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어르신 100여명에 짜장면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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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희 시민기자
  • 2018-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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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경력 35년 대구 송은섭씨

“배불리 드시는 모습 너무 좋아”

송은섭씨(오른쪽)가 어르신들에게 짜장면을 제공하기 위해 면을 그릇에 담고 있다.
“젊었을 땐 생업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놓았어요. 어르신들이 짜장면 드시는 모습을 보면 돈 버는 거 이상으로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대구시 서구에서 35년째 중식업을 하는 송은섭씨가 힘들지만 어르신들을 위해 꾸준하게 ‘사랑의 짜장면데이’ 봉사를 펼치는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충남 부여가 고향인 송씨는 어려운 집안 살림에 일찌감치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중식업은 부지런하기만 하면 굶지는 않는다는 지인의 권유로 스무살에 중화요리를 배웠다.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을 배달하다 교통사고가 나기도 하고, 배달 직원이 수금한 뒤 오토바이와 함께 사라져 버리기도 하는 등 많은 고초를 겪었다. 젊은 날엔 열 번도 넘게 가게를 옮겨 다녔다.

중식업에서 국밥집으로 잠시 ‘외도’를 한 적도 있지만 송씨의 중국요리 손맛은 남달랐다. 붇지 않는 곡물 면과 된장 짜장면을 개발하는가 하면 오가피 육수로 다양한 요리를 선보였다. 그 결과, 몇 해 전 서구 평리동 이현시장에 주택을 마련하고 1층에 중식당을 냈다. 자신의 건물에 가게를 열겠다는 꿈을 이룬 것이다. 하지만 ‘목’이 좋지 않았다. 상권이 점점 무너져가는 이현시장은 사람도 적고 매출도 적었기 때문이다.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싶었을 때 그의 머릿속을 휘젓고 지나간 건 아이러니하게도 매출향상 전략이 아니었다. 그는 아내와 함께 봉사라도 하자고 마음먹었다. 송씨는 한 달에 한 번 인근 어르신에게 짜장면을 대접하기 시작했다. 짜장면 봉사가 있는 날에는 오전 11시부터 어르신들이 가게 앞에 줄을 선다. 어르신은 짜장면 한 그릇이지만 배불리 먹었다며 송씨의 손을 잡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송씨는 “배고팠던 어린 시절 짜장면 한 그릇은 선물과도 같았다. 그때를 생각하며 잠을 설쳐가며 면을 뽑고 짜장을 만든다. 한 끼지만 배불리 먹고 돌아가는 어르신을 볼 때마다 피곤함을 잊는다”고 했다.

소문이 나면서 송씨 식당을 찾는 어르신은 이제 100명이 넘어섰고, 송씨 부부 둘이서 해내기엔 감당이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송씨는 ‘행복한 중식 나눔 봉사단’을 창단했다. 평리 5·6동 중식업자 및 주민 등 20여명으로 구성해 지역 어르신을 위해 폭넓고 의미 있는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자원봉사 우수 사례 공모사업에 선정돼 다양한 세대를 위한 자원봉사를 펼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서구 지역아동센터 어린이 80여명을 초청해 짜장면과 탕수육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혼자보다는 함께하는 봉사를 기치로 내건 ‘행복한 중식나눔 봉사단’은 지난달 평리동 무료 급식소 ‘자비의 집’에서 ‘추억의 짜장면 데이’ 행사를 갖고 200여명의 어르신을 대접했다. 송씨는 “부자는 아니지만 큰돈 들이지 않고 내 몸 조금 더 움직이면, 더 많은 사람에게 좋아하는 짜장면을 대접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송씨의 가게가 있는 이현시장은 재개발지역에 속한다. 송씨 부부는 “부디 다른 곳으로 이주하더라도 지금처럼 내 집에서 장사하며 점포세 걱정없이 짜장면 한 그릇이라도 이웃과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게 꿈”이라고 소망을 밝혔다.

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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