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工神으로 가는 비밀노트] 대구여고 졸업 서채원

  • 이효설,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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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1 07:42  |  수정 2019-02-11 09:15  |  발행일 2019-02-11 제15면
“왜 정답인지, 확실히 아는 훈련으로 수능 국어 만점”
20190211
서채원씨가 지난달 23일 대구시교육청 동관 1층에서 자신의 국어문제 풀이법을 요약한 종이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서씨는 이달말 경북대 의예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148명. 2019학년도 수학능력평가시험의 국어 영역 만점자수다. 전체의 0.027%에 해당하는 수치다. 문제는 앞으로도 수능 국어에서 더 어려운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어는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도 만만한 과목이 아니다. 가장 어려운 과목을 꼽으라면 대부분 국어라고 한다. 국어는 짧은 시간에 긴 지문을 읽고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데 이런 훈련은 단기간에 힘들다. 학원, 고액 과외도 별 소용이 없다.

지난달 23일 대구시교육청 동관 1층 한 카페에서 지난해 대구여고를 졸업한 서채원씨(21)를 만났다. 이번 수능에서 국어 만점을 받았다. ‘국어가 이 정도로 어려웠는지 거의 체감하지 못했다. 시험장에서 채점을 마치고 나와보니 다들 어렵다고 했다’는 서씨에게 수능 국어 공부방법에 대해 물었다.


국어는 기술’ 객관적 정답 찾는 게 중요
만점자도 지문 모두 이해하고 풀진 못해
문제집 많이 풀기보다 기출문제로 공부

먼저 단락 나누며 지문의 소재부터 파악
문과형·이과형 유형에 따라 다른 주안점
한 단락씩 읽고 해당 문제 찾아 푸는 연습



△독서가 국어 고득점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고등학교 입학한 후에는 독서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시험을 잘 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나는 활자를 읽는 일에 친숙한 편이다. 초·중학교 때 엄마, 동생과 함께 동네 도서관에 자주 들렀다. 도서관 분위기가 좋았고 중학교 때까지 책을 많이 읽었다. 친구들에게 책을 좋아한다는 소릴 들었던 것 같다. 그 덕택인지 나는 읽기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국어 지문이 재밌다고 느끼진 않지만 소재를 찾고 내용을 이해하면서 쭉 읽어내려가는 행위가 익숙하다고 느꼈다.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국어 문제를 풀이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먼저, 지문의 소재를 파악한다. 단락을 나누면서 쭉 훑으며 무엇에 대한 이야긴지 인지하는 것이다. 소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읽으면서 무엇 위주로 읽어야겠다는 계획이 서기 때문이다. 모든 지문은 유형이 있다. 이과형 지문은 유형이 비슷비슷하다. 이과생이어서 소재도 익숙한 편이다. 나는 5~10초간 소재가 뭔지 훑고 나서 지문의 종류를 파악한다. 문과형 지문은 철학인지 경제인지 분류한다. 철학 지문이라면 보통 한 사람의 주장, 반박, 한계점이 나오고 때로는 다른 사람의 주장도 제시된다. 경제 지문의 경우 상황에 따라 분류된다. 가령 ‘환율이 높으면 A 낮으면 B’ 하는 식이다. 다양한 종류의 지문이 나오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이런 유형 정도를 못 벗어난다.”

△소재를 파악한 후 문제를 먼저 읽는다고 하더라.

“맞다. 지문을 보기 전에 문제를 대충 읽어본다. 선지는 안 본다. 그다음 지문으로 간다. 한 단락 읽고 해당 문제를 찾아 푼다. 지문을 다 읽고나면 문제를 다 풀게 된다. 대부분 문제는 한 단락을 제대로 읽으면 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나온다. 내용확인만 하면 풀 수 있다. 다만 논지전개방식을 묻는 문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풀 수 있다. 또 올해 수능국어 31번 문제 같은 응용문제, 어휘력을 묻는 문제 등이 나온다. 지문을 읽는 방법이 중요하다. 그냥 쭉 내려가면서 읽으면 내용이 다 이해 안 될 경우 당황한다. 그러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지금까지 말한 것을 정리하면 ‘단락 매기며 소재 파악하기-문제 유형 알기-한 단락씩 읽으면서 해당 문제 풀기’로 요약된다. 이렇게 해서 놓친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하는가.

“그 문제로 돌아가 다시 지문을 읽고 연구한다. 시간을 줄여가며 문제를 푼 만큼 집중할 시간이 남아있다. 다시 한 번 찬찬히 보면서 푸는데, 이 과정에서 실수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상당수 학생들이 지문을 구조화해 읽더라. 자신만 아는 암호로 줄을 긋거나 표기를 하던데….

“필기하며 읽고 이해하는 게 복잡하게 느껴졌다. 오롯이 읽는 데 집중이 안됐다. 표기하는 데 시간도 들고…. 나한테는 안 맞는 방법이었다.”

△평소 국어 문제집을 많이 풀었나.

“학원에서 보는 수능특강과 기출모의고사 위주로 공부했다. 문제집은 거의 안 풀었다. 수능 같은 큰 시험은 정답이 객관적이라고 믿었다. 오류, 논란의 여지가 없고 답이 확실한 문제만 나올 것이므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낸 기출문제 중심으로 공부하면서 평가원의 관점에 스스로를 맞추려는 훈련을 했다. 가령 선지를 볼 때 ①~④가 왜 정답이 아닌가보다 ⑤가 왜 정답인지 확실하게 아는 훈련을 했다. 기출문제는 이런 훈련을 돕는데 최적화돼 있다. 올해 수능 국어 31번 문제를 풀 때 다른 선지에 대해선 모호했는데 정답 선지를 보니 답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중요한 건 ‘답은 명백하다’는 것이다. 다른 선지에 매몰돼 정답을 놓치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수험생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있다면.

“국어는 한 번 점수를 올리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일종의 보험 같은 영역이다. 문제를 많이 풀겠다는 욕심보다 객관적이고 오류 여지가 없는 수능 기출문제를 통해 정답이 정답인 이유를 확실하게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점자도 국어 지문의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진 못한다. 문학 문제는 다소 주관적이지만 이마저도 수능에서는 객관적으로 출제된다. 국어는 기술이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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