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구원투수’ 인적청산 제구력이 成敗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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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훈기자
  • 2018-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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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의 성공과 실패史

2016년 초 20대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의 성공적인 비대위로 꼽히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2016년 5월 광주를 찾아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그래픽의 왼쪽 이미지). 최순실 사태 이후 2016년 말 출범한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높은 기대에 비해 성과는 저조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2016년 12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6차 전국위원회에서 만장일치 추인을 받은 뒤 당 중진 의원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영남일보 DB>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말 그대로 정당들이 비상 상황에서 운영하는 조직이다. 선거패배 등 비상 상황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담당하며 다음 선거에서 승리한 경우도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오히려 당의 ‘흑역사’로 기록된 사례가 더 많았다.

2011년 박근혜·2016년 김종인 비상대책委
총선 앞두고 침몰 위기 黨 회생 위해 출범
강력한 인적쇄신·당 가치 혁신 ‘환골탈태’
실패로 꼽는 김희옥·인명진·박영선 비대위
계파갈등 등 극복 못하고 리더십에 치명상
문희상 비대위는 날선 계파 갈등 봉합 호평
공천권 없는 현재 한국당의 김병준 비대위
대구경북 정가 ‘보수정당’체재 재정립 기대


◆박근혜·김종인 비대위

정치권은 가장 성공적이었던 비대위로 2011년 말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의 ‘박근혜 비대위’와 2016년 초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를 꼽는다. 박근혜·김종인 비대위는 각각 19대와 20대 총선을 앞두고 위기상황의 당을 구하기 위해 출범했으며, 인적 쇄신 및 당의 가치 개편으로 선거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냈다는 평가다.

박근혜 비대위는 2010년 지방선거 패배, 2011년 재보궐선거 패배, ‘디도스 파문’으로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구하기 위해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필두로 2011년 말 출범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홍준표 당 대표와 남경필·원희룡·유승민 최고위원이 사퇴하면서 지도부 공석사태를 맞은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당은 2004년 비대위원장으로 ‘천막당사’ 등 쇄신작업으로 당을 위기에서 구해낸 적이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꿔달고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특히 공천과정에서 현역 의원 25%를 ‘컷오프’(경선배제)하는 과감한 인적쇄신을 통해 19대 총선에서 152석을 확보하며 과반 의석을 이뤄냈다. 인적쇄신 과정에서 ‘친(親)이명박계 학살’ 또는 ‘친(親)박근혜계 중심의 사당화’라는 비판도 나왔지만,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만큼 당의 18대 대통령선거 후보로도 선출돼 당선됐다.

민주당의 성공적인 비대위로 꼽히는 김종인 비대위의 경우 2016년 초 20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출범했다. 당시 민주당은 2015년 말 안철수 전 대표 등의 탈당으로 분당사태를 맞은 상황이었다.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당이 위기에 처하자 문재인 당시 대표가 직접 나섰다. 박근혜 비대위에서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종인 전 의원을 영입한 것이다.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된 김 전 의원은 10여일 만에 문재인 당시 당대표의 사퇴로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직책을 맡아 당을 이끌었다. 대표에 오른 그는 박근혜 비대위와 마찬가지로 공천을 앞두고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바탕으로 당내 인적쇄신을 주도했다.

특히 친(親)노무현계 운동권 정당 탈피를 주장하며 안보와 경제에서 중도층을 겨냥한 ‘우클릭’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내 인지도가 높았던 이해찬·정청래 의원 등을 컷오프시킨 그는 운동권 색채가 약한 새로운 인물로 공천을 단행했고, 그 결과 20대 총선에서 123석을 차지하며 원내 제1당을 만들어냈다. 김 전 대표 역시 ‘셀프공천’(비례대표 2순위) 등 크고 작은 논란의 중심에 섰으나, 현재 민주당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홍만 키운 비대위도

자유한국당은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부터 2016년 이후에만 3차례나 비대위를 구성했다. 2016년 20대 총선 패배 이후 6월부터 두 달여간 ‘김희옥 비대위’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12월 ‘인명진 비대위’가 구성됐으나 이들은 사실상 실패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희옥 비대위의 경우 계파갈등으로 인해 사실상 차기 전당대회만을 위해 존재한 반쪽짜리 비대위에 그쳤다. 당시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정진석 원내대표는 비박(非박근혜)계의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세우려 했으나, 친박의 조직적 반발로 전국위 무산이라는 촌극 끝에 불발됐다. 이후 김희옥 전 공직자윤리위원장이 혁신형 비대위원장을 맡았으나 비정치인 출신의 한계를 드러내며 두 달 만에 성과없이 막을 내렸다.

최순실 사태 이후 출범한 인명진 비대위 체제는 높은 기대를 모았으나 성과는 저조했다.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 과거 한나라당에서 과감한 개혁을 선보였던 만큼 당내 혁신을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로 인 위원장은 취임 직후 “대통령이 탄핵됐는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강도 높은 인적청산을 예고했다. 하지만 서청원 의원 등 친박계와 갈등을 빚으며 일부 의원의 당원권 정지 등에 그쳤다.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교체하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가치 정립 등을 내세웠으나 오히려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이후 인 전 비대위원장은 계파 갈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홍준표 대통령 후보에게 자리를 넘겼다.

민주당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박영선 비대위’가 실패의 대표적인 예다. 박영선 비대위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의 지방선거 패배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사퇴하면서 두 달여 뒤인 8월 출범했다. 당시 원내대표를 겸임했던 박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명칭을 ‘국민공감혁신위’로 바꾸고 투쟁 대신 생활정치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세월호 특별법 협상 실패 등으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고 한 달 만에 물러났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 국회의장인 ‘문희상 비대위’ 체제를 꾸리고 계파갈등 해소에 집중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계파 활동을 할 경우 개작두로 치겠다”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 등의 발언으로 내홍에 휩싸였던 당을 장악했다. 문희상 비대위는 2015년 2월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대표 체제가 출범하기까지 큰 성과는 내지 못했지만 계파 갈등을 봉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병준 비대위는?

대구·경북 정가의 관심은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에 집중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이 보수 세력의 중심인 만큼 제1보수 야당인 한국당의 비대위가 침몰 위기인 당을 구해낸 ‘박근혜 비대위’의 전철을 밟을지, ‘인명진 비대위’와 같이 반쪽짜리에 그칠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역 의원들의 기대는 엇갈렸다. 다만 공통적으로 지역 의원들은 “현재 비대위가 시작단계인데 가타부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대구지역 한 초선 의원은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비대위원장이 공천권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라는데, 당협위원장 선출권은 있다고 하지 않았나. 충분히 당을 개혁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북지역 한 의원은 혁신위 구성에 대해 “당장 계파 간의 싸움은 막았지만 보수 일변도의 파격적 인사는 아니다”며 “스펙트럼을 넓혀야 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경북 지역 한 초선 의원 측 역시 “인적쇄신이 중요한데 가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과감히 쳐내야 하는 사람은 탈당 등 중징계가 필요하다. 계파는 물론 논란을 일으켰던 인사들은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에 발을 못 들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9월 정기국회에서 김병준 체제의 1차 성적표가 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비대위는 총선에 대비한 성격과 당을 새로운 체제로 만들기 위한 것 두가지가 있다. 현재 한국당은 두번째 성격”이라며 “가장 큰 도구는 인적 청산이지만, 선거 시기가 아닌 만큼 현재 비대위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김병준 비대위가 내년 1월까지 순항하기 위해서는 이번 정기국회를 잘 치러야 한다. 당의 새로운 가치·철학은 결국 국정감사 등에서 드러날 것”이라며 “한국당이 정책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향후 전대까지 순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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