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송편·방울증편 낱개포장 대세…동태전·삼색전 입맛대로 주문배달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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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21   |  발행일 2018-09-21 제34면   |  수정 2018-09-21
한가위 이야기
80년대 문 연 남문시장 경남·낙원떡집
오전 가판대 진열, 단골이 반이상 구입
명절앞 분식형 찌짐집 예약 전화 폭주
배추·부추·호박전 등 살갑게 부쳐 내
최대명성 덕산떡전골목 7곳남아 명맥
40년 제일떡집 차례음식 35가지 배달
손송편·방울증편 낱개포장 대세…동태전·삼색전 입맛대로 주문배달
대구에서는 달송편이 아니라 손송편이 강세다. 통팥소가 제대로 들어가야 제맛을 낸다.
손송편·방울증편 낱개포장 대세…동태전·삼색전 입맛대로 주문배달
5년전부터 주문 차례음식을 팔고 있는 남문시장 내에서 실력을 알아주는 김위선 찌짐집 아지매. 추석을 앞두고 주문받은 부침개를 혼자 부쳐내느라 여간 분주하지 않다.
손송편·방울증편 낱개포장 대세…동태전·삼색전 입맛대로 주문배달
한때 한강 이남 최강 떡골목이었던 중구 염매시장 옆 덕산 떡전거리. 요즘 차례음식 주문이 부쩍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등장으로 한때 20여개였던 떡집은 지금 7군데로 격감했다.
손송편·방울증편 낱개포장 대세…동태전·삼색전 입맛대로 주문배달
수운잡방음식 중 하나인 ‘전계아법’.
손송편·방울증편 낱개포장 대세…동태전·삼색전 입맛대로 주문배달
남문시장 낙원떡집 가판대에 놓인 떡.
손송편·방울증편 낱개포장 대세…동태전·삼색전 입맛대로 주문배달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며느리의 시름을 더욱 깊게 만드는 주범인 각종 전류들. 이젠 주문차례음식 전문 분식점이 강세를 보인다.

떡집도 세파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 10년 전부터는 떡 판매방식도 많이 달라진다. 떡을 큼지막하게 높게 쌓아놓고 파는 게 별로 어필되지 못한다. 그 시절 어른들은 남아도 일단 많이 사가길 좋아했다. 그런데 이젠 먹을 만큼만 사간다. 제사세대가 퇴조한다는 증거다. 이젠 1인분 분량의 스티로폼 도시락에 떡을 적당량 담아 낱개식으로 파는 게 더 인기를 끈다. 건조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쿠킹랩으로 포장해둔다. 떡값은 보통 3천원 안팎.

경남떡집 김정숙 사장이 사방 50㎝ 스테인리스스틸 채반에 송편 50개를 장기처럼 놓는다. 그리고 고압증기 찜솥에서 25분 쪄낸다. 열효율을 위해 가스 대신 기름을 사용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떡이 만들어진다. 초창기에는 분쇄기를 통해 나온 멥쌀가루를 손으로 직접 반죽했는데 26년 전부터 반죽기를 사용한다. 송편용 소는 통팥이어야만 제맛이 난다. 찹쌀떡 팥소 같은 앙금형 거피팥소는 송편과는 궁합이 덜 맞다.

1988년 문을 연 ‘낙원떡집’. 경남떡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이웃사촌 떡집이다. 늘 만면에 미소가 흐르는 여사장. 그녀는 떡집 주인은 이름이 없다는 듯 그냥 ‘낙원댁’ 정도에 불리길 원한다. 매일 오전 가판대에 20~25가지 떡이 진열된다. 떡이 나오기 무섭게 오전에 단골이 반 정도를 사간다.

알듯 모를 듯한 떡의 이름들. 낙원댁이 친절하게 일일이 명칭을 알려준다. 팥시루, 편시루, 약밥, 증편, 무지개떡, 샌드위치떡, 호박떡, 앙코절편, 백설기, 손송편과 깨송편, 보리떡, 인절미, 절편, 흑미모듬떡, 오색경단, 찹쌀떡, 모시떡, 방울증편, 감자떡….

지역을 넘어 팔도떡이 총출동한 것 같다. 이젠 유행하는 떡을 떡집끼리 벤치마킹하기 때문이다. 떡집의 떡들이 거의 비슷해져가는 형국이다. 단지 ‘기지·기증·기주떡’ 등으로 불리는 증편만은 영남과 전라도권이 강세다. 대구의 대부분 떡집은 증편을 판다. 한때는 우편엽서 크기 정도로 네모나게 썬 게 인기였는데 이젠 한 입 크기의 ‘방울증편’이 선호된다.

2000년대 초부터 낱개 포장된 떡이 대박을 친다. 그 흐름을 주도한 떡집이 있다. 바로 수성구 지산동 목련시장 도로변에서 출발한 ‘아리랑떡집’. 호두꿀시럽이 들어간 ‘샌드위치떡’은 전천후였다. 제사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평소 김밥 대용의 브런치떡으로도 요긴했다. 이어 소풍·산책·여행용 간식떡으로 퍼져나갔다. ‘빵집에 단팥빵이 있다면 떡집엔 샌드위치떡이 있다’고 할 정도로 공전의 히트. 이걸 응용한 게 최상의 찰기를 자랑하는 ‘흑미모듬영양떡’.



◆주문제사음식집

낙원떡집 맞은편에는 성주군 출신의 김위선 아지매가 운영하는 ‘주문제사음식집’이 있다. 제사용 전을 꽤 잘 부쳐내는 ‘분식형 찌짐집’이다. 평소에는 우뭇가사리로 만든 콩국과 감주, 메밀묵 등을 주로 판다. 하지만 명절이 가까워지면 분위기가 돌변한다. 이 집과 자매결연(?) 한 단골로부터 예약주문 전화가 폭주한다. 겨를 없는 며느리들에겐 이 가게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을 것이다.

며느리가 가장 손대기 싫어하는 음식은 뭘까. 바로 ‘전’이다. 옷을 칙칙하게 만들고 안구를 눅눅하게 만드는 기름 타는 냄새, 어렵사리 해놓아도 별로 손대지 않는 전. 그런데도 시어머니는 그걸 고집한다. 갈등의 음식이 아닐 수 없다. 천덕꾸리기 신세인 전만 주문하고 나머지만 직접 장만하는 집들도 늘고 있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건 ‘배추전’. 특히 안동권에서는 없어선 안될 명절음식이다. 이밖에 부추전, 호박전, 두부전, 오징어전, 고구마전, 동태전, 동그랑땡 등이 있다. 직접 와서 입맛대로 사갖고 가면 된다. 제사음식 전문 공급업체는 이 집처럼 살갑게 전을 부쳐내기 어렵다. 깊은 맛이 덜할 수밖에 없다.

어둑해지고 있는 도심. 상가의 불빛은 집어등처럼 반짝거린다. 그 못지않게 화려한 불빛을 뿜어내는 곳이 있다. 염매시장 옆 ‘덕산떡전골목’이다. 거기로 향했다. 중구 덕산동과 맞물려 ‘덕산시장’으로도 불렸던 염매시장. 서울 낙원상가와 함께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대의 떡골목 중 하나였다. 하지만 옛 명성이 많이 퇴조해버렸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들어서면서 20여개 떡집은 종로 주변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상당수 가업을 잇지 못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지금 남은 건 서울, 제일, 현대, 대원, 종로, 염매 등 7개 업소뿐.

40여년 역사의 ‘제일떡집’을 찾았다. 회갑상, 돌상, 영양떡, 문어·해물찜, 찌짐, 폐백음식…. 관혼상제와 관련된 온갖 의례음식을 취급하는 것 같다. 돈만 주면 꽃문어다리, 산적, 5색나물, 삼색전 등 원하는 음식을 모두 만들어 배달해준다. 가격은 옵션에 따라 다른데 대충 40만~100만원. 가짓수는 35개 안팎. 주문 조건과 가짓수에 따라 가격 차가 날 수밖에 없다. 물론 선별주문도 가능하다.

◆안동 종가음식 추석음식

안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람색도 고풍스러워진다. 안동 반가의 자존감은 ‘불천위(不遷位)제사’에서 리얼하게 드러난다. 불천위는 4대 봉제사 이후 신위를 선영으로 옮기지 않고 사당에 영구히 봉안된 신위다. 그런 불천위가 안동에는 얼추 50위가 있다. 그러니 안동 와서 가문 자랑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처사도 없다.

풍천면 하회마을 풍산류씨 집성촌. 풍산류씨 중흥조로 추앙받는 겸암 류운용(謙庵 柳雲龍)의 종가 양진당(養眞堂)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조선 선조 때 명재상인 서애 류성룡(西厓 柳成龍) 종가 충효당(忠孝堂)이 있다. 양진당은 형님댁, 충효당은 아우댁이다.

충효·양진당의 추석 차례는 팔월 보름이 아니라 음력 9월9일 ‘중구일(중양절)’에 모신다. 추석에는 햇곡식이 여물지 않아 중구일이어야 제대로 된 천신제를 올릴 수 있다 여긴 까닭이다.

여기서 잠시 안동의 추석 차례문화를 엿보자. 차례를 안동지역에서는 ‘절사(節祀)’라고도 한다. 안동지역에서는 추석 때 햅쌀이 나지 않으므로 중구일에 차례를 지내는 집안이 많다. 최근 추석이 공휴일로 바뀜에 따라 추석 차례를 많이 지내게 되었으나 아직도 명문 종가에서는 중구일 차례 전통을 묵수한다. 안동을 중심으로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원래 추석에는 성묘만 하고 차례는 지내지 않았다. 종가에서는 중구일에 ‘중구차사’를 사당에서 거행한다.

안동의 불천위 제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제물은 ‘도적과 떡’이다. 이들 고배(높이)는 무려 40㎝에 달할 정도로 웅장함을 드러낸다. 특히 불천위 인물과 해당 가문의 지명도에 따라 도적과 떡의 높이가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도적은 예서에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제물이다. 대신 ‘편적(片炙)’이라 하여 계적(닭)·육적(소고기)·어적(생선) 3적을 올리도록 돼 있다. 이 3적을 모아서 적틀(炙臺)에 고임 형태로 높이 쌓는데 영남 반가에선 이 제물을 제수의 핵으로 보기도 한다.

예기(禮記)에 이런 대목이 있다. ‘지극히 공경하는 제사는 맛으로 지내는 것이 아니고 기와 냄새를 귀하게 여기는 까닭에 가축의 피와 생육을 올린다.’ 이렇듯 유가의 제사에서는 생육제물을 으뜸으로 친다. 안동향교의 경우 공자에게는 소·돼지머리, 나머지 성현들에게는 얇게 저민 소·돼지고기를 생으로 올린다. 도산서원에서는 퇴계 이황에게는 돼지머리를 올린다.

도적과 함께 제사상의 웅장함을 드러내는 것이 ‘시루떡’이다. 뜸 맞추는 게 정말 어려웠다. 한과의 명가로 유명한 봉화 닭실마을 충재 권벌종택에서 전해 내려오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다. 시루떡을 찔 때마다 뜸을 맞추지 못해 맘고생이 컸던 한 종부가 어느 제삿날 부엌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이날 이후 이 종가에서는 시루떡이 아니라 자체 개발한 손가락 굵기의 절편인 동곳떡을 제사상에 차리고 있다.

◆안동의 독특한 탕문화

탕(湯). 이는 제사 규모를 가늠하는 ‘과시적 제물’이라 할 수 있다. 탕 또한 예서에는 나타나지 않는 제물이다. 탕에는 ‘우모린(羽毛鱗)’의 원칙에 따라 계탕, 소고기로 만든 육탕, 바다의 비늘달린 생선을 넣은 어탕을 사용한다. 기록에 따르면 원래 계탕에는 닭이 아니라 꿩을 이용했는데 후대에 이르러 닭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단탕은 계탕·육탕·어탕을 한 그릇에, 3탕은 계탕·육탕·어탕을 각각 진설하며, 5탕은 계탕·육탕·어탕·조개탕·소탕이다.

안동지역에서는 ‘대과급제 5탕, 양반 3탕, 서민 단탕’이란 말이 있다. 관직과 신분에 근거해 탕의 개수를 차등화한 것이다. 불천위 종가의 경우 5탕과 3탕이 가장 보편적이다.

안동지역 제사상에 차려지는 갱(탕국)은 약간 유별나다. 다른 지역에서는 소고기와 무를 넣은 소고기 탕국을 올리지만 안동에서는 콩나물과 무를 넣은 갱을 사용한다. 일명 ‘소탕(素湯)’이다.

무전과 배추전은 다른 지역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유별난 음식이다. 이는 밭을 중심으로 한 경북 북부지역의 특수성을 보여준다. 특히 배추전은 가문에 따라서는 ‘소적(蔬炙)’이라 하여 제사상에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학봉 김성일은 생전에 생마를 즐겼다. 그런 까닭에 그의 불천위 제사에는 이게 반드시 올라간다. 서애 류성룡은 유밀과의 일종인 ‘중개’라는 과자를 즐겨 드셨다 하여 이를 제물로 차린다. 퇴계 종가에서는 ‘기름에 튀겨내는 유밀과는 사치스럽기 때문에 제사상에 올리지 말라’는 유계를 받들어 지금도 유과나 약과 등의 유밀과를 사용하지 않는다. 정말 제사는 가가례(家家禮)란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추석 때 안동을 찾는 이들은 늘 종가음식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다. 그런데 기존 종가는 솔직히 담장이 높았다. 그런데 2000년을 넘어서면서 종부들의 마인드도 조금씩 달라진다. 2002년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농암(이현보)종택이 안동에선 선두로 고택스테이 공간으로 외부에 공개된다. 이때 반찬으로 안동의 대표적 종가음식 중 하나인 ‘명태보푸름’을 내 화제가 된다. 이런 가운데 20명의 안동 내 명문가 종부가 모여 ‘정미회’, 경북의 60여 종부가 모여 ‘경부회’를 결성한다.

가을바람이 삽상하게 분다. 식감에 민감한 사람은 이 무렵 서안동IC를 접어들면 종가 종부가 추석 차례음식 장만하는 냄새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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