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원으로 출발한 동네책방…4년만에 1천800만원어치 책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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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정림 시민기자
  • 2018-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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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곡동 동네책방 협동조합

문화기획·홍보물제작 등도 겸해

대구 이곡동의 동네책방이 기획, 주최한 어린이를 위한 마임공연. <김은아 동네책방 대표 제공>
사회학자 오찬호씨의 강연을 들으러 지난 6월 대구 달서구 이곡동에 위치한 동네책방을 찾았다. 하지만 강연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동네책방을 소개하는 리플릿에 씌여 있는 글귀였다.

“동네책방 OO협동조합(이하 동네책방)은 함께하는 삶의 가치를 담는 책방이며 책으로 소통하는 복합문화공간을 꿈꾸는 곳입니다. 동네책방에서 책을 사면 책값의 10%는 마을의 공동 마일리지로 적립됩니다. 저자초청행사 등을 기획하는데 쓰입니다.”

최근 다시 이 동네책방을 찾아 김은아 대표를 만났다. 얼마나 책을 많이 판매하기에 수차례 저자 초청과 문화 기획이 가능한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에 김 대표는 조용히 책 한권을 내밀었다. 그 책은 국내 최초로 자신의 서재를 서점으로 운영하는 괴산 미루마을의 숲속작은책방에 관한 내용이었다. 김 대표는 “이 책을 읽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작은 책방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2015년 8월, 참신한 아이디어와 최소 조합원 5명만 있으면 싹을 틔워준다는 ‘씨앗협동조합육성사업’에 선정됐다. 두번에 걸쳐 1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3개월 동안 괴산(숲속 작은책방), 통영(봄날의 책방) 등 4곳의 작은 도서관을 탐방하면서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이렇게 1년6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김 대표를 비롯한 조합원들은 지난해 1월 대구에서 제일 적은 출자금인 18만원(조합원 1인당 3만원 출자)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협동조합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 조합 개설 취지보다는 수익모델을 고민해야 했고, 일자리도 창출해야 한다는 중압감도 컸다. 하지만 이들을 지탱한 것은 한가지 소망이었다. 그것은 마을의 소소한 일상과 사라져 가는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 보고 싶다는 것이다. 때마침 신설된 ‘예비마을기업제도’를 통해 1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 지원금을 활용해 마을기업 워크북, 만나자 해보자 인터뷰집, 협동조합특성화 모델 사례집, 달성습지엽서 및 브로셔 제작을 했고, 북구 고성동 마을신문도 발행하고 있다.

이 책방의 주요 사업은 도서판매, 문화기획, 홍보물 제작 및 출판이다.

총 수입에서 도서판매는 전체의 10%에 머물고, 홍보물 제작 및 출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지출의 대부분을 문화기획에 투입하고 있으며, 가장 신명나는 일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동네책방은 올 3월 마을기업에 선정됐다. 이를 기념해 5월5일 ‘성서어린이날 한마당 잔치’에 정호재 마임리스트(극단 도적단 대표)와 함께 ‘너의 마음대로 나의 마임대로’를 주최해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초기 출자금 18만원으로 출발한 동네책방은 4년차에 접어든 현재 1천800만원 상당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

동네책방의 꿈은 자체 공간을 확보하는 것. 아직까지 대구시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와 마을교육공동체 와룡배움터에 한 코너를 빌려 무인서점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단 한권의 책도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책방 운영은 조합원이 번갈아가며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하루 4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이들에게 지급하는 것은 저녁식사비 5천원뿐.

동네책방은 이달 행사로 오는 8일 오후 2시에 ‘유럽커뮤니티 탐방기’ 주제로 김정현씨 강연을 진행하고, 25일에는 지역주민과 함께 옥천 공동체 마을을 탐방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책이 조금 더 팔리면 식비를 6천원으로 올리고, 작은 전용 공간을 갖고 싶다”며 소박한 꿈을 내비쳤다.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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