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5·끝>] “남북경협에 진보·보수 따로 없어…대구경북 기업도 개성공단의 경제적 가치 알아야”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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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6   |  발행일 2019-03-26 제8면   |  수정 2019-03-26

▶김진향 이사장은 2차 북미회담 때 베트남 하노이 현지에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큰 기대가 있었는데 노딜(No Deal)로 끝났다.

“큰 틀에서 이번 회담을 ‘합의에는 실패했지만 협상은 실패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더 큰 합의로 가는 숙성의 과정,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기회가 우리에게 왔다고도 평가한다. 판 자체가 깨진 것이 아니다. 북측과 미국은 이번에 ‘합의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에는 여전히 기본적인 신뢰가 있다. 내용적으로는 북미 간 종전선언과 관계정상화 의지를 갖고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그것에 극렬히 반대하는 네오콘(군산복합체, 일본의 아베 등) 세력의 이해관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측은 많은 부분 비핵화 의지가 있었지만 우리가 제재를 완화할 준비는 안 돼 있었다’고 했다. 지난 5개월간 실무선에서 거의 합의되고 서명만 남아 있었던 내용을 네오콘이 마지막에 틀어버린 것이다.”

▶현재의 교착국면 타개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인식의 전환, 프레임의 변화를 통해 정책기조를 바꿔야 한다. 우리 정부의 능동적 상황 인식과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첫째, 정책프레임을 비핵화프레임에서 평화프레임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비핵화는 평화를 위한 수단과 절차로 장기과제다. 비핵화협상과 함께 남북이 주도할 수 있는 교류협력사업 중심의 평화과제들을 진행해야 한다. 제재 속에서도 할 수 있는 교류협력사업은 무궁무진하다. 둘째, 비핵화의 중재자에서 평화의 주체로, 그리고 당사자로 우리 정부의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 핵문제는 북미 간 문제로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못한다. 그러나 남북 간 교류협력사업은 우리가 능동적 주체가 될 수 있어 정책 결정력을 가진다.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한미관계를 중심으로 남북관계를 볼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한미관계를 볼 필요도 있다. 이 모두 평화를 위한 인식의 전환이다. 평화의 가치가 최고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북미 간 비핵화의 진전에 맞춰 남북 간 평화협력의 과제들을 연계시키는 비핵화-남북관계 연계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정책기조의 변화가 현재의 교착국면을 타개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능동적 주도자가 되어야 한다.”

▶만약 제재완화를 통해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가 결정되면 바로 이행 가능한가.

“그렇다. 가능하다. 개성공단이 닫힌 지 3년인데 그동안 북측이 나름대로 잘 관리해 왔다. 북측은 우리가 개성공단을 갑자기 중단한 이후에도 남측 기업의 공장을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점검하면서 나름 잘 관리해 왔다. 중단 기간이 길어 일부 기업의 설비에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다. 재개 합의만 되면 큰 어려움 없이 곧바로 재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대구경북은 지역 정서상 지금의 남북미 대화 국면에 대해 좀 무관심하다. 대북경협 정보를 얻으려는 노력도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남북경협은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이다. 대구경북 광역단체나 경제기관이 선도적으로 관심 가져야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시대변화에 부응해야 된다. 앞으로 남북경협은 시간이 문제이지 활성화할 수밖에 없다. 구조적 저성장에 빠져 있는 한국경제가 활로 모색을 위해 블루오션을 찾는다면 남북경협밖에 없다. 14년간 개성공단을 직접 해본 체험적 사례로서 그 엄청난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수도권 등 알 만한 기업은 대부분 북측과의 경제협력에 목을 매고 있다. 대구경북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기초체력이 약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남북경협 속에서 찾아보기를 적극 권하는 것이다. 최소한 개성공단이 어느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는지, 왜 개성공단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는 공단인지 구체적 정보들을 우선 알아야 한다. 남북경협에 진보와 보수가 있을 수 없다. 평화와 경제번영을 하자는데 무슨 진보와 보수가 있는가.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다. 개성공단의 남북경협을 퍼주기라고 하는 것은 완벽한 거짓말이다. 개성공단은 경제적으로 ‘압도적 퍼오기’다. 1을 투자해서 5와 10을 가지고 온다. 현 정부 들어 단 한 톨의 쌀도 북에 가지 않았는데 대북 쌀퍼주기는 상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거짓말이고 유언비어다. 남북경협이 추구하는 가장 큰 가치는 바로 국민행복이다. 국민행복을 위해 개성공단을 하자는 것이다. 국민행복의 경제번영을 위해 중국과 베트남을 가듯이 북(개성공단)으로 가는 것이다. 베트남이나 동남아 진출에 관심 있는 기업인이 있다면 개성공단과 남북경협으로 눈을 돌려보라고 강하게 추천한다. 말이 통하고 문화적 정서와 음식도 같은 한 민족으로, 일을 너무 잘하는 양질의 노동력이 그곳에 있다.”

▶너무 확신에 차 보인다.

“과장이 아니다. 향후 그렇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에서 14년간 직접 해봤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얼마를 벌었는지 우리 대구경북 기업은 잘 모른다. 향후 개성공단이 재개된다는 신호가 있으면 어떻게든 참여하기를 바란다. 남북경협은 앞으로 대세가 된다. 새로운 평화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분단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평화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그러면 그 속에서 남북경협이 신경제구상과 맞물려 고도화한다. 그 그림 속에서 어떤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지를 지역의 기관단체나 언론, 오피니언 리더들이 다 같이 고민하면 좋겠다. 얼마 전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 대구상공회의소 주최로 개성공단과 남북경협에 관심 있는 기업들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졌다. 참가자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 북을 알면 평화와 돈이 함께 보인다. 평화와 번영으로 국민이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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