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스타일 스토리] 테디 베어 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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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30   |  발행일 2018-11-30 제40면   |  수정 2018-11-30
엄마 품같은, 어릴적 친구같은 포근함 ‘키덜트’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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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카멜컬러의 테디 베어 코트

곰 인형을 빼고 유년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짙은 어둠을 헤치고 예쁜 꿈나라로 가려면 잠자리 친구 하나가 필요했다. 엄마 품을 떠나 혼자 자는 추운 잠자리에 함께한 아기 곰은 친구 같았고, 엄마 품처럼 따뜻하고 포근했다.

유년 시절의 친구 테디 베어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이 최근 패션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테디 베어 코트라고 불리는 이 코트는 일명 ‘곰돌이 코트’ ‘시어링 코트’ ‘덤플코트’라고도 하며, 모두 곰 인형을 만드는 재료의 특징에서 유래된 용어다. 이것들은 주로 아크릴이나 폴리에스테르, 나일론으로 만들며 털이 긴 천, 혹은 털을 깎아 만든 듯한 시어링(Shearing) 소재, 양털 느낌으로 뒤덮인 귀엽고 복실복실한 부클레(Boucle) 소재들로 모두 모조 페이크 퍼(fake fur)의 일종이며 소재 표면의 풍성한 질감과 볼륨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테디베어와의 추억…잊어버린 꿈과 만남
귀엽고 자유로운 복고풍, 패션 트렌드 접수
오버핏 아우터·아찔한 스키니 세련된 조합

비윤리적 모피 생산 거부 ‘비건 트렌드’
동물이 행복한 세상…더불어 사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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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디 베어 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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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사이즈 핏의 시크한 테디 베어 코트

이번 시즌은 페이크 퍼를 이용한 옷이 유난히 많이 출시되고 있다. 좋은 퀄리티와 실용적인 페이크 퍼의 등장은 소비자 취향과 소비 패턴의 변화에 바람을 일으키며 패션의 역사에서 가장 럭셔리한 재료인 모피의 전통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화려한 양감과 풍부한 털은 더 이상 부의 상징이 아니라 비윤리적 동물학대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반모피 정서의 확대로 21세기 럭셔리패션을 표현하는 새로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1985년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동물보호단체가 형성되면서 진짜 모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구찌나 베르사체, 버버리 같은 명품브랜드로 하여금 퍼 프리(Fur Free)를 선언하도록 만들고, 스텔라 메카트니는 친환경적이며 공정 무역을 통한 인조 모피를 생산하기 시작함으로써,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가짜 모피의 유행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인조 모피는 천연 모피와 비교했을 때 패션소재로서 여러 가지 이점을 가지는데 특히 디자이너들이 창의력을 발휘하는데 좋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패션 피플들은 비윤리적인 모피 생산방식을 거부하고 비건 패션 트렌드(Vegan Fashion Trend)에 동참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모피를 대체할 실용적인 패션소재에 대한 사회문화적 요구가 대두되도록 했다. 여기에 모피 대용품으로 다양한 가격과 다채로운 브랜드들이 진보적인 스타일을 제안하게 되었는데, 현대적이면서 귀엽고 자유로운 감성의 테디 베어 코트가 유행의 중심에 섰다.

테디 베어 코트의 또 다른 유행 배경으로는 테디 베어를 가지고 놀던 세대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복고풍 키덜트(kidult) 문화의 확산이 큰 역할을 했다.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과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에게 어린 시절 함께 성장한 테디 베어는 위안과 향수를 소환하는 추억상품이며, 이를 영감으로 만들어진 테디 베어 코트는 잊어버린 꿈의 통로와 만나는 패션이 된 것이다. 키덜트적 소재 영감을 키워드로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테디 베어 코트는 이제 하이앤드 패션까지 접수하였으며, 이것을 21세기형 레트로 키덜트 패션으로 재해석해 풀어내고 있다. 레트로가 패션에서 스타일의 한 장르가 된 것은 1971년 이브 생 로랑의 S/S컬렉션부터다. 레트로나 키덜트 패션은 현대패션의 다양함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하나의 대안이며, 다양해진 대중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고, 동시에 질주하는 현대 문명의 변화와 불안을 친숙함과 편안함으로 전환시키는 독특한 문화현상이자 트렌드가 된 것이다.

전 세계 어린이들과 함께 성장한 테디 베어는 이제 120살이 다 되어간다. 곰 인형에게 특별히 붙여진 테디 베어(Teddy Bear)라는 이름은 미국의 26대 대통령 테어도어 루스벨트의 애칭인 ‘테디’에서 따온 것이다. 1902년 열린 곰 사냥에서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대통령을 위해 나무에 묶어 놓은 새끼 곰을 쏘지 않고 방사한 미담이 알려지면서 이 곰을 대통령의 애칭을 붙여 테디 베어라고 불렀다. 이 일화를 바탕으로 1902년 독일의 슈타이프사에서는 귀여운 봉제 곰 인형을 선보였고, 1903년 미국 시장에서는 이 인형을 루스벨트의 애칭을 따서 ‘테디 베어’라는 이름으로 판매해 테디 베어는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되었다.

현재 패션계를 장악하고 있는 친환경적 소비 패턴과 테디 베어가 가지고 있는 키덜트의 정서적 연대가 맞물리면서 테디 베어 코트는 이제 모피 옹호자와 반대자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적합한 소재이자 천연모피의 적절한 대안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테디 베어 코트는 소재감이 돋보이는 옷이므로 베이직한 기본형 디자인이 무난하며, 원 버튼의 와이드 칼라에 베이지, 브라운계열, 특히 캐멀 컬러가 가장 멋있다. 현재 트렌드는 오버사이즈 핏의 롱코트에 스트리트 무드를 담은 것이 대세이지만 힙길이의 봄버나 하프 재킷, 후디, 베스트, MTM 같은 아이템으로도 출시되고 있다. 테디 베어 코트는 캐주얼하게 어느 옷에나 스타일링해도 좋은데 스트레이트나 보이프렌드 블루진·블랙진, 아찔한 스키니와 매치하면 아우터의 오버핏 볼륨과 대비되면서 센스있고 세련된 조합을 완성할 수 있다. 조거나 요즘 유행하는 코듀로이 와이드팬츠에 하이힐과 앵클 부츠를 같이 매치하면 시크한 연출이 가능하고, 이너를 올 블랙으로 입으면 코트 디자인을 부각시켜 쉽게 멋을 배가시킬 수 있다.

동물을 살리고, 살아있는 동물의 털이 아니라서 더 따뜻한 테디 베어 코트! 우리와 함께 사는 이 세상의 동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없는 세상은 인간도 행복할 수 없다는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도 이제 패션계에서 모피에 대한 필요성은 점점 축소될 것 같다. 영남대 의류패션학과 교수

▨ 참고문헌 = http ://cafe.naver.com/djtextile/57119 Fur-Free Fashion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5438971&memberNo=1097200&vType=VERTICAL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1026352&memberNo=1972782&vType=VER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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