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산업계 ‘육체노동 연한 상향 판결’ 반응

  • 최수경,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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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2 07:40  |  수정 2019-02-22 07:40  |  발행일 2019-02-22 제13면
‘노인연령 상향’ 급물살 탈듯…정년연장 논의 ‘신중’
경총 “임금 외에도 변수 많아
노·사·정 공감대 형성 필요”
상의 “법적으론 연관성 없어”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 연한을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산업·복지·고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사회적 논의에 불씨를 댕기고 있다.

◆기업 부담 줄이기 위한 노력 필요

이번 대법원 판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산업계의 정년 연장 논의다.

산업계에서는 이런 논의가 필요하다는 일부 여론이 생길 수 있겠지만, 노동가동 연한과 정년이 법적으로 관련이 없고 정년을 늘리려면 더 넓은 범위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장 논의가 진전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정년 연장 문제는 육체적으로 가능한 노동력의 정도만 따지는 노동가동 연한보다 훨씬 복잡한 사안인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당장 변화가 생기긴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대법원이 판결한 육체 노동가동 연한은 단순히 기능적인 노동 가능성을 보는 것이나 정년 연장은 노동의 사회적 의미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별개의 사안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 관계자는 “정년 연장은 기업의 지불능력과 임금체계 개편, 사회보험제도의 변화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해 노동가동 연한 조정보다 의미가 훨씬 크다"며 “노·사·정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측도 “노동가동 연한이 65세로 상향되니 정년도 65세로 높이자는 국민 정서상 압박은 있을 수 있겠으나 법적으로는 연계된 접점이 없다"면서 이른 시일 내 정년 연장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계는 향후에라도 정년 연장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다면 노동시장 유연화와 임금피크제 등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장은 “과거 정년이 60세로 연장됐을 때 임금피크제 도입을 의무화하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높은 인건비로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정년을 더 늘린다면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기업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인연령 상향 사회적 논의도 시동

정부가 시동을 건 노인연령 상향을 위한 사회적 논의도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와 통계청,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에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게다가 수명연장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도 2030년에는 세계 1위로 올라선다.

하지만 심각한 저출산과 급격한 고령화로 인구감소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 고용과 성장에 큰 장애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2018년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3천679만6천명으로 2017년보다 6만3천명 줄었다.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 것은 2018년이 처음이었다. 내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24만3천명 줄고 2025년에는 42만5천명 감소할 것이라고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인구절벽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65세 이상 인구는 2000년 통계작성 이후 매년 빠짐없이 증가했고 2018년에는 전년보다 31만5천명 늘어난 738만6천명이었다.

건강 상태 개선과 수명 증가 등의 영향으로 65세 이상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 연령대의 취업자는 2011년부터 작년까지 8년 연속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조정하면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면서 고령화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노인연령이 70세로 상향되면 2040년 생산가능인구는 424만명 증가하고, 고령 인구 비율은 8.4% 감소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노인연령을 올려서 은퇴 시기를 60세에서 65세로 5년 연장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높이면서 출산율을 증가시키면 향후 10년 이내에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2% 후반, 20년 내에는 1%를 유지한다는 연구결과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급격한 노인연령 상향 조정은 심각한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보고 단계적 접근을 통한 사회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하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다.

노인연령 상향 문제는 정년연장뿐만 아니라 기초연금, 국민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지하철 무임승차와 같은 각종 복지 혜택 기준과도 관련이 있어 고령자의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부처와 전문가 등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노인연령 상향 논의를 본격화해 나갈 계획이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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