA 활성화 고려


◆ 자산 두둑한 액티브(Active) 시니어

금감원이 최근 내놓은 ‘고령화 진전에 따른 금융부문 역할’이라는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는 13.8%(708만명)지만 은행 예금에서 이들의 차지하는 비중은 125조5천억원이다. 전체 예금액의 20.8%나 차지한다. 급속한 고령화와 이들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맞물려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고령층 대출은 전체 대출액에서의 비중이 7.9%(52조 2천억원)다. 담보 및 보증 대출의 경우 잔액이 꾸준히 느는 추세다.

노후설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택연금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연금 지급액이 2조6천969억원(지급 건수 4만3천99건)으로 집계됐다. 연금 지급액은 5년 전(5천193억원)보다 5배 불어났다. 주식 등 금융투자부문에선 고령층 비중이 8.1%(252조원) 정도 된다. 개인주주의 총주식 거래금액은 3천100조원이다.

고령층 거래금액 비중은 2014년(8.7%)을 기점으로 2015년 (7.7%), 2016년(7.2%)까지 계속 하락세였다.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등이 주된 요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8% 수준을 회복했다.

60대 이상의 주식 보유 비율이 26.7%나 된다는 점도 눈에 띈다. 펀드 판매금액 99조9천억원 중 고령자 비중은 23.6%(23조5천억원)로 계속 상승 추세다. 다만 고령화 관련 펀드인 라이프사이클 펀드 및 월 지급식 펀드(연금펀드 제외)는 전체 수탁고의 0.3%에 불과하다. 파생결합증권 투자금액도 18조6천억원으로 나타나 개인투자자 투자금액의 30.1%를 차지한다.

◆ 금융당국·금융사들의 대책은

지난해 하반기 발표된 한국은행의 BOK 경제연구보고서 ‘고령화가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고령화가 진전되면 장기금리 중심으로 금리가 내리고, 상대적으로 수익성 추구성향이 커져 주가는 상승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보험과 연금수요가 늘어나는 등 가계금융 자산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 선호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노년 초기인 75세 이전까지는 주식과 연금펀드를 통해 수익을 높이려는 경향이 뚜렷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75세 이후에는 안정성 위주의 예금과 연금보험, 부동산 등으로 자산을 구성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럴 경우 금융사들도 시니어 금융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저금리 등으로 은행의 예대마진이 축소되고 보험과 연금·자산운용사 등의 운용 수익률이 하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은행은 예대마진 위주의 영업에서 탈피, 자문서비스 및 PB영업 확대, 계열사 간 연계영업, 핀테크 및 기술금융 활성화 등으로 수익원을 다양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M&A를 통한 대형화가 시대적 과제가 될 수 있다.

보험사는 고령화로 인해 주요 보장 대상이 사망에서 생존으로 변화하는 점을 감안, 의료 및 간병 관련 상품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수익보장형 장기계약에 대응해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금을 대폭 확충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증권 및 자산운용사는 대체투자 및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운용 역량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대체투자는 주식·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자산이 아닌 부동산·선박·항공기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하나의 계좌로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대상 및 세제혜택 확대 등을 통해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도 거론된다.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심리적 동요없이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고위험 상품 투자에 유리할 뿐 아니라 자문 및 운용업무를 완전 자동화할 경우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현행법상 자문운용업무는 사람만 할 수 있어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관련 규율체계 마련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국내 고령층의 주택·부동산 등 실물자산 비중이 82%에 달하는 점(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을 감안해 생명보험과 연계한 ‘하이브리드 주택연금’과 주택시장지수 관련 파생상품 및 토지연금제 도입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향후 금융당국은 30년 이상의 초장기 채권 공급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층은 연금과 펀드로 장기간 자금을 비축할 가능성이 큰 만큼 금융회사들은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초장기 채권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러나 채권을 초장기로 발행하려면 기업이 그만큼 높은 신용도를 갖고 있어야 한다. 정부가 그 수요를 충족시키는 차원에서 초장기 국채 공급을 늘려야 할 책임이 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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