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대구에서 예술하기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9-05-13 07:28  |  수정 2019-05-13 07:28  |  발행일 2019-05-13 제21면
[문화산책] 대구에서 예술하기
박천 <독립큐레이터>

올해 1월 중순, ‘리알티(Realti)’라는 대안공간에서 2018년 가창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들이 ‘THE ART OF TRAVEL’이라는 전시의 아티스트 토크에 참석하게 되었다. 당시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6명이었는데, 그 중 5명이 타 지역에서 온 작가였다. 작가들은 돌아가며 지난 1년간 대구에서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분위기를 몰아 자연스럽게 작가들에게 대구의 미술 분위기에 대해 질문했는데, 긍정적인 평가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작가들은 대구 미술 분위기에 매력을 느끼고 있고 주기적으로 대구에서의 활동을 계획하는 작가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기관이 예술가에게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체계적이었다는 것이다. 그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예술가의 나이 대에 맞게 필요한 부분들을 적절하게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예술 시장에 막 발을 들인 어린 예술가부터 시작하여 청년 예술가, 중견 예술가를 거쳐 원로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자신이 활동했던 곳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고 한다. 이러한 지원프로그램이 특별하다고 생각을 하지 못했던 나는 그제야 타 지역의 지원프로그램과 비교하며 보게 되었다. 우리는 어떤 대상을 인식하거나 이해하기 위해 비교 대상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빨간색’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빨간색이 아닌 색’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여타 지역과 비교했을 때 예술가들에게 지원하는 대구의 프로그램들은 그 내용과 체계가 꽤 좋은 편에 속한다.

최근 기획 중인 행사의 도움을 얻고자 대구시청을 찾았다. 하루에도 굉장히 많은 민원인이 오가는 곳이기도 하고 이미 예산은 전년도에 편성이 끝난 것을 알고 있기에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구시청 관계자들은 더없이 환대하며 기획과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지속적으로 소통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기관이 예술가들과 소통하려는 이 같은 태도는 예술가들에게 엄청난 응원이 되고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물론 예술가에 대한 지원프로그램들이 개선할 부분 없이 완벽하다는 말은 아니다.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대에 제반적 요소들이 완벽히 들어맞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항상 개선하고 보완해야 하며, 이는 예술가들의 꾸준한 활동과 소통을 필요로 한다. 꾸준히 개선되는 지원프로그램들은 대구의 문화·예술의 수준과 다양성을 향상시키고 건강한 예술 생태계를 조성하는 기반이 된다. 박천 <독립큐레이터>


박천 <독립큐레이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