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5년새 391건 집중돼도 정부 ‘방재硏’ 요청 거절

  • 임호,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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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2 07:14  |  수정 2019-07-22 09:08  |  발행일 2019-07-22 제3면
경북 ‘한반도판 불의 고리’ 위기감
2016년 경주지진 후 73%가 경북서 발생
전문가 “강도·횟수 면에서 우려할 수준”
재난 대피요령 등 체험 실습공간 태부족
포항지진 특별법마저 정쟁으로 오리무중
20190722
상주시 북북서쪽 11㎞ 지역에 규모 3.9의 지진이 발생한 21일, 진앙과 가까운 외서면 관현리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지진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최근 5년 사이 경북에서 발생한 지진이 한반도 전체 지진의 절반이 넘지만 이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서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는 국립지진방재연구원의 경주 설립은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고, 포항지진 특별법은 여야 정쟁으로 언제 제정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경북, 한반도 최다 지진 발생 지역

21일 오전 11시4분 상주시 북북서쪽 11㎞ 지역에서 규모 3.9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올들어 한반도나 그 주변 바다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셋째로 큰 규모다. 남한 내륙으로 한정하면 올 들어 가장 센 지진이다. 문제는 최근 5년간 한반도(북한 포함)의 지진 절반 이상이 경북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 국내지진 목록에 따르면 2015년부터 최근까지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은 총 684건이다. 이중 경북에서 발생한 지진은 391건으로 전체의 57.1%를 차지한다. 2건 중 1건 꼴로 경북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연도별로 세분해 분석하면 강도와 횟수면에서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2015년 한반도 전체에서 발생한 지진 44건 중 경북 지진은 22.7%(10건)였다. 하지만 경주시 남남서쪽 8㎞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2016년에는 한반도 지진 252건 중 73%인 185건이 경북에서 발생했다. 9·12 경주지진의 여진이 잇따른 데 따른 것이지만 10건 중 7건이 경북 지진이라는 점은 놀랄 만한 수준이다.

경북에서의 잦은 지진은 2017년에도 계속됐다. 그해 11월15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하는 등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223건 중 127건인 56.9%가 경북 지진이었다. 2018년엔 115건 중 52건(45.2%)이, 올 들어선 50건 중 17건(35%)이 경북에서 발생했다.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을

이처럼 한반도 지진이 경북에 집중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전무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경북도는 경주·포항의 강진 등 잦은 지진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해 경주에 국립지진방재연구원을 설립해 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울산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경북도의 요청을 거절했다.

전문가들은 지진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에 지진 관련 연구기관을 설립해야 제대로 된 연구활동 및 사후대책 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동협 경주시의회 국책사업 및 원전특위 위원장은 “경주는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곳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중수로(월성 1~4호기)·경수로(신월성 1·2호기) 발전소, 중·저준위 방폐장 등 원전시설이 집약돼 있다”며 “지진에 대한 연구·분석으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지진이 잦은 경북의 특성을 고려해 어린이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재난 발생 때 대피요령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실습공간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포항지진이 발생 2년이 다 돼 가지만 50만 포항시민이 염원하는 ‘지진 특별법’은 언제 제정될 지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지진 발생의 책임(지열발전소에 의한 지진)을 일부 인정했고, 정치권도 여야 할 것 없이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특별법안을 이미 독자 발의까지 해놓고도 특별법을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 포항시민 김모씨(54·흥해읍)는 “정치권이 정쟁에만 몰두하는 사이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며 “포항지진 특별법만이라도 제발 처리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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