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정의 감각수업] 후각 자극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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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4   |  발행일 2019-05-24 제39면   |  수정 2019-05-24
향기에 상상력을 불어넣어라
[노희정의 감각수업] 후각 자극 마케팅
[노희정의 감각수업] 후각 자극 마케팅

철학자 루소는 “후각이란 상상의 세계에 영향을 주는 감각”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보는 것, 먹는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하지만 사람에겐 1만 개가량의 후각 능력이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후각적인 쾌락이 없으면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앓을 수도 있다고 한다. 독일 드레스덴대학교의 한 연구팀이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에 따르면 후각 기능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소통능력이 저하된다. 동물들만이 아니라 사람 또한 후각으로 소통을 한다는 얘기다.

“향은 자연 상태에 있는,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재료입니다. 그 향에다 상상력과 영감을 불어넣은 창조물이 향수입니다. 향이 단어라면 향수는 문학입니다.”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수석 조향사이자 ‘나는 향수로 글을 쓴다’의 작가이기도 한 장 클로드 엘레나의 이야기다. 엘레나는 향과 향수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억 속에 있는 향과 상상 속의 향을 실제로 존재하는 향과 잘 혼합하는 것이 그의 조향법이다. 또한 인공 향료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어떤 향이든 만들어낼 수 있으나 자연 향료로는 다른 향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워싱턴 주립대의 한 마케팅 교수는 빵 굽는 냄새와 진한 커피 향은 사람의 마음을 온화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개방적이고 따뜻한 태도를 갖게 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향기는 제품과 브랜드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끼친다. 열대의 코코넛 향기는 이국의 풍경을 상상하게 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한다. 또 상류계층이 주로 방문하는 백화점의 샤넬 향기는 점포의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하며 구매욕을 자극한다.

하지만 향기마케팅은 곧바로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다른 이벤트는 투자 효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지만 향기마케팅은 고객이 향기에 자연스럽게 친화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내심을 가지고 느긋한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조향사들의 말에 따르면, 습도와 향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비가 오면 흙과 돌 냄새에 대한 후각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처럼 습기가 없으면 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듯이 아무리 좋은 향기가 있어도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가 낮으면 기품 있고 고귀한 상상력은 물 건너간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이처럼 향기마케팅에서는 반드시 기업과 상품의 브랜드라는 습기가 필요하다.

사람에게 체취가 있듯이 매장에도 그 기업만의 체취가 있다. “그 사람에게서 좋은 향기가 난다” 또는 “그 매장에서 기분 좋은 느낌과 향기가 난다”라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품격은 내면의 향기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매장에 어떤 향기를 줄 것인가 고민해 보라. 향기를 그저 향으로 생각하지 말고 ‘따스한, 고급스러운, 친절한, 달콤한, 어머니와 같은, 이웃집 같은’ 시적인 단어들이 자동 연상되도록 만들어보는 것이다. 향기와 문학적인 시가 만나면 새로운 시너지가 발생한다.

향기는 스토리와 함께 만들어진다. 어떻게 의미 부여를 하느냐에 따라 새롭게 변하는 창조물이 되는 것이다.

후각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변화의 시작이다. 매장에 의미를 부여하고 시와 문학을 입히는 순간 보통의 살아있는 생물체, 스토리가 담긴 새로운 매장이 된다. 고객의 마음과 감성을 자극하고 감동을 주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작은 관점과 생각의 차이가 매출과 직결된다. 후각을 자극하면서 의미를 연결하여 상상력을 자극하는 마케팅이 바로 후각과 상상력이 결합된 마케팅이다.

냄새도 말을 한다. 특별하고 독특한 냄새가 되려면 사람들의 감성과 역발상이라는 레시피를 가미해야 한다. 바닷가에 굴러다니는 작은 돌멩이 위에 시를 적어 넣으면 보통의 돌멩이가 아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작품이 된다. 기업과 제품을 연결시키는 향기마케팅은 처음부터 정확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콘셉트와 방향 없이는 고유한 향기를 만들 수 없다. 비주얼머천다이징 컨설팅을 하면서 이 같은 경우를 많이 봤다.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정확한 방향이 설정된 매장은 불황을 이겨내고 매출을 올린다. 자신에게 맞는 환경, 상황, 고객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감성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사업자의 감성과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 철학은 매장 주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관과 방향, 고객을 대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튀김 하나, 떡볶이 하나를 팔더라도 감성과 철학이 담겨있으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향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향기는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그 마음이 상상력이 될 것이다.

아이엠 대표 (계명문화대 패션마케팅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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