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조·서진달·백태호…격동기 대구화단을 돌아보다

  • 조진범
  • |
  • 입력 2018-11-13   |  발행일 2018-11-13 제24면   |  수정 2018-11-13
새인물 등장 세대교체 시기
내달 8일까지 대구문예회관
16일엔 관련 세미나도 개최
의미있는 전시다. 대구현대미술의 출발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은 1950년대 대구 화단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무대다. 최근 대구 예술의 아카이브 구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이라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김우조, 백태호 그리고 격동기의 예술가’라는 제목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대구 계성학교에서 서진달(1908∼47)을 사사한 김우조(1923~2010)·백태호 선생(1923~88)의 삶과 작품 세계, 1940~50년대의 예술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격동기라는 단어에 걸맞게 어려웠던 시절의 장면들이 캔버스를 통해 오롯이 펼쳐진다. 식민지 시기를 지나 광복기 이념 대립과 한국전쟁의 혼란기를 거쳐간 작가들의 자취가 드러난다.

대구문화예술회 측은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세대교체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1950년대의 기록과 작품을 볼 수 있다. 감춰졌던 1950년대 대구 화단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오는 16일 오후 2시에는 ‘해방과 한국전쟁기 대구화단의 흐름’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린다. 12월8일까지. (053)606-6136

◆김우조-목판화와 함께한 삶과 예술

20181113
김우조 작

고(故) 정점식 화백은 김우조 선생의 작품에 대해 “향토적인 애정과 정서를 담으려고 했다. 오랜 교편생활에서 익힌 스승의 자세로 성실하고 착실한 수법으로 그 시기 생활과 자연을 기록했다”고 했다. 김우조는 계성학교 재학 시절 스승 서진달의 권유로 1941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상했고, 그 경력으로 교사를 하게 됐다. 그는 정규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한계와 물감을 풍부하게 쓸 수 없는 경제적인 문제를 판화라는 매체를 발견하면서 극복했다. 독학으로 개척한 판화가 눈길을 끈다. 구상은 물론 추상 판화도 있다.

20181113
서진달 작
◆격동기의 예술가Ⅰ-서진달과 계성학교 제자들


1940년대 작가 탄생에 큰 영향을 미친 서진달과 계성학교 제자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서진달은 1941~42년 1년 정도의 비교적 짧은 기간 계성학교에 재직했지만 제자들에게 많은 자극을 줬다. 서진달의 영향으로 김우조·백태호·추연근·김창락·변종하 등 기라성 같은 화가들이 배출됐다. 서진달은 도쿄예술학교를 나와 정규 아카데미 교육을 받은 후 대구에서 제자를 양성한 첫 세대 미술 교육자였다. 세잔느에 경도된 서진달의 1940년대 작품과 계성학교 제자 변종하·김창락·추연근의 1950~60년대 작품이 전시됐다.






◆백태호-죽음으로부터 생명

20181113
백태호 작
백태호는 도쿄예술대로 유학까지 갔지만 징집으로 식민지 말기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좌우 대립이 극심했던 해방 공간에서는 자신의 소신과 표현을 탄압받았다. 1950년 부산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붉은 색을 많이 썼다는 이유로 고문을 받으면서 화가로서의 자유로운 의지가 꺾였다. 정물화를 그리며 평범함 속에 스스로를 묻었다. 말년에 고혈압으로 마비된 몸을 극복하면서 시작된 ‘날아오르는 명태 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고통과 좌절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작가의 1940년대 작품 경향을 추적할 수 있는 부산상업학교 재직 시절 삽화도 볼 수 있다.

◆격동기의 예술가Ⅱ-전쟁을 극복한 예술가들

1950년대 대구화단을 일군 향토작가와 피란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전쟁기 대구에서 있었던 ‘유화7인전’(1951) ‘대구화우회’(1952)와 같은 전시 자료가 최초로 공개됐다. 전쟁기 대구의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화가이자 영화감독 민경식이 제작한 ‘태양의 거리’(1952)도 볼 수 있다. 자연주의 화풍에서 탈피한 확장된 구상 화풍을 보여준 신석필·전선택·강우문 등의 작품도 전시됐다. 정점식·장석수·박광호 등이 시작한 추상화도 인상적이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