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의 패션디자이너 스토리] 몰리 고다드(Molly Godd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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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2   |  발행일 2019-07-12 제40면   |  수정 2019-07-12
어릴적 꿈꾼 공주로 변신하는 마법 ‘튀튀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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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던 동화 속 공주님이 현실의 패션쇼에 등장했다. 발레리나 스커트를 연상시키는 풍성한 볼륨감의 핑크빛 캉캉드레스는 입는 순간 시간에 마법이 작용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 모두를 자신의 어린 시절로 초대한 주인공은 영국의 촉망받는 신예 패션 디자이너 몰리 고다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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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고다드

몰리 고다드는 1988년생으로 런던에서 태어났다. 런던의 서부지역인 레드브록 그로브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녀는 어릴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다. 인형 옷을 손수 만들어 입히거나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스케치북에 그리는 등 어린 시절부터 디자이너로서 뛰어난 자질을 보였다. 그 배경에는 조각가이면서 그래픽 디자이너인 아버지와 전직 미술교사이자 세트 디자이너인 어머니의 영향이 있었으며, 어머니는 옷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많은 종류의 옷을 직접 만들어 입히며 어릴 때부터 다양한 옷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2009년 몰리는 본인이 희망하던 영국의 세계적인 패션스쿨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 입학하게 된다. 평면 위주로 진행되는 텍스타일 디자인 대신에 입체적인 니트웨어를 전공하며 학사 졸업 후 2012년 석사과정에 입학하였으나 학위를 수료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신의 작품에 발전이 없음을 느끼고 한동안 긴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그런 그녀를 다시 일으켜준 것은 친구들과의 작은 파티였다. 몰리의 남자친구는 상실감에 빠져있던 몰리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파티를 제안하고 몰리는 파티에서 입을 친구들의 드레스를 직접 제작하며 2014년 9월 ‘런던 패션위크’ 기간에 교회의 홀을 빌려 친구들을 위해 만든 튈 드레스로 자신의 첫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인다. 시작은 단돈 50파운드로 진행된 단순한 파티였으나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만들어졌다. 몰리의 프레젠테이션은 유명 패션매거진인 ‘Dazed’와 ‘ID’에 소개됐으며 세계적인 편집숍 도버 스트리트 마켓과 홍콩의 I.T에서 주문을 받게 돼 자신의 이름을 딴 ‘몰리 고다드’라는 레이블을 설립하고 정식 디자이너로서 출발을 하게 된다.


세계적 패션스쿨 입학후 겪은 슬럼프
연인이 열어준 파티에 선보인 드레스
유명 패션매거진 소개되며 도약 계기

속 비치는 튤소재 이용한 섬세한 주름
감각적이고 사랑스러운 매력 극대화
英 패션계 데뷔 3년만에 가파른 성장
럭셔리보다 모두가 즐기는 패션 바라



몰리를 주목받게 한 파티 드레스는 지금까지도 그녀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템으로, 그 중심에는 튈과 튀튀가 있다. 튈을 보면 몰리가 연상될 정도로 그녀가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소재인데 면, 실크, 나일론 등을 망사처럼 짠 천으로 베일이나 드레스의 장식용 레이스를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된다. 튀튀는 프랑스어로 발레리나가 입는 스커트를 의미하는데 몰리는 컬러풀’한 색감의 튈 소재를 가지고 스모킹과 플리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하여 생기발랄하고 명랑한 기운의 튀튀 드레스를 선보였다. 같은 색의 원단일지라도 원단이 겹쳐질수록 색은 짙어지고 실루엣은 풍성해지는데 몰리가 만든 드레스 한 벌에 소요되는 원단이 30m 정도이니 그녀가 주름장식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속이 비치는 튤 소재의 주름은 대다수 여성용 속옷이나 잠옷에 장식되던 스모킹이었다. 하지만 몰리가 만든 스모킹은 레이스에 쿠튀르의 수작업이 더해진 섬세한 주름으로 만들어졌다. 사랑스러운 매력을 극대화하는 통통 튀는 느낌의 감각적인 튀튀 드레스로 재탄생하면서 몰리는 촉망받는 신예 디자이너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후 몰리는 2016년에 영국 패션 어워드의 신예 디자이너로 2017년에는 세계적인 럭셔리그룹 LVMH 프라이즈의 최종 결선 진출자 8명에 들었으며 2018년에는 영국패션협회와 영국 ‘보그’에서 신진 디자이너를 위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최종 수상자로 뽑혀 20만파운드의 상금을 거머쥐며 불과 데뷔 3년 만에 가파른 성장을 하게 된다. 이러한 성장배경에는 어머니와 할머니가 어릴 때 손수 만들어준 옷에서 받은 영감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그녀의 옷은 우아하지만 때론 아이처럼 순수하고 순진하며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신선하고 활기 넘치는 디자인이 그것을 말해준다.

몰리는 2017년 2월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거대한 색 유리로 된 갤러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What I like)’이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진행했다. 형광 빛을 머금은 네온 컬러의 색 유리 너머에는 도르래에 매달린 생동감 넘치는 여섯 벌의 드레스가 천장에 설치되었고 7m의 드레스는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길이가 길었다. 하지만 관람객들이 드레스에 자신의 이름을 쓰거나 얼굴을 그리고, 원하는 자수를 할 수 있도록 도르래를 사용해 올리거나 내릴 수 있게 했다. 수공예적인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며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보여준 것이다.

처음 그랬던 것처럼 몰리는 패션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행했다. 식재료가 있는 부엌이 패션쇼의 무대가 돼 모델들이 자유로이 음식을 먹고 와인을 마시기도 하고, 시장을 연상케 하는 스트라이프 천막과 포장마차가 등장하기도 하며, 샌드위치 공장에서 일하는 어린 소녀들의 부당한 노동현장을 연출하는 등 기존 틀에서 벗어나 상상력으로 무장한 볼거리가 가득한 패션쇼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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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패션계는 스트리트 패션이나 구찌와 같이 빈티지한 감성이 가득한 패션이 지배적이나 몰리의 컬렉션은 이들과는 다른 특유의 매력으로 새로운 기쁨을 선사한다. 몰리의 바람대로 자신의 옷들이 럭셔리 패션으로 치부되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보다 쉽게 입고 즐기기 위해서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인다. 여전히 컬렉션 대부분을 스튜디오에서 직접 만들고 있으며 가족의 도움으로 자신의 비즈니스를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억이 어린 그녀의 디자인을 통해서 사람들이 자신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도록 몰리가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가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rh0405@krif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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