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현실검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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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8 07:57  |  수정 2019-06-18 07:57  |  발행일 2019-06-18 제19면
신경증·정신증 구분하는 주요 잣대
정신증에 속하는 대표질환 조현병
망상·환청 때문에 현실 적응 곤란
[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현실검증력

마음이 병들면 많은 심리적인 현상들이 생긴다. 불안하거나 우울하거나 조급하거나 의욕이 떨어지거나 안절부절못하거나 잠을 못 자거나 잘하던 일도 못하거나 엉뚱한 생각을 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등 다양한 현상들이 나타난다. 이런 마음의 현상들을 크게 ‘신경증’과 ‘정신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신경증은 신경이 예민해서 올 수 있으며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정신증은 신경이 예민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감정이 둔하거나 남의 생각에 관심이 없거나 매우 엉뚱한 감정들이 바탕이 되어 나타나는 비현실적인 현상들이다.

신경증은 현실을 너무 의식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보일까를 염려하고 걱정하는 것이 지나친 것을 신경증이라고 한다면, 반대로 정신증은 현실을 전혀 의식하지 않으며 남을 개의치 않는다. 남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를 두려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예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정신증 증상들은 괴이하게 보이고 엉뚱하며 부적절해서 남들이 불편한 증상이다.

신경증 증상은 남들은 전혀 불편하지 않지만 자기 자신은 매우 불편한 증상이다. 예를 들어 사회불안증 같은 현상은 남들에 의해 평가되거나 남들 앞에 나서야 할 때 나쁜 평가를 받거나 창피를 당할까 두려워 너무 조심하고 걱정하여 불안을 느끼는 경우다.

정신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망상’이나 ‘환청’ 같은 정신병리 현상을 들 수 있다.

망상이란 현실에 맞지 않는 잘못된 생각을 말한다. 실제 사실이 아닌 것을 믿고 있으며 그 믿음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논리적으로 아무리 설명을 하려 해도 교정이 안 되는 굳어진 생각이 바로 망상이다. 누군가가 자기를 해롭게 하기 위해서 음모를 꾸미거나 험담을 하거나 모여서 작당을 하고 있다고 믿게 되는 피해 망상, 자신의 힘이나 능력이나 중요성이 실제보다 과장되게 대단한 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는 과대 망상, 실제로는 자신과 관련이 없는 일상생활에서의 여러 상황들이 자신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믿게 되는 관계 망상들이 대표적이다.

환청이란 실제 소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소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청각의 환각 현상을 말한다. 누군가가 간섭하는 소리, 비난하거나 욕하는 소리 혹은 시끄럽게 떠들어 대어 자기 생각을 방해하는 소리들로 들리며 결국 생각의 혼란이 올 수 있다. 환청으로 인한 생각의 혼란은 다시 피해 망상이나 관계 망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정신증의 대표적인 증상인 이 망상과 환청은 현실 적응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현실적이지 못한 생각이나 환각 때문에 조현병은 남을 의심할 수도 있고 근거 없는 두려움에 남들과 접촉을 피할 수 있고 비현실적인 생각이나 감정 때문에 일상적 생활에 적응을 못하게 되며 결국 자신의 역할 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주게 되는 병이다. 현실 적응력에 큰 손상을 주는 병이 바로 조현병이다.

정신증과 신경증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바로 ‘현실 검증력’이라 할 수 있다. 현실 검증력이란 현실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말하며 현실과 현실 아닌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정신증은 이 현실 검증력에 큰 손상이 있는 증상이며 그래서 조현병 같은 병은 현실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사회적 관계가 약해지고 자신의 역할 수행을 못하게 되고 때로는 엉뚱하고 괴이하게 보이는 행동을 하게 되는 등의 이유는 바로 현실 검증력에 큰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곽호순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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