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위에 맨발 닿자 온몸 살아 숨쉬는 듯…잘 낫지 않던 당뇨도 정상치 회복”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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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5   |  발행일 2018-11-15 제34면   |  수정 2018-11-15
천천히 명상하듯 걸음 ‘느림의 미학’
아스팔트 벗어나 자연 살리는 생명운동
아이들에게 흙 있는 운동장 돌려줘야
“땅위에 맨발 닿자 온몸 살아 숨쉬는 듯…잘 낫지 않던 당뇨도 정상치 회복”
맨발학교 정기모임을 마치고 난 뒤. <맨발학교 제공>
“땅위에 맨발 닿자 온몸 살아 숨쉬는 듯…잘 낫지 않던 당뇨도 정상치 회복”
맨발걷기 예찬 박진형 만인사 대표

권택환 교장의 ‘맨발학교’를 펴낸 출판사는 지역에서 다양한 출판물을 펴내고 있는 만인사. 전 대구시인협회장을 지낸 박진형 만인사 대표도 권 교수의 권유로 맨발걷기에 뛰어든 후 마니아가 됐다. 그의 맨발걷기 예찬론을 들어봤다.

▶언제부터 맨발을 하셨나요.

“지난해 7월5일부터 했으니까 벌써 500일이 넘었습니다.”

▶맨발을 통해서 변화된 점은 무엇입니까.

“맨발걷기를 통해서 많은 변화를 체험했습니다. 무엇보다 건강을 회복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2년 전 종합검진에서 당뇨와 고지혈증 판정을 받았어요. 무엇보다 당뇨가 경계치에 다다랐는데 당뇨약을 먹지 않고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했으나 별반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권택환 교장을 만나고 그 다음날부터 곧바로 맨발걷기를 시작했습니다. 권 교장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구두와 양말을 내팽개치고 발에게 자유를 주었습니다. 삼복 더위의 땅 위에 맨발을 내려놓자 온몸이 금세 반응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관념이 아닌 생체험으로 온몸이 살아숨쉬는 것을 느끼는 것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으니까요. 두어 달쯤 지나자 몸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가장 큰 것은 당뇨가 잡히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간 식이요법을 하여 체중이 6㎏ 정도 빠졌는데 본래의 체중으로 회복되었고 기적처럼 당뇨도 정상치로 돌아왔습니다.”

▶맨발걷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 매력이 있지만 무엇보다 맨발걷기를 하면 자연과 직접 맨살이 닿는다는 점이에요. 맨발걷기는 자연을 되살리는 생명운동입니다. 맨발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첩경이에요. 18세기의 교육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역설했지요. 그의 선견지명이 지금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걸을 만한 길이 별로 없어요. 21세기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특히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우리의 경우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온 땅을 다 덮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콘크리트의 산물인 아파트와 차량의 홍수를 이루는 아스팔트가 도시의 상징물이지요. 정말로 맨땅이 그리운, 흙이 있는 땅이 그리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운동을 하다보면 어느새 자연친화적으로 몸이 변해 있습니다. 맨발은 중독성이 강합니다. 하루라도 빠지면 온몸이 근질거려요.”

▶느림의 미학도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건강을 챙기는 육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더 근원적인 문제가 맨발운동에 숨어 있습니다. 그것은 심리적인 문제인데 느림의 미학이랄까요. 시대의 반작용이라 할 수 있는, 빠름의 반대개념인 느림의 미학을 일깨워줍니다. 예를 들어서 차를 타고 가거나 신발을 신고 빨리 걸으면 발 아래 사소한 사물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그러나 맨발로 천천히 명상하듯 걸어가면 사물들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현대인들은 속도와 편리함, 이 두 마리 토끼를 위해 줄기차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직선이 아닌 곡선의 아름다움을 잊은 지 이미 오래인데 맨발걷기를 하면서 주위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보이지 않던 사물이 새롭게 다가왔어요.”

▶맨발걷기만이 아니라 흙 예찬론자 같습니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이 뛰놀아야 할 학교운동장이 폐타이어 우레탄으로, 인조잔디로 뒤덮여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우리들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며 시멘트문화에 길들여져 흙은 더럽다고까지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한 숟가락 흙 속에/ 미생물이 1억5천만 마리래!/ 왜 아니겠는가, 흙 한 술/ 삼천대천세계가 거기인 것을!’ 정현종 시인의 시구처럼 흙은 유익한 미생물의 보고입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흙이 있는 운동장을 돌려주어야 마땅하지요. 또한 나이 많으신 어른들에게 적합한 운동이 맨발운동입니다. 요즘 맨발식구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반짝하는 운동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맨발걷기를 할 수 있도록 맨발길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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