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복호산·지룡산 (伏虎山 681m·池龍山 659m) 청도군

  •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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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01   |  발행일 2019-02-01 제37면   |  수정 2019-02-01
운문사 에워싼 연꽃처럼 피어난 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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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암 갈림길 직전 전망대에서 본 운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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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구간 봉우리를 지나서 본 복호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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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룡산 정상에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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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 삼층 쌍탑.

운문사 입구인 청도군 운문면 신원삼거리에 이르면 우뚝 솟은 복호산이 정면을 막아선다. 복호산(伏虎山·681m)·지룡산(池龍山·659m)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영남알프스 산군에서 뻗은 산줄기로 해발 700m에 못 미치는 낮은 산이지만 산세를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들머리는 신원삼거리 주변에 차를 세우고 정면에 보이는 밀성손씨 묘역 사이로 오른다. 넓게 조성된 묘역을 지나면 주렁주렁 내걸린 안내 리본들이 숲 사이로 길을 끈다.

시작부터 가파른 길이지만 지그재그로 난 길이라 크게 힘들지 않다. 10분정도 오르니 신원리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바위를 만난다. 전망바위에서 얼마 오르지 않아 아랫마을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던 지상파 안테나를 지나고 곧바로 무덤 한 기를 통과한다. 무덤을 지나면서부터는 지나온 길과는 상황이 달라진다. 수십m나 되는 거대한 바위봉우리가 딱 버티고 서있다. 봉우리 앞에 다가서자 정면으로 가느다란 밧줄이 나무에 걸려있고, 그 아래에 오른쪽으로 돌아 오르도록 리본을 걸어두었다. 응달에 얼음이 언 곳도 있어 우회를 하려는데 동행한 일행이 먼저 밧줄을 잡고 오르고 있다. 7m쯤 되는 높이의 바위를 기어오르니 톱날 같은 바윗길을 연속으로 지나야 하는데, 바닥에 얼음이 얼어있고 오른쪽은 절벽이라 자세를 낮춰 기듯이 조심스럽게 구간을 지난다. 위험한 구간은 다 지났겠다 싶은데 여전히 밧줄을 타고 올라야하는 구간이 또 나타난다. 산행 시작부터 혼쭐이 나고 올라선 봉우리는 아래에서 본 복호산이 아니었다. 복호산을 오르기 전에 가로막고 있던 봉우리이고 복호산은 정면 저만치 앞에 우뚝하다.

영남알프스 산줄기
낮은 산세이지만
입 딱 벌어지는 풍경

응달진 얼음 언 곳
밧줄 잡고 올라
톱날 같은 바윗길
조심스럽게 지나니
호랑이 엎드린 형상
복호산 정상 표석

정상 지룡산성
지룡의 아들인
후백제 견훤이 쌓은 성

능선 따라 내려서면
평평한 전망바위 조망
발아래 보이는 내원암

포장길 걸어 내려서면
운문사 경내에 들어
지나온 길 올려다 보니
대단한 위용에 감탄

힘겹게 오른 봉우리를 내려서니 ‘복호산 정상, 신원삼거리, 운문사정류장’이라 적힌 이정표가 서있다. 처음 만나는 이정표이고 운문사 주차장에서 바로 올라오는 길 삼거리다. 안부를 지나 능선으로 올라서면 오른쪽은 절벽을 이루고 정면으로 운문산까지 바라보이는 전망바위다. 복호산 정상 바로 아래에 잔설과 얼음이 깔렸고 밧줄을 잡고 오르지만 지나온 봉우리와는 다르게 고빗사위 길은 아니다. 멀리서 보이던 훤칠하고 기세등등해 보이던 복호산 정상에 오르니 정상표석만 세워져있을 뿐 사방이 숲에 가려 조망은 어렵다. 호랑이가 엎드린 형상의 산이라고 붙여진 이름 복호산이고, 운문사를 사이에 두고 호거대, 운문사 입구와 범종루에 붙은 편액에 ‘호거산 운문사(虎踞山 雲門寺)’로 쓰여 있는 등 호랑이와 얽힌 산과 봉우리가 많다.

복호산 정상에서 지룡산으로 가려면 오르던 길 정면의 능선을 따라 안부로 내려가야 하는데 오른쪽 북대암으로 이어진 길이 더 선명해 자칫 그 길을 따르기 쉽다. 안부로 내려서면서부터 능선을 따라 석축의 흔적이 남아있다. 어떤 곳은 온전한 성벽을 이룬 곳도 있고, 토성처럼 다져진 흙으로 된 구간도 있다. 지룡산 정상부를 중심으로 남아있는 지룡산성의 흔적이다. 지룡산성은 지룡의 아들인 후백제의 견훤이 성을 쌓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운문산성·호거산성으로도 불리고 있다. 산성의 성벽을 따라 길이 나있어 지룡산 정상을 오르기에는 힘들지 않다.

지룡산 정상에도 정상표석과 삼각점이 놓여있을 뿐 복호산과 같이 조망은 없다.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200m쯤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평평한 전망바위가 있다. 발아래는 운문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정면의 바위봉우리인 호거대, 그 왼쪽으로 호거산, 억산, 운문산이 연꽃처럼 에워싸고 있다.

전망바위에서 내려와 능선을 따르면 아름드리 소나무 두 그루가 서로 기대어 자라고 있고, 바위구간이 이어지면서 곳곳에 시원하게 조망이 트여 주변 산들을 가늠해볼 수 있어 눈이 즐겁다. 올망졸망한 바위능선을 지나 민둥하게 보이는 내원봉을 오르기 전 안부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정면에 보이는 내원봉, 삼계봉을 넘어 사리암으로 하산해도 되지만 일행들은 내원암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특별한 이정표 없이 안내 리본만 몇 장 걸려있는 곳이라 눈여겨 보아야 할 지점이다.

오른쪽 산허리를 따라난 길로 들면 내원암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초입은 낙엽이 깔려있어 희미하지만 작은 능선을 만나면 선명한 산길이 드러난다. 주로 참나무가 자라는 능선인데 경사가 가파른 구간은 눈 위를 밟은 것처럼 미끄럽다. 발아래 내원암이 내려다보이고 지나온 지룡산과 능선을 마주보며 내려선다. 마사토가 깔린 미끄러운 구간을 지나 계곡으로 내려서니 겨울 가뭄에도 얼음이 두껍게 얼어있다. 계곡을 횡단해 건너 산죽이 자라는 숲길을 따르다가 다시 계곡으로 내려선다. 바윗돌이 깔린 계곡을 따르다가 사방댐을 지나 대나무 숲을 지나면 내원암 뒷마당에 들어선다. 내원암을 둘러보며 감로수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도로를 따라 걷는다. 10분쯤 내려서니 오른쪽으로 청신암 오르는 갈림길을 지난다. 내원암, 청신암, 복호산 아래 북대암 등 비슷한 높이의 운문사 부속 암자가 여럿 있다. 평탄한 포장길을 타박타박 걸어 내려서니 북대암 갈림길 못미처 왼쪽에 운문사 경내다.

운문사 경내에 들어 지나온 복호산과 지룡산을 올려다보니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그 위용이 대단하다.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보고 운문사 입구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은 산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숲 사이로 데크를 깐 편한 길이다. 매표소가 가까워지자 아름드리 소나무 숲 사이로 길이 나 있다. 매표소를 통과해 상가와 주차장을 지나고 찻길을 따라 1.5㎞를 더 가야 들머리로 잡았던 신원삼거리다.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으나 줄지어 찻길을 걷는다. 오전에 기어올랐던 절벽 같던 봉우리를 올려다보며….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산행길잡이

신원삼거리 -(1시간20분)- 운문사주차장 갈림길 -(6분)- 복호산 -(25분)- 지룡산 -(30분)- 내원암 갈림길 -(40분)- 내원암 -(30분)- 운문사 -(30분)- 신원삼거리

복호산과 지룡산은 영남알프스 가지산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로 암봉을 오르내리는 바윗길과 부드러운 능선길을 골고루 만날 수 있고, 주능선에 올라서면 영남알프스 운문산과 억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이어진 능선이라 조망이 시원스럽다. 지룡산을 오르면 운문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운문사를 에워싼 주변 봉우리들이 연꽃으로 피어난다. 복호산에서 북대암으로 내려가거나 내원암으로 내려가는 길 등 하산지점이 여러 곳이 있어 역량에 맞게 계획을 잡으면 된다. 운문사까지는 약 7㎞, 신원삼거리까지 되돌아나가면 전체 산행거리는 약 9㎞로 4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 교통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청도 나들목에서 내려 20번 국도를 따라 운문면에 이르면, 운문댐 방향의 69번 지방도를 따라 운문사, 언양 방향으로 약 9㎞를 가면 신원삼거리에 이른다.

☞내비게이션: 청도군 운문면 운문로 1558(신원삼거리 승호장가든)

☞ 볼거리

운문사 =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에 위치한 운문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 본산인 팔공산 동화사 말사다. 560년(신라 진흥왕 21년)에 창건하였고, 608년(진평왕 30년)에 원장법사가 크게 중창하였다. 운문사는 주변의 높은 산에 둘러싸인 평지에 자리한 거찰이다.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으로 비로전 앞 3층 석탑(보물 제678호)이 쌍탑으로 마주보고 있으며, 금당 앞 석등(보물 제193호), 원응국사비(보물 제316호), 석조여래좌상(보물 제317호) 등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180호로 지정된 처진 소나무도 만세루 앞에 자리하고 있다.

1958년 비구니 전문 강원이 개설되었고, 1987년에 승가대학으로 명칭이 바뀌어 승려들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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