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자신의 내면을 기록하다…황인모 개인전 19일까지 갤러리 팔조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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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7   |  발행일 2018-09-17 제24면   |  수정 2018-09-17
‘완벽하고 예쁜’ 흰색의 흔적들 촬영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일종의 자화상”
20180917
황인모 작가가 갤러리 팔조에서 자신의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뜻밖의 작업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잘 알려진 황인모 작가가 전혀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다. 언뜻 보면 하얀 색만 눈에 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면 다른 게 보인다. 무언가의 자국, 갈라진 틈, 먼지 같은 게 있다.

황인모 사진작가의 개인전이 청도군 이서면에 위치한 갤러리 팔조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타이틀은 ‘White Records’. ‘흰색의 기록’ 정도로 해석된다. 갤러리 팔조 김중희 대표는 “갤러리가 생기고 사진전은 처음이다. 작가의 ‘무당’ 작품에 반해 인연을 이어오다 전시까지 열게 됐다”고 밝혔다.

작가는 “예쁜 사진을 한번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예쁜 사진’은 아니다. 작가도 잘 알고 있다. “보통 예쁘다라고 하면 밝고 화려한 것을 의미하는데, 내 생각에는 밝고 화려함의 정점은 흰색이다. 보석이 반짝거림도 흰색 아니냐”고 했다.

흰색의 흔적들을 ‘기록’한 데 대해선 “그냥 흰색은 감흥이 없다. 흰색 그 자체는 완벽하다. 자국이나 먼지, 틈이 흰색을 더 아름답게 한다. 똑같은 흰색이라도 어떤 흔적이 있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었던 이전의 작업과 비교된다는 질문에 작가는 “나를 위한 사진을 한번 찍고 싶었다. 내면 공간의 기록이다. 이런 작업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일종의 자화상”이라고 밝혔다. 시·공간을 배제하고 미학적 개념만 적용한 내면의 다큐멘터리 작업인 셈이다.

작가는 그동안 주변에서 일어날 일들과 사라질 것들,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찍었다. 대구 방천시장, 동성로, 북성로는 물론 시골의 모습도 남겨놓았다. 2000년대 초반 일제 강점기 당시 독립운동을 펼친 ‘생존 독립군’의 모습을 담기도 했다. 20세기 민중생활사 연구단원으로 활동하며 민중의 삶도 기록했다.

작가는 현재 우리나라의 ‘집단 학살지’를 기록으로 남겨놓는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오는 21~27일에는 베트남 호찌민 오페라 극장에서 대구시립무용단의 모습을 담은 영상 및 사진전도 가진다. 작가는 지난 5월부터 대구시립무용단과 함께 작업을 해왔다. 19일까지. (054)373-6802

글·사진=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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