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우연식 국립신암선열공원 관리소장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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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9   |  발행일 2019-08-09 제35면   |  수정 2019-08-09
“대구경북서 독립유공자 가장 많이 배출…애국선열만 모신 최대 국립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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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신암선열공원 정문. 조성 당시 주택가에 들어서면서 정문 입구가 협소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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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신암선열공원에는 조국의 독립과 국권회복을 위해 신명을 바친 52분의 애국지사가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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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열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단충사에는 독립운동 관련 기록도 보관돼 있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올해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급랭하면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독립유공자만 안장돼 있는 국립묘역인 대구 동구 신암선열공원. 지난해 5월1일 국립묘역으로 승격됐다. 국립신암선열공원 초대 관리소장을 맡고 있는 우연식 소장을 74주년 광복절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 7일 만나 신암선열공원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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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1일 대구 동구 신암선열공원이 국립묘지로 승격되면서 부임한 우연식 국립신암선열공원 관리소장은 선열공원에 안장된 애국선열 한 분 한 분을 정성껏 잘 모실 뿐 아니라 독립운동 관련 각종 콘텐츠 및 체험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국립묘지를 열린 역사체험의 장으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작년 국립묘역 승격, 관리주체 국가보훈처 변화
지역 언론·SNS 등 통해 선열공원 홍보 힘쏟아
국립 승격후 참배객 급증, 올 3만5천명 이상 전망
전국에서 가장 긴 개방시간, 시민에게 편의 제공
배우자 합장후 유족들이 보낸 감사글 기억 남아
진입도로 협소로 단체 방문객 불편해 개선 바라
日 무역보복 상황 속 독립운동가 되새기는 계기
선열 한분한분 정성껏 모시고 아름답게 가꿀 것”


▶지난해 5월 국립묘역으로 지정된 신암선열공원은.

“국립신암선열공원은 조국의 독립과 국권회복을 위해 신명을 바친 52분의 애국선열이 잠들어 계신 국내 최대의 독립유공자 전용 묘역으로 2018년 5월1일 국립묘역으로 승격됐다. 안장된 독립유공자 52위 중 48위가 서훈(독립장 1·애국장 11·애족장 32·대통령표창 4)을 받았다. 국립묘지 승격으로 관리 주체도 대구시에서 국가보훈처로 바뀌었다. 신암선열공원이 처음부터 지금의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초에는 남구 대명동 시립공동묘지 일대에 다섯 분의 애국지사 묘소가 산재돼 있었으나, 그 자리에 1955년 대구대가 들어서면서 3·1정신동지회가 선열묘소 5기를 동구 신암동 현 위치로 이장했다. 이후 57년 3월 경북도지사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아 ‘신암동 선열묘지’로 명명됐다. 86년 5월 묘역 성역화가 추진된 뒤 이듬해인 87년 1월 지역에 산재해 있던 선열묘소 27기의 이장 및 묘지·상석 등 석물조형공사를 마쳤다.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재정비 사업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국립묘지는 전국에 몇곳이 있으며 각각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국립묘지는 국가를 위해 희생·공헌한 분들을 위해 마련한 묘역으로, 국가에서 직접 관리한다. 전국적으로 10개의 국립묘지가 있다. 서울·대전에 있는 현충원 두 곳과 경북 영천·전북 임실·경기 이천·경남 산청 4곳의 호국원 그리고 민주묘역으로 경남 창원의 3·15, 서울의 4·19, 광주의 5·18 민주묘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독립유공자 묘지인 대구 신암선열공원이다. 국립묘지별 안장자는 현충원에는 국가원수부터 애국지사·군인·경찰 등 다양한 국가유공자가 안장되고, 호국원에는 주로 참전유공자, 민주묘역에는 관련 민주화운동 유공자가 안장돼 있다. 신암선열공원에는 독립유공자만 안장돼 있다. 독립유공자 묘역의 경우 서울 수유리·효창공원·망우리와 강원 제천 등에도 있지만 신암선열공원이 전국 최대 규모다.”

▶전국에서 대구경북 출신 독립운동가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아는데.

“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이자 3·8 독립만세운동, 의병활동, 광복군 활동, 대구사범학생운동 등 다양한 독립운동이 전개됐다. 이로 인해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지역이기도 하다. 2019년 7월말 기준으로 독립유공자 포상인원 총 1만5천511명 중 대구경북 출신은 3천420명으로 22.05%를 차지하고 있다. 2위 평안도(북한) 13.83%(2천145명), 3위 전라도 13.58%(2천107명)와 비교해 볼 때도 차이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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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묘역 지정과 함께 소장으로 부임했는데, 바쁘게 지나갔을 것 같은 지난 1년3개월을 돌아본다면.

“신설 국립묘지다 보니 새롭게 기반도 갖추어야 하고, 국민에게 홍보할 필요성도 있어 바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먼저 국립신암선열공원을 널리 알리고자 지역 언론이나 지자체 소식지, 홈페이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한 홍보에 중점을 두었다. 둘째, 참배를 확대하고자 노력했다. 국립묘지 승격 이전에는 연 10회 내외였던 참배가 승격 이후에는 기관장 이·취임 참배와 신년 참배를 비롯해 공무원·군인·경찰·학생 등 각계각층의 참배가 줄을 이어 연 240회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24배나 증가한 것이다. 방문객 수도 2017년 2만9천명에서 2018년(1~4월 공사로 8개월만 개방) 3만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3만5천명 이상이 신암선열공원을 참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립묘지 참배 외에도 공원관리소 자체적으로 문화재 태극기 사진전, 안장 독립유공자 이름부르기 ‘롤콜’ 행사, SNS 이벤트 등 다양한 현충선양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오는 9월7일 경북고 강당에서 대구지역 고교생 500명을 대상으로 ‘독립역사 골든벨’ 행사를 갖는다. 셋째, 전국 10곳의 국립묘지 중 가장 긴 개방시간을 운영해 지역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지역 9개 국립묘지 개방시간이 오전 9시~오후 6시인 반면, 신암선열공원은 오전 7시부터 밤 9시까지 개방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경비원 및 조경 전문가를 별도로 채용해 취약시간대 보안을 강화하고 체계적인 조경 관리로 국립묘지를 아름답게 가꿔 나가고 있다. 더불어 찾아오기 쉬운 국립묘지를 위해 대구도시철도공사와 대구시, 동구청, 북구청 등과 협조해 도로표지판, 지하철 역사 이정표 및 하차방송, 버스승강장 표기 및 안내방송, 지주간판 설치 등 편의시설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부임 이후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라면.

“취임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 6월8일 국립묘지 승격 이후 처음으로 고(故) 김세영 애국지사 배우자의 묘역 합장이 있었는데, 국립묘지 의전단 등을 동원해 영현 맞이부터 이관, 봉송, 하관식까지 국립묘지 의전절차에 따라 엄숙하게 안장식을 진행해 유가족이 만족했던 일이 생각난다. 특히 애국지사 배우자의 대구명복공원 화장시 대구시 조례에 따라 기존 묘지가 대구가 아닌 경산이어서 독립유공자 배우자 50%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대구시 어르신복지과에 기관 차원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해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드렸다. 저의 작은 노력으로 유가족들에게 혜택을 드릴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우리원(국립신암선열공원)을 재방문한 참배객 중 ‘국립묘지가 되고 나서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말씀을 해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고 김세영 애국지사의 유가족들은 6월17일 보훈처 국민광장 ‘칭찬합시다’ 코너에 우연식 소장에 대한 감사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안타까운 점이나 아쉬운 점은.

“신암선열공원이 국립묘지로 승격되기 이전에 조성된 데다 인근 주택가와 학교 등에 둘러싸인 시내에 위치해 있다 보니 진입도로가 협소해 대형버스를 이용한 참배객 방문 시 원내 진입에 어려움이 많다. 인근지역의 재개발 등 주거정비사업 추진 시 진입로가 확장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전용 주차공간이 없어 단체 참배객 내방 시 묘역광장에 임시주차하는 상황이라 장기적으로 전용 주차공간을 확보해 나가도록 하겠다.”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우가 아직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국가보훈처에서는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우선 국가보훈처에서는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생존 애국지사에 대한 지원강화 차원에서 현정부 들어 특별예우금을 50% 인상(월 105만~155만원→월 157만5천~232만5천원)해 지급하고 있다. 특히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생활이 어려운 모든 독립유공자 (손)자녀에게 생활지원금을 33만5천~46만8천원씩 매월 지급하고 있다. 과거 독립유공자의 유족증을 발급받은 수권 유족에게만 지급하던 보상금 및 지원금을 모든 후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립유공자 공적심사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의병·학생 등의 발굴포상을 확대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가보훈처에서는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들에 대한 예우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는 상황에서 74주년 광복절을 맞는다. 국립묘역 소장으로서의 입장이나 시각은.

“일본이 과거사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제재를 하루빨리 철회하기를 바란다. 일본의 무역보복을 계기로 일제강점기 때 일제에 맞서 싸운 대구경북 독립운동가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는 의미에서 광복절을 맞아 52명의 독립유공자 묘소가 있는 국립신암선열공원을 대구시민이 많이 찾아 주었으면 한다.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나라를 되찾고자 혼신을 다해 노력한 애국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다시 한 번 기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곧 나라사랑의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국립묘역 소장으로서 대구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으로 국립신암선열공원 직원 10명(무기계약직 7명 포함) 모두는 안장된 애국선열들을 한 분 한 분 정성껏 잘 모시고, 그 분들의 공적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며 시설과 환경도 국립묘지 위상과 품격에 걸맞도록 아름답게 가꿔 나가겠다. 나아가 독립운동 관련 각종 콘텐츠와 체험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국립묘지를 열린 역사체험의 장으로 조성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 대구시민 여러분께서도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이자 호국충절의 고장인 대구에 국내 유일한 독립유공자 전용 국립묘지가 들어선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더 많은 관심과 방문을 부탁드린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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