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兆 퇴직연금 수익률 1%…노후·은퇴설계 ‘비상’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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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3 07:38  |  수정 2019-04-13 07:38  |  발행일 2019-04-13 제13면
■ 불안한 퇴직연금
작년 정기예금 금리 절반 ‘사실상 마이너스’
90%가 원리금 보장상품…98%는 일시 수령
수익률 떨어져도 떼 가는 수수료는 0.47%
퇴직근로자보다 금융사 배만 불려주는 꼴
190兆 퇴직연금 수익률 1%…노후·은퇴설계 ‘비상’


2005년 12월 도입된 퇴직연금제도. 직장생활을 하다 퇴직한 이들의 노후설계에 한 축을 담당할 이 제도가 이름 값을 제대로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2018년 퇴직연금 적립 및 운용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1.01%로 이제 도입 이래 역대 최저수준의 성적표를 내고 말았다. 뿐만 아니다. 연금형태 수령은 2.1%(계좌 수 기준)에 불과해 연금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상당수 퇴직자들은 일시금 수령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15년째 운영된 퇴직연금제가 퇴직근로자의 안정적 노후보장보다는 연금 사업자인 금융사(총 46곳)의 운용 수수료 수익만 챙겨주는 꼴이 아니냐는 사회적 푸념이 분출하고 있다. 여기엔 회사와 퇴직근로자의 무관심도 한몫했다. 매년 커지는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를 감안하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덩치 커지는 적립금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90조원에 이른다. 전년(168조4천억원)에 비해 21조6천억원(12.8%)이나 증가했다.

적립금을 유형별로 보면, 회사 책임 하에 적립금을 금융사에 맡겨 굴려주는 확정급여형(DB형)이 121조2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9.3%(10조3천억원) 증가했다. 퇴직근로자가 금융사를 통해 운영하는 확정기여형(DC) 및 기업형IRP는 49조7천억원(17.5%↑), 개인형IRP는 19조2천억원(25.6%↑)이었다. DC·기업형IRP 비중은 해마다 0.03%포인트씩 증가하는 추세다. 개인형IRP도 전년 대비 증가율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세제혜택 및 가입대상 확대로, 납입액 및 퇴직으로 인한 적립금 이전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DC형 비중(63.8%)은 DC형(26.1%), 개인형IRP(10.1%)보다 여전히 높았다.

적립금 190조원 중 원리금보장형(예·적금 등)은 90.3%(171조7천억원)를 차지하고, 실적배당형(주식형 펀드 등)은 9.7%(18조3천억원)일 만큼 원리금보장 상품에 대한 집중도도 절대적이다.

실적배당형 운용비중은 2016년 6.8%, 2017년 8.4% 등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

원리금보장상품 중에선 예·적금 76조5천억원(44.6%), 보험 70조3천억원(40.9%),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원금 이상 수익보장 및 중도해지시 원금손실 발생하지 않음) 16조4천억원(9.6%), 대기성 자금 6조3천억원(3.6%) 등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새로 편입된 저축은행 예·적금의 경우, 적립금이 1조2천600억원으로 전체 예금의 2.7% 수준이다.

퇴직연금 사업자 기준으로 보면 은행이 50.7%로 과반을 차지했다. 생명보험(22.7%), 증권사(19.3%), 손해보험(6.1%)이 그 뒤를 이었다.

◆1.0% 수익률에 비싼 운용 수수료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고작 1.01%에 불과했다. 전년도(1.88%)는 물론 2016년(1.58%) 수준에도 못 미쳤다. 2005년 12월 퇴직연금 제도가 본격 도입된 이후 역대 최저치다.

원리금보장형이 1.56% 수익률을 냈지만, 지난해 주식시장 불황(코스피 수익률 -17.3%)으로 펀드 수익률이 급락해 실적배당형 상품이 -3.82%를 기록한 게 컸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작년말 정기예금 금리(연 1.99%)의 절반 수준이다. 작년 소비자 물가상승률(1.5%)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마디로,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라는 의미다.

2009년 수익률 최고치(6.9%)를 기록한 후 줄곧 하향곡선을 그렸고, 2016년엔 처음으로 1%대까지 떨어졌다. 그 흐름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수익률이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은 원리금보장형 상품비중(90.3%)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주로 금리가 낮은 1년만기 정기예금으로 운용된 탓이 크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운용해야 할 퇴직연금을 금리가 낮은 단기 정기예금에 쌓아둔 것부터가 패착이라는 시각이 많다.

더욱이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이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연 1.88%)보다 많이 낮다. 이는 금융사가 떼 가는 수수료 때문이다. 금융사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0.47%를 수익률과 상관없이 수수료로 가져간다. 1년새 수수료가 0.02%포인트 상승했다. 은행 수수료(0.49%)가 가장 높다. 지난해 수수료가 0.45%인 증권사가 전년 대비 인상 폭(0.05%포인트 ↑)이 제일 컸다.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가입자의 수익률 제고노력보다는 안정적 수익원확보에 더 천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개인의 무관심도 수익률 추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7년말 기준으로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IRP 가입자 중 1년간 운용지시를 전혀 변경하지 않은 이들이 90%에 달한다. 근로자 본인이 금융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돈을 굴려야 하는데도 귀찮거나, 잘 몰라서 방치한다는 얘기다.

현재 대안으로 언급되는 것이 ‘자동투자제도’와 ‘기금형 퇴직연금제’다.

자동투자제는 DC형 가입자가 별도 운용지시가 없어도 금융사가 가입자 투자성향에 맞게 알아서 자산을 굴리는 제도다. 적극적 자산운영이 가능하고 아울러 DB형 가입자를 DC형으로 이동시키는 효과가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는 국민연금처럼 노·사외에 외부 전문가도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적립금을 관리하면서, 돈을 굴리는 일은 별도 자산운용사에 맡기는 것이다. 이자가 낮은 은행 정기예금에만 돈을 묶어두지 말고, 안정된 노후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기존 연금사업자들이 예금과 주식에만 투자하지 말고, 대체투자 등에도 관심을 돌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시금 수령자가 대부분

지난해 퇴직급여 수급자(만 55세 이상) 중 연금형태 수령자는 계좌 수 기준으로 2.1%(6천145좌)에 불과했다. 97.9%(2만9천227좌)가 일시금으로 받아갔다.

일시금 수령계좌의 평균 수령액은 1천597만원이다. 금액기준(지난해 전체 수령액 5조9천억원)으로 보면, 연금 수령이 21.4%(1조2천643억원)로 늘어난다. 상대적으로 적립금이 적을수록 일시금 수령 경향이 뚜렷했다. 연금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보니 이같은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퇴직급여는 일시금보다는 연금으로 받아야 소득세를 줄일 수 있다. 연금소득세(연금수령 시)는 퇴직소득세(일시금 수령)의 70%이다.

한편, 연금 수령수기는 월단위(83.4%)로 가장 많고, 이어 연단위(15.8%), 분기(0.4%), 반기(0.2%) 순이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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