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읽지 않는다!…그림처럼 보고 몸으로 느낀다!

  • 조진범
  • |
  • 입력 2018-12-12   |  발행일 2018-12-12 제22면   |  수정 2018-12-12
20181212
이지영 작

올해 대학 수능시험을 치르느라 고생한 예비 대학생들에게 강추다. 지겹도록 책을 봤겠지만 새로운 책과 텍스트를 만날 수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남다른 의미로 책이 다가올 수 있다. 경북대미술관에서 ‘예술을 쓰다, 책을 그리다’라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타이틀이 의미심장하다. ‘이미지를 보고 텍스트를 읽는다’로 표현되는 통상의 개념을 살짝 비틀었다.

이남미 경북대미술관 큐레이터는 “사전적 의미를 떠나 텍스트를 수용하는 방식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실제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읽는 텍스트가 아니라 그림처럼 보는 텍스트를 볼 수 있다. 텍스트를 보는 게 흥미진진하다. “기존의 책이 가진 물리적인 틀과 사고에서 벗어나 다른 의미와 형태를 보여준다”는 경북대미술관 측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예술을 쓰다, 책을 그리다’展
텍스트 수용하는 방식에 주목
통상의 개념 살짝 비틀어 제안
자갈마당·세월호 관련 책 소개

20181212
홍승희 작

전시는 두 파트로 나뉘어졌다. 출판사인 ‘닻프레스’와 ‘사월의 눈’, ‘마르시안스토리’의 책을 만나는 방과 여러 감각을 동원해 작품을 접하는 방이 따로 존재한다. 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작품이 이채롭다. 텍스트를 풀밭처럼 만들어 놓고 작가가 뛰어다니는 영상을 틀어놓았다. 읽고 해석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텍스트로 전환시킨 작품이다.

전시장에서 가장 처음 만나는 임봉호 작가의 ‘네 사전에는 없다’ 시리즈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이는 게 사실일 수 있으나 진실은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이창훈 작가의 ‘2014년에 태운 2015년’은 매일 담배 한 대씩을 태워 시간의 흔적으로 기록한 책이자 달력이다. 이지영 작가의 사진도 눈에 확 들어온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한 작품이 아주 재미있다. 홍승희 작가의 ‘깊이에의 강요’가 갖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저마다 다른 감정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박성연 작가의 영상은 따뜻하다. 관람객들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영상에서 보여지는 손동작의 의미를 서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윤기언 작가와 고길숙 작가, 하므음 작가의 작품도 색다르다.

혜순황 작가는 소리를 듣고 관람객이 직접 드로잉을 하는 체험작품을 내놨고, 성기완 작가는 아이를 낳던 때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소리 항아리를 설치했다.

출판사의 방에선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책 자체가 예술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전혀 다르게 접근한 자갈마당과 세월호 관련 책을 만나 볼 수 있다. 2019년 1월29일까지. (053)950-7968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