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의 패션디자이너 스토리]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프린(PREEN)’의 듀오 디자이너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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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5   |  발행일 2018-06-15 제40면   |  수정 2018-06-15
제주 해녀, 런던 런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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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이 2018FW컬렉션에서 선보인 제주 해녀 패션.

제주도의 해녀가 런던 패션쇼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잠수복과 테왁, 망사리(그물)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들, 바다 속 해조류를 연상시키는 신발과 액세서리.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우리나라의 문화가 영국 듀오 디자이너의 마음을 흔들었다. 바로 테아 브레가지와 저스틴 손튼이다.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프린(PREEN)을 이끄는 혼성 디자이너 듀오, 테아(1968년생)와 저스틴(1969년생)은 영국령의 작은 섬인 맨섬(Isle of Man)에서 태어났다. 지명도 생소한 작은 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두 사람은 패션 상점 하나 없는 곳에서 여느 십대들과 마찬가지로 TV와 잡지를 통해 패션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열정을 키웠다. 그러다 1987년 섬의 수도인 더글라스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여 패션 디자인과 텍스타일을 공부하면서 처음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졸업 후 함께 런던으로 건너가 디자이너 브랜드 헬렌 스토리에 들어갔다. 테아는 스타일리스트로, 저스틴은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점차적으로 자신들만의 컬렉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던 중 1996년 가을겨울 시즌에 헬렌 스토리의 컬렉션을 직접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 듀오 디자이너로서 영국 패션계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비록 헬렌 스토리로 치러진 컬렉션이지만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컬렉션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면서 두 사람은 1996년 프린(PREEN)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런던에 스튜디오를 오픈한다. 평소 깃털로 옷을 장식하는 것을 좋아하였던 테아와 저스틴은 새가 부리로 몸을 치장한다는 뜻의 단어인 프린을 브랜드명으로 정하고 듀오 디자이너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작년 英 국립해양박물관 ‘해녀:바다의 여인展’
브랜드 ‘프린’ 혼성 디자이너 듀오 마음 잡아
잠수복·망사리·오리발 닮은 신발·그물 가방
바다 속 강인한 해녀의 모습·색채 그대로 구현
둥근백의 한글 ‘긴장하라’ 물질하는 삶 메시지
유년시절 보낸 작은 섬의 기억…현재와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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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초에서 영감을 받은 신발(위)과프린의 2018 FW 컬렉션에서 소개된 ‘긴장하라’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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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의 테아 브레가지(왼쪽)와 저스틴 손튼.

이 듀오 디자이너의 옷에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가 공존한다. 유년시절을 보낸 작은 섬에서의 기억은 그들이 작업한 빈티지한 결과물에 정직하게 묻어날 때가 많다. 빅토리아 시대의 화려한 럭셔리 무드나 1970년대의 낭만적이고 앤티크한 플라워 패턴의 소재는 이를 고스란히 증명한다. 하지만 실루엣과 커팅은 현대적으로 확연히 다른 반전을 보여주는데 복잡한 해체주의를 바탕으로 착용하는 방법에 따라 변형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디자인이 브랜드 프린만의 특징이다. 이러한 요소로 인해 프린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사랑받으며 성공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하게 된다.

브랜드 론칭 이후 미국의 유명 가수이자 배우인 쉐어와 마이클 잭슨의 착용 의상들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프린은 점차 유명해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 1997년 일본 에이전시를 통해 도쿄에도 매장을 오픈하며 아시아 시장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다. 또한 2000년에는 두 사람의 첫 번째 컬렉션이 런던 패션위크에 오르며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게 되고 영국의 SPA 브랜드인 ‘탑샵’과 캡슐 컬렉션을 진행하게 되면서 차세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게 된다. 프린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남성복 라인으로까지 브랜드를 확장하며 브랜드 론칭 10주년을 맞이한 회고전과 패션쇼를 개최하며 여전히 듀오 디자이너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당시 프린은 엘라스틴 소재로 만든 허리가 잘록한 여성적인 실루엣의 파워 드레스를 선보였는데 입기엔 너무 타이트하다는 이유로 혹평을 받으며 판매율이 저조하였다. 하지만 영국의 유명 모델인 케이트 모스가 입으면서 하나의 시대적인 트렌드가 되었고 현재 프린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아이템이 되었다.

듀오 디자이너의 성장은 이후로도 계속된다. 2007년 주 무대를 런던에서 뉴욕으로 옮기면서 뉴욕 패션위크에 참가함과 동시에 미국 유명 여배우들이 프린의 의상을 입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2배로 증가하였고 2008년에는 코펜하겐 패션위크에서 세컨드 라인을 선보이면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2000년대 후반 패션의 유통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시장으로 이동함에 따라 유럽의 글로벌 온라인 숍인 네타 포르테에도 입점하며 시대적인 흐름에도 발맞춰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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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2월에 발표한 컬렉션은 많은 이슈를 만들어내며 듀오 디자이너의 브랜드 파워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 누구도 런던 패션위크에서 제주도 해녀를 맞이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작년 런던 국립해양박물관에서 ‘해녀:바다의 여인’이라는 전시회가 열렸는데 실제 제주도 해녀의 사진과 생생한 소리가 전시장에 가득하였고 여기에 큰 감명을 받은 듀오 디자이너는 제주 해녀를 주제로 한 컬렉션을 발표하여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무대 중앙에 배치된 제주의 현무암처럼 보이는 커다란 돌 모양의 구조물, 후드부터 오리발을 닮은 신발, 그물 가방, 그리고 스쿠버 원단을 적용한 의상들은 강인한 해녀들의 모습과 색채를 그대로 구현하여 의미있는 작품들로 탄생시켰다. 동그란 오렌지백에 한글로 적힌 ‘긴장하라’는 메시지는 물질하는 매 순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그네들의 인생을 잘 표현한 문구로 보인다.

1996년 런던의 노팅힐에 있는 작은 부티크로 시작한 프린은 2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25개국에 매장을 가지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하였다. 케이트 모스, 귀네스 팰트로, 비욘세, 리한나 이외에도 미셸 오바마와 케이트 왕세손까지 사랑하는 디자이너 레이블로서 행복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 국내 가수인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차트 1위로 K-pop과 K-culture에 대한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프린이 보여준 제주도의 해녀처럼 전 세계 패션쇼에서 아직 소개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콘텐츠를 더 많이 보여 재해석되길 기대해본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rh0405@krif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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