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손맛] 통영 사량도 문어 루어낚시 실전체험

  • 박진관
  • |
  • 입력 2018-08-17   |  발행일 2018-08-17 제38면   |  수정 2018-09-21
최대 굴 산지 양식장 부표아래 ‘문어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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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 주변 굴 양식장 위에 떠 있는 문어낚싯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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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종홍 프로(맨 오른쪽)가 문어낚시가 처음인 꾼들에게 배 위에서 속성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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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은 문어 중 몇 마리를 골라 선상 문어숙회 파티를 벌였다.

낚시가 국민레저로 각광을 받으면서 최근 들어 이른바 ‘생활낚시’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즉, 고도의 테크닉이나 비싼 장비 없이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낚시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젊은 세대들에게 대세로 자리 잡은 ‘워라밸(Work-life balance)’붐과 맥을 같이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다는 측면에서 워라밸에 가장 어울리는 낚시가 있다면 지금은 단연 문어 루어낚시다. 숙회 요리로 제사상에도 올라가는 문어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두족류 중 하나. 이 문어를 어부들의 통발이 아닌 낚싯대와 루어(문어 에기)로 낚아 올리는 게 바로 문어 루어낚시다. 문어 활성이 좋은 날은 초보자라도 하루 낚시로 마릿수 조과를 올릴 수 있어 지금 남해안 문어 루어낚싯배는 여름휴가 시즌과 맞물려 연일 문전성시다.

‘워라밸’에 어울리는 문어 루어낚시
초보도 하루낚시로 마릿수 조과장점

오전 6시20분 통영시 사량도 해상
굴양식장 근처 먹이활동 포인트 지점
부표 줄사이 채비 내리라는 선장 신호
한시간 채 안돼 13명 중 절반이 손 맛
옅은 해무 걷히고 37℃나 오른 뙤약볕
이어지는 입질…폭염에도 멈추지 못해

몇마리 골라 삶아 선상 문어숙회 파티
뜨거운 갑판 위 불구 쉼없는 젓가락질

◆워라밸 생활낚시…문어 루어낚시

그런데 이렇게 문어 루어낚시 예찬을 하고 있는 나는 사실, 아직 그것을 해 본 적이 없다. 매년 취재를 겸해 한두 번 체험할 기회가 있긴 했으나 그때마다 인연이 잘 닿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7월 중순쯤 한국다이와에서 직원 연수를 겸한 문어 루어낚시 출조 계획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럼 나도 같이, 그렇게 해서 배에 올라탄 것이 나의 첫 문어 루어낚시 경험이었다.

지난 7월27일 밤 10시.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국다이와 본사 주차장에서 미리 대절해 둔 버스를 탔다. 그리고 밤을 달려 내려간 곳은 경남 통영시 산양읍에 있는 작은 포구인 신봉항. 근처 식당에서 해장국 한 그릇을 비운 후 우리는 ‘2018 미라클호’(선장 김명동, 010-9308-1507)에 올랐다.

미라클호는 통영시 미륵도의 남서쪽을 돌아 40여분 달려 사량도 주변 해상에 도착했다. 오전 6시20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다 위에 줄지어 늘어선 하얀 부표들. 굴 양식장이다.

“이 양식장 주변이 문어낚시 포인트입니다. 문어들이 이 굴 양식장 근처에서 먹이활동을 하거든요.”

김명동 선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게, 우리가 탄 배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문어 루어낚싯배가 이미 수십 척이다.

◆한국다이와 직원 현장교육

그런데 오늘 문어낚시를 나온 우리 꾼들 중 절반은 무경험자. 속성 교육이 필요하다. 민종홍 한국다이와 솔트루어 필드 스태프가 선미 쪽 갑판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즉석 강연을 한다. 낚싯대와 채비를 연결하는 방법, 포인트 바닥에 채비를 내린 후 루어에 액션을 주는 요령, 입질이 들어올 때 느낌과 릴링 요령 등을 설명한다.

◆폭염 속에서도 마릿수 랜딩

통영은 한국 최대의 굴 산지다. 그만큼 굴 양식장도 많다. 하나의 굴 양식장에는 길게 이어진 부표 줄이 수십 열이다. 문어 낚싯배는 그 부표의 줄과 줄 사이를 통과한다. 부표의 줄과 줄 사이에 배가 들어가면 선장이 조타실의 부저를 눌러 삐익~ 소리를 낸다. 채비를 내리라는 신호다.

가장 먼저 입질을 받은 사람은 오른쪽 뱃머리에서 채비를 내린 박재경씨. 챙 넓은 밀짚모자를 쓴 박씨가 제법 씨알 좋은 문어 한 마리를 낚아 올린다. 곧이어 그 옆에 있는 민종홍씨(한국다이와 솔트루어 필드스태프)가 비슷한 씨알의 문어를 올린다. 이 정도면 올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바다 수온도 많이 올라 문어 조황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무색하다. 낚시를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우리 13명 중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한두 마리씩 문어를 낚아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전 10시가 넘어가자 옅은 해무가 걷힌다. 이때부터 꾼들의 가장 큰 적은 더위다. 37℃가 넘어가는 뭍 기온은 바다 위라 해도 그 위세를 누그러뜨리지 않는다. 게다가 꾼들이 서 있는 갑판은 해를 피할 그늘이 없다. 뙤약볕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다. 다행히 선실에는 에어컨이 설치돼 있어 그 안에서 땀을 식힐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아무도 선실에 들어가지 않는다. 심심찮게 입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양식장 밧줄에 채비가 걸려 뜯겨나가기도 하지만 그것만 조심하면 사량도 일대 바다에서는 채비 손실이 거의 없는 편이다.

점점 햇볕이 강해지면서 입질이 뜸해진다. 폭염에 지친 꾼들은 하나둘 에어컨이 있는 선실로 들어가 눕는다. 갑판 위 낚시 자리도 하나둘씩 빈다. 나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낚싯대를 들었다. 반짝이 털이 달린 문어채비를 꺼낸 후 그 아래에 25호 봉돌을 달았다. 그리고 그 옆에 초록색과 오렌지색 에기 두 개를 달아 물속으로 내렸다. 수심은 20m.

주르륵 풀려 내려가던 원줄이 턱 멈춘다. 봉돌과 함께 에기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는 신호다. 릴을 살짝 감아 원줄을 팽팽하게 유지하면서 낚싯대를 살짝 살짝 들었다 놓아본다. 채비의 무게를 느끼면서. 조류는 거의 없다. 채비가 수직으로 바다 속으로 내려간다. 살살 채비를 끌어보니 드륵 드르륵거리는 느낌이다. 굴 껍데기나 잔돌 등이 채비와 부딪치는 느낌이 그대로 손에 전달된다. 다시 낚싯대를 살짝 들자 뭔가 묵직한 느낌. 분명히 빈 채비일 때보다 더 무겁다. 살짝 낚싯대를 쳐 올린 후 릴을 감아본다. 낚싯대가 크게 휘면서 뭔가 묵직한 것이 올라온다. 이윽고 수면에 올라온 놈은, 그래 바로 문어다. 나의 첫 문어 루어낚시는 생각보다 쉽게 조과로 연결됐다. ‘문어낚시 = 쉽다’는 공식을 체험한 순간이었다.

◆선상에서 맛보는 문어숙회

김 선장이 우리가 낚은 문어 중 몇 마리를 골라 배 위에서 삶아 낸다. 듬성듬성 썰어 낸 선상 문어숙회 파티. 뜨거운 갑판 위에서도 누구 하나 선뜻 젓가락을 놓지 못한다. 배 위에서 맛보는 즉석 문어숙회는 훌륭했다.

오후 1시, 더 뜨거워지기 전에 우리는 일찍 신봉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5시간을 달려 한국다이와 본사 주차장에 버스가 도착했을 때는 오후 8시. 무박 2일간의 문어 루어낚시를 마친 꾼들의 얼굴에는 피곤이 덕지덕지 붙어있지만 그 표정은 밝았다.

간이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가장 많은 13마리의 문어를 낚은 영업부 박재경 대리가 1등상을 받았다. AS팀의 김상권씨와 임장헌씨는 2, 3등을 차지했다. 그리고 손맛을 보지 못한 여성꾼 박유선씨는 애석상으로 위로를 받았다.

김동욱 월간낚시21 기자 penandpower@naver.com


바닥 먹이활동, 채비 닿아야…낚싯대 들었다 놓으며 루어 액션

■ 문어 루어낚시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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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점에서 파는 문어 루어낚시 채비. 반짝이가 달린 채비 아래 세 개의 스냅도래가 있다. 그 도래에 추(봉돌)와 에기를 단다(왼쪽). 한국다이와 문어 루어낚시 전용대 ‘타코이즘’과 솔티가 베이트 릴의 조합.

민종홍 프로의 현장강연 요지는, 문어낚시는 주꾸미낚시의 상위 버전이라는 것.

① 바닥에 채비 내리기: 가장 기본은 채비가 반드시 바닥에 닿아야 한다. 문어는 바닥에서 먹이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보자들은 채비가 물속으로 내려가서 바닥에 닿았는지, 그 느낌을 먼저 체득해야 한다.

② 루어 움직이기: 일단 채비가 바닥에 닿으면 그때부터는 루어(에기)를 움직여줘야 한다. 움직이는 먹잇감에 문어는 쉽게 반응한다. 루어 액션 방법은 낚싯대를 들었다 놓는 것. 즉, 고패질이다. 고패질의 폭과 강약은 필드 상황에 따라 다르다. 문어의 활성도가 좋을 때는 루어를 크게 움직이는 게 효과적이다. 낚싯대를 높이 들었다 놓으면 채비가 다시 바닥으로 내려갈 때 문어가 입질을 한다. 그러나 문어의 활성도가 낮을 때는 추(봉돌)는 바닥에 붙이고, 루어(에기)만 들썩거릴 정도로 작은 액션을 주는 게 좋다.

③ 입질 확인: 문어 입질은 낚싯대를 살짝 드는 것으로 느낄 수 있다. 문어가 에기를 공격하면서 다리로 루어를 감싸면 채비에 무게가 실리는 걸 느낀다. 묵직한 느낌이 든다.

④ 끌어올리기(랜딩): 이때 릴을 감으면 문어가 낚여 올라온다. 그러나 이렇게 챔질 없이 릴링만 하면 낚여 올라오는 문어가 도중에 빠져나갈 수도 있다. 이 ‘털림’을 방지하려면 ‘후킹’ 요령이 필요하다. 입질을 감지하면 일단 낚싯대를 살짝 쳐올려 챔질을 하는 거다. 그러면 에기의 바늘이 문어 다리에 콕 박힌다. 이후 천천히 릴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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