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문복산(文福山·1014m 경북 청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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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2   |  발행일 2018-06-22 제37면   |  수정 2018-06-22
상상의 세계로 이끄는 안개 자욱한 숲과 발아래 흐르는 맑은 물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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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와 구름 속의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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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살피계곡에는 크고 작은 폭포와 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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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특산종인 노각나무. 문복산 산행 중에 자주 만나는 수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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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지고 휘어지며 기이하게 생긴 소나무.

새벽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잠시 잠깐 빛이 나는가 싶더니 안개가 산허리까지 휘감는다.

비가 그친 것만으로 다행이고, 무덥지 않은 날씨라 천만다행이다. 장마를 목전에 둔 계절에 산행 계획을 잡으면 날씨가 관건이다. 이번 산행처럼 계곡을 따라 걷거나 가로질러야 한다면 더욱 신경이 쓰인다. 백운산(982m), 고헌산(1천32.8m), 상운산(1천114m), 가지산(1천240m)으로 이어지며 숨 가쁘게 내달리는 낙동정맥 줄기에서 떨어져 나와 기세좋게 치솟은 산이 문복산(1천14m)이다.

영남의 지붕으로 불리는 1천m 이상의 고봉이 즐비한 영남알프스의 명성으로 같은 산군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세인들로부터 관심의 변방으로 밀려 상대적으로 찾는 이가 드문 조용한 산이다. 접근성이 좋아 밀양에서 운문령까지 가지만, 위치적으로는 하산 지점인 운문면 삼계리에서 69번 지방도로를 따라 약 3㎞ 고갯길을 오르면 청도군과 울산 울주군을 가르는 운문령에 닿는다.


새벽비에 풀잎마다 물방울 방울방울
바위·흙길 번갈아 이어지는 내리막길
능선 걷다 올려다보면 거대한 드림바위
자욱한 안개탓 50m이내 사물만 보여

삼계리 방향쪽 5분뒤 너럭바위 전망대
운문댐 흘러드는 개살피계곡 물줄기
함박꽃나무가지 만개한 꽃 함박웃음
빗물 머금은 가파른 내리막에 긴장도



고갯마루에서 오른쪽은 상운산을 지나 가지산을 시작으로 영남알프스로 이어지고, 왼쪽 방향이 문복산이다. 운문령에서 왼쪽으로 20여 m 위에 공터와 작은 건물이 한 채 있다. 예전에 어느 화가가 화실로 사용했다는 건물인데 지금은 비어 있다. 그 건물 앞을 지나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르면 문복산으로 가게 된다. 여기서 신원봉(895m)까지는 낙동정맥인 동시에 경남·경북을 가르는 도 경계 구간이다.

새벽까지 비가 내린 탓에 막 꽃잎을 떨군 은방울꽃이며 둥굴레 위에도, 길섶의 작은 풀잎에도 방울방울 물방울을 매달고 있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25분쯤 오르니 왼쪽으로 기이한 모양으로 가지를 뻗고 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띈다. 한 가지는 바닥으로 휘어져 내렸다가 다시 하늘로 향해 뻗었고, 다른 가지들도 제각각의 방향으로 뻗고 있다. 다들 이 지점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쉬어간다.

경사는 완만하고 민둥한 봉우리를 하나 넘어 20분쯤 더 지나자 작은 봉우리 위에 선다. ‘낙동정맥’으로 적은 표석과 ‘신원봉 895m’로 적은 표석이 나란히 세워져 있고, 그 왼쪽에 ‘문복산 3.5㎞, 낙동정맥, 와항마을’ 갈림길을 알리는 이정표도 세워져 있다. 오른쪽은 와항마을로 내려섰다가 와항재·고헌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고, 문복산은 진행 방향에서 왼쪽 능선을 따른다. 25분을 더 가면 왼쪽으로 지능선이 발달한 학대산(964m)이 나온다. 사방으로 가득한 안개도 안개지만 주변 잡목으로 조망이 힘든 곳이다. 학대산을 지나 잠시 내리막길이 이어지는데 바윗길, 흙길이 번갈아 이어진다. 안개가 바람을 만나면서 나뭇가지에 물방울을 맺고 있다가 빗방울처럼 떨어진다. 능선을 걸으면서 정상을 바라보면 정상 바로 오른쪽 아래에 ‘드림바위’로 불리는 거대한 바위가 있는데 이번 산행에서는 불과 50m이내의 사물만 볼 수 있다. 드림바위는 높이 130m에 폭이 100m나 되는, 독립으로 우뚝 선 바위로 울산의 클라이머들이 코스를 낸 암벽등반을 즐기는 바위다.

지금의 안개 속 풍경에다 예전에 오르면서 보았던 풍경 한 겹을 더해 하나의 레이어로 겹쳐 풍경을 떠올린다. 고헌산은 저기쯤, 가지산 저 너머에는 간월산 능선이 실금을 그리고 있겠지.

안부에 잠시 내려섰다가 가파르진 않지만 긴 오르막을 오른다. 작은 바위를 피해가며 물골처럼 난 길을 20분 정도 오르니 삼거리 갈림길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문복산 180m, 삼계리(개살피계곡) 4.5㎞’로 적혀 있다. 작은 돌탑이 있어 돌탑봉으로도 불리는 여기서 오른쪽으로 20m만 내려서면 헬기장이고, 문복산 정상까지 갔다가 이 지점까지 되돌아 나와 삼계리 방향으로 가야 한다. 약 5분 거리에 있는 정상에는 정상 표석과 삼각점이 놓여 있고 역시 주변에 안개가 가득하다. 삼거리 돌탑봉까지 되돌아 나와 삼계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5분 정도 지나니 왼쪽으로 시야가 툭 터지는 전망대인 너럭바위 위다. 왼쪽부터 지나온 운문령과 가지산 능선이 쭉 이어지다가 옹골차게 우뚝 솟은 운문산까지, 또 발아래에는 운문댐으로 흘러드는 개살피계곡의 시원한 물줄까지. 이 또한 안개가 가득해 상상하는 즐거움을 주는 전망 좋은 장소다. 이 지점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하는 이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가파른 내리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5분 정도 완만한 내리막이 이어지고 왼쪽으로 묵무덤 한 기가 나온다. 무덤을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내리막이 시작되는데 경사가 심한 곳은 굵은 밧줄을 매두었다. 빗물을 머금고 있어 밧줄을 잡고서도 발 디딤이 불안할 정도다. 원시림처럼 우거진 숲인 데다 사위는 어두워지고 가늘게 빗방울이 떨어진다. 가파른 길을 중간 지점까지 내려서니 최근에 정비를 한 듯 가로로 나무를 대어 계단을 만들어 둔 곳도 있다. 잠시도 완만한 길이 없이 30분을 더 지나서야 개살피계곡 상류의 한 지류를 만난다.

계곡을 두어 번 가로질러 건너서부터는 여러 지류들이 합쳐지면서 제법 많은 물줄기가 만들어졌다. 계곡 가까이에는 산목련으로 불리는 함박꽃나무 가지 끝에 만개한 꽃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북한의 국화로 지정된 꽃이다. 평화 분위기에 맞춰 만개한 함박꽃을 보고 있자니 언젠가 통일이 된다면 이렇듯 우리 강산 어디서나 자생하는 수종의 꽃이 나라꽃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속오계’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지는 가슬갑사 터가 있다는 개살피계곡은 계곡 자체로도 아름답다. 크고 작은 소와 맑은 물빛만으로도 그러하지만 한국 특산종인 노각나무가 자생하고, 고로쇠나무·단풍나무과 수목이 많아 가을이면 그 빛이 당혹스러울 만큼 환상적이다. 이 계곡은 하류의 삼계리와 인근 마을의 식수인 동시에 운문댐으로 흘러들어 인근 도시의 식수로 사용되는 상수원이다.

가슬갑사 터가 있다는데 절터라고는 찾지 못하고 20분쯤 내려서니 오른쪽에서 내려오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합수 지점을 만난다. 합수 지점에서 20분쯤 더 내려서니 오른쪽에 작은 돌탑과 임시 천막이 쳐진 넓은 공터를 만난다. 천막이 없었으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협소한 공간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곳이 가슬갑사 터일 것이라는 정도로만 알고는 그냥 지난다.

계곡을 한 번 가로질러 계곡 왼쪽으로 난 길을 따른다. 크고 작은 폭포가 연이어 나타나면서 길도 선명해진다. 왼쪽에서 내려오는 작은 계곡에 사방댐을 만들어 그 위로 지나도록 길을 내놨다. 20분 정도 지나니 오른쪽으로 충주박씨 부부 묘를 지나면서 길은 둘이서 나란히 걸어도 될 만큼 넓어지고, 평탄한 길을 15분 정도 더 내려서니 식당과 상가가 늘어선 삼계리 마을회관 앞에 이르러 하루 산행을 마감한다. 지나온 산을 올려다보니 아직 짙은 안개에 싸여 있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산행길잡이

운문령-(50분)-신원봉-(25분)-학대산-(40분)-돌탑봉 삼거리-(5분)-문복산-(8분)-너럭바위 -(45분)-개살피계곡 상류-(40분)-가슬갑사 터-(40분)-삼계리 마을회관 삼계리에서 문복산 정상을 한 바퀴 돌아 나와도 좋고, 차편이 가능하다면 운문령(해발 630m)에서 시작해 가지산·고헌산 일대의 풍경을 두루 감상하며 걸어도 괜찮다. 산행 내내 울창한 숲 아래를 걷게 되고, 하산 때에는 시원한 계곡이 있어 여름 산행지로 제격이다. 운문령에서 삼계리까지는 약 10㎞로 4시간30분 남짓 소요된다.

☞교통

신대구~부산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대동~동대구) 밀양IC에서 내려 우회전으로 언양·울산 방향 24번 국도를 따른다. 약 30㎞를 가면 덕현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으로 약 5㎞를 가면 운문령 고갯마루에 닿는다.

☞내비게이션: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산 29-31(운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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