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사바하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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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2   |  발행일 2019-02-22 제42면   |  수정 2019-02-22
神이 있다면 선한 존재일까…‘신흥종교’의 강렬함과 미스터리
20190222

“신은 과연 존재할까.” “만약 존재한다면 신은 무조건 선한 존재일까.” 영화 ‘사바하’는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한다. 한 시골 마을에서 쌍둥이 자매가 태어난다. 한 쪽 다리가 온전치 못한 채 태어난 금화(이재인)와 온몸에 털이 난 흉측한 괴물 모습의 언니다. 사람들은 언니가 오래 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해 출생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당연히 이름도 없이 ‘그것’으로 불린다. 하지만 두 자매는 모두 살아남아 올해 16세가 됐다.

한편 종교문제연구소 박목사(이정재)는 오래전부터 사슴동산이라는 신흥 종교 단체를 조사 중이다. 그 와중에 영월 터널에서 여중생이 사체로 발견되고, 그는 이 사건이 사슴동산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직감한다. 하지만 터널 사건의 용의자가 자살하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정비공 나한(박정민)이 용의자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박목사는 좀 더 깊숙이 그 실체를 좇는다.


‘검은 사제들’장재현 감독, 낯선 종교 소재 풀이
시작부터 반전 드러나는 후반부까지 전율 느껴



2015년 ‘검은 사제들’로 한국형 오컬트 무비의 성공가능성을 보여준 장재현 감독은 이번에도 종교를 소재로 한 영화 ‘사바하’로 관객을 찾았다. 전작에서 구마(驅魔)의식이라는 낯선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면, 이번에는 일반인에게 다소 친숙하지 않은 불교쪽 신흥 종교에 천착했다. 부처의 수호신이자 본래 인도 설화에서 귀신들의 왕인 사천왕 설화를 곁들여 신흥 종교의 강렬한 이미지와 함께 이야기의 미스터리함을 더했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어둡고 음산하다.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 오프닝을 시작으로 스크린을 감싸는 주술적 사운드와 무채색 영상 등이 시종 서늘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특히 종종 비추는 탱화는 귀신이 바로 튀어나올 것 같은 공포스러움을 배가시키고, 스산한 기운이 항상 감도는 금화의 집은 보는 것조차 꺼려질 정도다. 하지만 이 영화를 주목하게 되는 건 불교에서 파생된 흥미로운 세계관을 매혹적인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시작부터 반전이 드러나는 후반부까지 궁금증의 연속이다. 이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제대로 이해한 장재현 감독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짜인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마침내 하나의 온전한 서사로 모습을 드러낼 때는 짜릿한 전율이 느껴진다. 기독교가 모태신앙이라고 밝힌 장 감독은 “불교 세계관을 알면 알수록 이야기가 더 재미있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흥미롭게 알게 된 건 불교에는 악이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단지 “선이 악으로, 악이 선으로 변하고 그 모든 것이 합쳐져서 하나의 순환을 만드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 속 인물처럼 ‘악’의 근원은 결국 인간의 집착과 욕망이라는 얘기다.

신을 찾으려다가 악을 만나는 이야기로 귀결되는 ‘사바하’는 그 점에서 오컬트보다는 종교적 색채가 강한 다크한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깝다. 다소 작위적인 캐릭터 설정과 이야기가 눈에 띄긴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에 흠집을 낼 정도는 아니다.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였는데, 특히 1인2역을 맡은 아역 배우 이재인의 연기가 발군이다. 자신만의 특화된 장르를 고집스럽게 만들어가고 있는 장재현 감독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장르:공포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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