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보호소년들 위해 사막 달립니다”…오뚝이 청년의 아름다운 도전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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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3 07:57  |  수정 2018-07-23 07:57  |  발행일 2018-07-23 제19면
대구대, 이달 말 고비사막마라톤 참가 문헌정보학과 김태환씨
어릴적 힘든 환경 속 골종양까지…방황 접고 대학 진학 다양한 봉사
“할 수 있다 자신감 심어주고파…청소년회복센터 관심 더 많아지길”
“시설 보호소년들 위해 사막 달립니다”…오뚝이 청년의 아름다운 도전
지난 5월 롯데월드타워 국제수직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김태환씨가 완주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대 제공>

연일 폭염이 맹위를 떨치며 사람들의 심신을 지치게 하는 요즘, 오히려 50℃에 육박하는 사막을 뛰겠다고 나선 대구 청년이 있다. 대구대 문헌정보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태환씨(24) 이야기다.

그는 오는 7월말 중국 고비사막에서 열리는 ‘고비사막마라톤대회’ 참가를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세계 4대 극한 마라톤대회 중 하나인 이 대회는 6박7일 동안 250㎞에 이르는 고비사막을 달리는 오지 마라톤대회다. 참가자들은 식량과 생존 물품을 짊어지고 하루 9ℓ의 물만 제공되는 극한의 조건에서 매일 40㎞를 달려야 한다.

김씨는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준비했다. 183㎝, 79㎏의 건장한 체격에 운동을 좋아하는 청년이지만, 지난 10개월간 매일같이 운동을 하며 체력을 다졌다. 그 사이 지리산 및 설악산 종주, 롯데월드 타워 국제 수직 마라톤 완주도 마쳤다. 그는 “어릴 적 왜소했던 저를 알던 사람들이 지금의 제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달라졌지만 ‘고비사막마라톤’은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환경에 대한 설렘과 긴장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왜 뜨거운 사막을 뛰겠다고 나선 걸까? 이러한 물음에 그는 한마디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보호소년들에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어렸을 적 힘든 환경 속에서 성장하며 많은 좌절을 겪고 세상을 원망했던 경험을 가진 그는 지금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호소년들이 과오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이들 보호소년을 돕는 ‘청소년 회복센터’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늘리고 싶어 이러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일곱살 때 아버지의 사업 파산으로 전 재산이 압류되고, 이후 채권자들은 학교까지 찾아와 괴롭히는 어려운 환경에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골종양’ 판정까지 받으며 초등학교를 그만둬야 하는 아픔까지 겪었다. 김씨는 “한꺼번에 닥친 시련은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웠기에 그 때 쓴 일기를 보면 온통 세상을 원망하는 내용뿐이고, 책을 통해 현실도피를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그가 방황 속에서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은 ‘너는 나의 전부’라는 어머니의 진심 한 마디였다고 말했다. 이후 다른 사람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좌절 속에서 일어서기로 결심했다. 그는 검정고시를 통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했고, 고등학교 졸업 후 2013년 대학에 진학했다. 진학 후 교육봉사, 벽화봉사, 사회복지시설 봉사 등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자신과 비슷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도왔다. 이때 ‘청소년 회복센터’를 알게 되면서 이 기관에 대한 관심과 후원을 촉구하기 위해 고비사막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와디즈(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21109)에 올려 뜻을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후원을 받고 있다. 총 250만원 후원 모금을 목표로 지난 12일부터 펀딩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총 170여만원(50명)의 후원금이 모였다. 이 후원금은 후원자들에게 주는 보상 물품(소책자, 동영상 편집본, 게르모형 기념품 등) 구입비를 제외한 전액을 청소년 회복센터에 기부한다. 김씨는 “혹여 제가 완주를 못하더라도 모금한 후원금은 청소년 회복센터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자신의 프로젝트 소개를 위해 상세히 써 놓은 글. 그 글 아래에 어머니로 추정되는 한 작성자가 ‘고맙고 고운사람~~~아들을 응원합니다’란 댓글을 달았다. 김씨는 생각지 못한 응원에 “아이고 어머니ㅠㅠ 이렇게 깜짝 선물을…잘 다녀오겠습니다”란 댓글을 다시 달았다. 어머니의 한마디로 마음을 다잡은 아들과 아들의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어머니의 한마디. 이 모자지간의 서로를 향한 한마디에는 잔잔한 감동이 묻어났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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