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코트로 ‘중무장’…발걸음은 실내로

  • 권혁준,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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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8 07:30  |  수정 2018-12-08 07:30  |  발행일 2018-12-08 제6면
‘대설’ 이름값…한파 표정
카페·속옷가게 등 깜짝 특수
10일까지 강추위 이어질 듯
패딩·코트로 ‘중무장’…발걸음은 실내로
기습한파가 몰아친 4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 외출 나온 시민들이 두꺼운 옷차림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절기상 ‘대설(大雪)’이자 올 겨울 첫 한파가 들이닥친 7일 오후 4시 대구 중구 동성로. 시민들은 산악인이 입을 법한 아웃도어 점퍼와 코트 차림도 모자라 목도리·장갑·마스크 등으로 중무장한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대륙성 고기압 영향으로 전날보다 기온이 10℃가량 뚝 떨어진 가운데 칼바람마저 몰아친 이날, 시민들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인상을 찡그리며 “앗 추워”를 연발했다.

아르바이트 하러 가는 길이라는 김채윤양(18)은 “별 생각 없이 평소 입던 대로 옷을 입고 나왔다가 봉변을 당한 기분”이라면서 “지하철 타고 와서 걸어가는 중인데 택시를 타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했다. 2·28기념공원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한 여성은 “추워서 도저히 안 되겠다”며 혼잣말을 하더니 갑자기 지하상가로 발걸음을 돌렸다. 버스 도착시각을 알리는 전광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반면 살을 에는 추위에도 옷맵시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폼생폼사족도 여럿 있었다. 비교적 얇은 옷차림을 한 박진수씨(23)는 “남들과 똑같이 두꺼운 패딩을 입기는 싫었다. ‘불금’을 즐기기 위해 춥지만 멋을 냈다”면서 “하지만 오늘은 너무 추워서 살짝 후회가 된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갑작스러운 추위로 카페와 속옷가게는 뜻밖의 특수를 누렸다. 카페 안에는 추위를 피해 들어온 시민들로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이들은 따뜻한 차를 들며 기습한파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속옷가게 사장 최선영씨(여·45)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기모레깅스가 남·여 고객 모두에게 잘 나가고 있다. 집에서 입을 수면바지를 사가는 사람도 많다”며 “지난해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지난주에 비해 손님이 늘어난 것은 확실하다”고 했다. 어묵을 파는 분식점 앞에는 따뜻한 국물을 맛보기 위한 시민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같은 시각 동대구역 앞 광장. 열차를 이용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시민은 체온을 조금이라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털모자를 덮어쓰고 한 손은 주머니에, 나머지 한 손은 소매를 한껏 내린 채 여행용 가방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만난 신주연씨(여·34)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목도리와 마스크를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바람이 많이 불어 체감온도가 더 떨어지는 듯하다”며 “폭염이 기승을 부린 해의 겨울은 유난히 춥다던데 올 겨울은 또 얼마나 추울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한 시민은 역사 내 편의점에서 구입한 따뜻한 캔커피를 볼에 갖다 댄 채 택시승강장까지 겨우 발걸음을 옮겼다. 김남현씨(29)는 “바깥이 워낙 춥다 보니 대합실 안도 그리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사서 기차가 올 때까지 이곳저곳 돌아다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기상청은 이번 한파가 오는 1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8일 아침 최저기온은 대구·경주 -6, 포항 -4℃, 안동 -9℃이며 낮 최고기온은 대구·포항·경주 1℃, 안동 0℃로 예측됐다. 일요일인 9일에는 최저기온 -12~-4℃, 최고기온 0~4℃의 분포를 보이겠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11일부터 대륙성 고기압이 잠시 주춤하면서 일시적으로 날이 풀리겠지만 이내 본격적인 추위가 몰려올 전망”이라며 “주말 동안 추위가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뿐 아니라 농·축산물관리와 동파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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