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세상도 학교에도 봄기운이 가득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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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8 07:49  |  수정 2019-03-18 07:49  |  발행일 2019-03-18 제15면
[행복한 교육] 세상도 학교에도 봄기운이 가득하면 좋겠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모도가 봄이다. 山도 봄 물도 봄이고 사람도 봄이고 空氣 지도 봄 空氣이다 그 부들업고 다사한 봄바람에 섯기어 가장 流暢하고 가장 平和로운 노래소리가 獨立門 全體를 싸고 돈다 그것은.’

3·1운동이 일어난 이듬해 1920년 6월 ‘개벽’ 창간호에 실린 방정환의 소설 ‘유범’에 실린 시다. 100년 전, 3·1운동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독립의 봄은 오지 않았지만 그 봄은 1919년 4월11일 공포한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에서 시작되었다. 2019년 3월, 미세먼지로 가득하던 봄은 모처럼 기온이 떨어지면서 파란 하늘을 드러냈다. 그 파란하늘을 반길 틈도 없이 세상은 성폭력 뉴스에다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는 망언으로 봄기운을 다 망쳐버렸다. 언제나 우리는 봄이 오나 봄으로 만끽할 수 있을까? 학교에도 봄기운이 가득하면 좋겠다.

학교에는 언제 봄이 오나 싶다. 해마다 반복되는 현실이지만 새 학년을 시작한 지 겨우 3주차인데도 교사들은 벌써 지쳐있다. 학기 초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여러 원인 중에 교사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아직도 혁신하지 못한 관행이 교사들을 지치게 만든다. 법과 제도는 바뀌었지만 교육청과 학교는 여전히 관행과 관습대로 운영하고 있다. 내가 들어보지 못해서 그럴 수 있지만 대구에서 집단지성으로 학교교육을 혁신해 나가고 있다고 자기 학교를 자랑하는 교사들을 찾아보지 못했다. 다음으로 힘들게 하는 일은 관계 만들기 과정에 나타나는 민원이다. 학기 초는 새롭게 만난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들이 서로 긴장을 하면서 탐색 중이다. 새로움에 대한 기대로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 할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누구라도 서로 견제하며 간을 보다가 약간이라도 불편함이 나타나면 이내 방어적 공격을 해 버릴까봐 교사는 조심조심 하느라 몸과 마음이 굳어진다. 서로 좀 시간을 두고 오래 지켜보면서 합을 맞추어 나가면 좋으련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많은 민원은 대부분 3월 말경에 일어난다. 좋은 시작은 긴장을 풀고 봄기운처럼 부드럽고 따스해야 가능하다.

교사들의 긴장을 풀어주어야 더 나은 교육이 가능하다. 교사들에게 국가교육과정 내 ‘교육과정 편성권’ ‘교수·학습방법 결정권’ ‘평가권’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수권’ ‘교육활동 공간 내 질서유지권’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방어권’ ‘시민적 권리의 보편적 향유’ 등 교육적 자기결정권(교육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교사들을 믿어야 한다. 그다음에 교사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교사들의 책임도 크다. 학교의 수많은 관행들은 교사들이 입 다물고 시키는 대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승진이라는 자기 이익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너희가 생각을 바꾸어 어린이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많은 사람이 교사가 되려고 하지는 마십시오.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는 엄한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라는 예수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교사는 어린이들이 있어서 먹고사는 사람이다. 방정환 선생이 1923년 일제강점기 그 어려운 시절에 시작한 ‘소년 운동의 기초 조건’에 쓴 선언문을 새겨야 한다. ‘우리들의 희망은 오직 한 가지, 어린이를 잘 키우는 데 있을 뿐입니다. 다 같이 내일을 살리기 위하여 이 몇 가지를 실행합시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이를 어른보다 더 높게 대접하십시오. 어린이를 결코 윽박지르지 마십시오. 어린이 생활을 항상 즐겁게 해 주십시오. 어린이를 항상 칭찬하며 기르십시오. 어린이 몸을 항상 주의해 보십시오. 어린이들에게 잡지를 자주 읽히십시오. 희망을 위하여 내일을 위하여 다 각각 어린이를 잘 키웁시다.’ 나는 이 말의 반도 지키지 못하고 있지만 잊지 않고 있다. 이 선언문을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육청, 지방정부도 깊이 새기고 실천하려고 한다면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교육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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