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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황금돼지와 친하게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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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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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사람들은 올해는 특히 황금 돼지해라 부르며 그간 힘든 경제사정이 좀 나아지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사실 돼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리에게 유익한 동물입니다. 돼지의 머리는 고사를 지내는 상의 가장 중앙에 놓여 풍요를 가져오길 기원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몸은 단백질과 비타민 B가 풍부한 삼겹살로 피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특히 비타민 B는 피로 회복에 필수적인 영양소로 주로 육류에서 제공받는데, 육류 중에서도 돼지고기가 소고기나 닭고기에 비해 8~10배 높은 양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돼지는 단순히 육류용 동물로만 취급되기도 하지만, 실제 돼지는 의료용으로도 매우 유용한 동물입니다. 세계는 돼지의 장기를 이용한 이종장기이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2017년 8월 ‘사이언스’에는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조지 처치 교수 연구진이 바이오기업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로 돼지 고유의 바이러스를 없앤 장기이식용 복제 돼지를 만들었다는 기사가 발표되었습니다.

뇌연구를 하는 입장에서도 돼지는 매우 유용한 실험동물인데, 2018년 ‘MIT테크놀로지 리뷰’에 매우 흥미로운 기사가 발표되었습니다. 돼지의 몸에서 분리한 돼지 뇌 속의 혈관에 산소를 공급하는 기술을 사용하여 무려 36시간이나 살려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는 향후 인간의 몸에서 분리한 뇌를 손상시키지 않고 보관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중요한 가능성을 제공하였습니다. 실제 2017년부터 이탈리아 신경외과 전문의인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와 중국 하얼빈의과대학 신경외과 렌 샤오핑 교수는 ‘해븐 프로젝트(HEAd anastomosis VENture Project, 머리 이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머리 아래로 전신이 마비된 장애인의 머리와 뇌사자의 몸을 연결하려는 시도인데, 이번 몸에서 분리된 돼지 뇌를 장시간 손상없이 보존하는 기술은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담보하는 중요한 기술이 될 것입니다. 돼지를 이용한 연구 덕분에 우리가 일본 SF애니메이션 ‘공각기공대’에서나 보던, 뇌는 사람이며 몸은 로봇인 사이보그를 만날 날이 머잖은 것 같습니다.

그럼 돼지 지능은 얼마나 될까요? 우리는 보통 돼지가 미련하다 생각하는데, 2015년 에모리대 로리 마리노 박사가 ‘비교 심리학지(Journal of Comparative Psychology)’에 밝힌 연구결과를 보면, 돼지는 침팬지나 돌고래 수준의 높은 지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돼지 지능은 IQ 75~85 정도이며, 사회성도 매우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돼지는 장기 기억 능력이 좋아 같은 실수를 잘 반복하지 않는다고도 합니다.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에서 보면 첫째 돼지는 지푸라기, 둘째 돼지는 나무로 허술하게 집을 지어 모두 늑대에게 당하지만 셋째 돼지는 벽돌로 튼튼하게 집을 지어 살아나는 것은 물론 굴뚝으로 들어오는 늑대를 굴뚝 밑에 물 끓인 솥을 놓아 막습니다. 이는 좀 과장하자면 실수를 바탕으로 성장해가는 영리한 돼지 이야기라 할 수도 있겠죠? 동화 수준을 넘어 몽테뉴의 수상록에 등장하는 ‘피론의 돼지’는 혼란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현명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돼지가 영리한지, 현자인지는 아직 뇌연구자들이 더 연구를 해보아야 하겠지만, 그래도 올해 웃는 얼굴 황금돼지 저금통 하나 옆에 두고 항상 웃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그것만으로도 아주 행복한 한해를 보내는 현명한 방법은 아닐까요?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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