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개발연구원도 운영 부실로 존폐 위기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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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3 07:50  |  수정 2019-03-13 08:54  |  발행일 2019-03-13 제17면
지난해에는 순수익 전혀 못내
보조금 줄고 정부과제는 줄어
패션硏·다이텍연구원 두 곳과
기능 중복으로 경영효율 하락

지역 섬유 유관기관의 운영 부실이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하 패션연)에 이어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하 섬개연)도 경영 부실로 존립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영남일보 3월4일자 20면 보도). 기관 간의 기능 중복, 실적 저하, 새로운 먹거리 창출 부진 등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는 관련 기관들의 부실은 대구 섬유패션업계의 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12일 섬개연에 따르면 섬개연은 지난해 순수익을 전혀 내지 못했다. 정부 지원금이 일몰제로 인해 중단되고, 주 수입원인 정부 R&D과제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여기에다 대구시 보조금도 3~4년 전에 비해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섬개연의 연간 지출비는 95억~1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인건비가 60억~65억원을 차지하고 나머지 30억원가량은 운영비로 소진된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매년 1억~2억원의 순수익이 생겼지만 지난해 수익이 한푼도 남지 않았다. 올해엔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높고, 내년에는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게 섬개연 관계자의 설명이다.

섬개연은 1977년 섬유산업의 구조 고도화와 국제경쟁력의 향상을 위해 설립된 연구기관으로, 섬유산업 관련 전문생산기술연구소들 가운데 역사가 가장 깊다.

섬개연은 지금껏 정부 R&D과제 수행과 정부 보조금 사업인 섬유패션 기술력 향상사업, 대구시 보조금으로 살림을 꾸려왔다.

하지만 보조금 사업인 섬유패션 기술력 향상사업이 지난해 일몰되면서 관련 예산은 사라졌다. 정부 R&D과제는 새 정부의 기조가 융복합 섬유산업 육성에 맞춰지면서 수행할 수 있는 정부 과제 자체가 축소됐다. 3~4년 전만 해도 20억원에 달하던 대구시 보조금은 지난해 10억원으로 줄었다.

이 같은 섬개연의 운영난은 대구에 설립된 섬유 관련 전문연구기관들의 기능 중복과 실적 부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대구에는 섬개연과 패션연, 다이텍연구원 등 섬유 관련 전문연구기관이 3곳에 달한다. 이에 따라 업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예산 낭비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패션연은 패션 산업 육성과 제품 개발 등을 주요 업무로 맡고 있지만 섬개연의 핵심 기능인 원단이나 원사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염색가공 분야를 주요 기능으로 하는 다이텍연구원 역시 섬유 소재 개발에 나서면서 연구 영역이 상당부분 겹치고 있다. 이 때문에 연구기관들이 섬유 관련 과제를 서로 따내기 위해 한 가지 사업을 두고 동시에 수주 경쟁을 벌이는 일이 발생해 왔다. 연구기관의 명칭만 다를 뿐 각 기관의 R&D 영역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정부 R&D과제 발굴의 영역도 자연스럽게 좁아진 것이다.

기능 중복은 곧 경영 효율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들 기관에는 매년 국·시비 등 360억원의 보조금이 지원되지만 실적 부진 사업은 수두룩하다. 섬개연은 큰 돈을 들여 추진한 슈퍼소재 융합제품 사업과 수송용 친환경 섬유소재 개발에 따른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패션연과 다이텍연구원은 각각 기업지원사업과 기술 이전 실적에 대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섬개연 관계자는 “산업 전환에 발맞춰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 사이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도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따른 여파로 재정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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