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의 대학 입시 로드맵] 공부를 빨리 하려고 하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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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1 07:41  |  수정 2019-07-01 07:57  |  발행일 2019-01-21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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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컨설턴트·박재완 입시전략연구소장>

저번에 이어 이번에도 헬스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한번은 헬스를 하는데 코치가 필자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천천히 천천히’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빨리 하다가는 운동 효과도 떨어지지만 더 큰 문제는 다치기 쉽다는 것이다. 호흡을 제 타이밍에 하지 못해 근육이 다칠 수도 있고 관절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며 천천히 그러나 정확한 동작으로 하기를 권했다. 아마 운동은 힘이 들고, 특정 동작을 15회는 반복해야 되겠고 하니 어떻게든 빨리 끝내야 겠다는 생각에 필자의 동작이 점점 빨라졌고 코치는 그것을 지적한 것이다.

현재 예비 고3 수험생들이 공부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각보다 시간은 빨리 흘러서 어느새 1월 말이고 해야 할 것은 많고. 이제 조금씩 답답해지고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모두가 기출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하라고 하는데 아직 반도 못 본 것 같고, 그러다보니 어서 빨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즉 필자처럼 어서 빨리 끝내자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 그런 마음을 먹게 되면, 운동을 하다 근육이나 관절을 다치는 것처럼 공부에 큰 상처가 나기 쉽다.

모든 과목에는 핵심적인 교과 능력이 있다. 국어는 문장의 속뜻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 수학은 기본적인 탄탄한 계산 능력, 영어는 풍부한 어휘력, 탐구는 기본 개념에 대한 철저한 이해 등이 그것이다. 이 모든 것은 단시간에 길러질 수 없는 것들이다. 많은 시간과 그만큼의 시행착오가 보태어졌을 때 이들 능력은 온전히 학생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시간에 쫓겨 소위 ‘양치기’를 하기 시작하면 이들 능력을 기를 기회를 놓치게 되며, 이후 고난도 문제나 조금이라도 변형된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양치기와 같은 양적인 공부가 필요 없다거나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문제풀이 양을 많이 쌓아야 하는 공부도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기초가 탄탄히 다져진 이후 그 기초를 보다 단단하게 다진다거나 혹은 이것을 다양하게 응용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것이다. 즉 양치기는 기초가 쌓인 이후 해야 할 공부 단계다.

따라서 지금 예비 고3 수험생들은 많이보다는 정확도에 더 신경써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 한 지문 혹은 한 문제를 보더라도 자신의 능력으로 끝까지 분석하고 해설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비교해 보는 공부, 기본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공부 등이 필요한 시기다. 게다가 겨울 방학인 지금 이 시기만큼 한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서 공부할 수 있는 시기는 없다. 당장 개학을 하고 나면 빡빡하게 짜인 하루 일과에다가 내신이나 각종 학교 행사들로 인해 자투리 시간은 많아지지만 장시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공부를 빨리 하려고만 하지 말자. 그래야 지치지 않고 완주할 수 있다.
<대학입시컨설턴트·박재완 입시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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