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손님 전신화상 신음…윗층 주민들은 호흡곤란

  • 양승진 민경석 정석규 수습 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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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0   |  발행일 2019-02-20 제3면   |  수정 2019-02-20
■ 끔찍했던 비상탈출 순간
건물 5∼7층 아파트 입주자들
옥상·계단으로 가까스로 대피
일부는 넘어져 골절상 입기도
목욕탕 손님 전신화상 신음…윗층 주민들은 호흡곤란
19일 오전 7시11분쯤 대구시 중구 포정동 주상복합건물 4층 목욕탕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관이 미처 탈출하지 못한 시민을 대피시키고 있다. 이날 화재로 2명이 숨지고 81명이 다쳤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19일 오전 9시35분 잔불 진화 작업이 한창인 대보목욕탕 건물(대구시 중구 포정동). 메케한 냄새가 1층 입구에서부터 진동했다. 계단에는 화재 진화에 쓰인 소방용수가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냄새는 화재가 발생한 4층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심했다. 목욕탕 곳곳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천장에는 전선이 삐져나와 있고, 바닥에는 벽체 잔해와 초기 진화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소화기가 널부러져 있었다.

소방관들은 손전등 불빛에 의존한 채 잔불 진화와 함께 미구조자가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남탕 입구에서는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경찰 합동감식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재는 전기합선에 의한 화재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이른 시각 발생한 화재로 인해 107가구가 거주하는 건물 5~7층 아파트는 아수라장이 됐다. 가까스로 화마를 피한 생존자들은 화재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주민들의 전언에 따르면 당시 아파트 각 층 복도에는 옥상으로 대피하려는 주민들로 가득했고 어린아이 울음소리도 들렸다. 6층에 거주하는 이모씨(52)는 “차오르는 연기에 놀라 어머니를 모시고 계단으로 내려가는 중 어머니가 계단에서 넘어져 고관절이 부러졌다”며 “4층 비상계단 밑에서는 온몸에 화상을 입은 목욕탕 손님이 신음하고 있는 것을 봤다. 정말 끔찍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건물 7층에 거주하는 구상화씨(29)는 “아침에 누워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경보음이 울렸다. 평소에도 경보기 오작동이 잦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느낌이 이상해 창문을 열어보니 복도에 연기가 가득차 있었다”고 했다. 이어 “연기가 자욱해 앞도 안 보이고 수건에 물을 적셔 입과 코를 막았지만 호흡이 힘들었다. 난간 등을 더듬으며 겨우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화재현장을 찾은 주민도 있었다. 이날 오후 3시쯤 만난 박모씨(여·70)는 “4층에서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아파트 5층에 살고 있는 지인에게 오전부터 계속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사망자가 임시로 안치된 장례식장에는 소중한 가족을 잃은 통곡소리가 새어나왔다. 유족의 얼굴에는 비통함이 가득했다. 사망자 A씨(74)의 부인 B씨(73)는 “왜 저리 시커멓노. 부검은 도대체 왜 하노”라고 울부짖었다. B씨의 동생은 “화재의 1차적 책임은 목욕탕과 소방점검 등 이를 관리한 사람들에게 있을 것이다.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사망자 C씨(64)는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현재 C씨의 빈소는 친구들이 지키고 있다. C씨가 혼자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가족을 수소문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정석규 수습기자 jskhis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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