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대의 시간을 담은 건축] 서울건축전시관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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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9   |  발행일 2019-08-09 제40면   |  수정 2020-09-08
日帝 체신국 철거, 역사 스토리 일깨우는 복합문화공간

발전과 변화에 따라 세계 도시들은 새로운 도시브랜드와 이미지를 내세운다. 그 변화에 따라서는 새로운 기능의 건축들이 탄생한다. 박물관, 미술관,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 등의 그 도시 문화적 건축. 그 다음에도 새로운 콘텐츠의 건축과 경계가 모호한 다중성 기능의 건축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중국의 도시계획관
경제 성장 통한 도시 확장과 콘텐츠
과거·현재 모습 보며 미래 비전 제시


유럽을 비롯한 유구한 역사 도시에서는 전통적 박물관과 뮤지엄이 그 나라와 도시의 문화를 보여주는 건축이었다. 최근 중국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관심을 끌게하는 건축은 바로 ‘도시계획관’ 또는 ‘도시건축관’ 건축이었다. 베이징, 상하이, 홍콩, 선양, 하얼빈, 칭다오 등 중국의 대도시들은 빠짐없이 ‘도시계획관’을 갖추고 있다. ‘도시건축전시관’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도시건축의 문화적 모습을 한 건물에 집약해 보여주는 효율적 건축이다. 도시계획관의 가장 큰 매력은 도시 전체를 한눈에 보여주는 대규모 전시모형이다. 체육관 크기 건물의 한층 규모로서 사방 발코니에서 내려다 본다. 도시모형 상부 강화유리를 설치, 바로 발아래 도시를 자세히 볼 수 있게도 한다. 대규모 도시 위를 걷는 경험은 방문자들에게 스펙터클한 경험과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도시계획관’은 도시의 생성과 발달의 과거 역사에서부터 현재의 모습, 그리고 미래의 도시계획과 비전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행정의 홍보관이라 할 수도 있고 다른 측면으로는 도시건축문화를 표현하는 문화관 전시관으로, 경계 선상의 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홍콩에서는 ‘City Gallery’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일제 잔재 청산 82년만에 시민 곁으로
덕수궁 돌담과 연장, 과거 풍경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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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 성공회성당, 서울시의회 건물 공간의 맥락성을 그대로 비워 둔 ‘서울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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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높이를 차지하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지하 3층 전시공간 상부는 지상의 빛이 스며든다. 일부 바닥 아래에 과거 건물의 콘크리트 기초 잔해를 남겨 역사를 기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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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민공간 ‘서울마루’ 옥상광장에서 바라본 도로 건너편의 서울시청.


국내에서는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을 개최하며 인천시가 엑스포(EXPO) 성격의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시역사관’을 건립했다. 지난 3월28일 개관한 ‘서울도시건축전시관(Seoul Hall of Urbanism & Architecture)’은 그 두 번째이며 지하 3층∼지상 1층, 연면적 2천998㎡ 규모이다. 본질적으로 두 건축의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크게 2가지 의미가 있다. 근현대사의 역사적 공간으로서 장소성의 일깨움이며 그에 따른 전시관 건축의 구축(형태)방법이다.

첫째는 역사적 스토리의 장소성을 일깨우는 장소성이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의 조선총독부 체신국 건물(조선체신사업회관) 터였고, 옛 국세청 지점 건물 자리였다. 거슬러 올라가 고종의 후궁이자 영친왕의 생모인 순헌황귀비의 사당의 장소였던 곳이었다.

1937년 조선총독부가 체신국 청사를 건축하면서 덕수궁과 성공회당과 현재의 서울광장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막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체신국 청사는 1979년 국세청 별관으로 사용해 왔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면서 역사성 회복의 일환으로 일제 강점기의 옛 건물을 철거키로 한다. 이 장소에 서울시는 시민문화공간으로서의 도시건축전시관 건립을 계획, 2016년 10월26일 착공해 2018년 12월30일 완공, 2019년 3월28일 개관했다. 일제강점기로부터 82년 만에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돌아온 의미를 갖는다. 주변엔 덕수궁, 성공회성당, 서울시의회, 서울시청 등 도심 주요건물들이 있다.

둘째는 비움을 통한 원풍경 회복의 건축이다. 건축물은 지상에는 지극히 단순한 형태로만 남고 주요공간은 지하에 숨어있다. 시민들에게 개방된 ‘서울마루’라는 이름의 옥상마당(면적 800㎡)이 건축을 상징한다. 서울 도심의 시청광장, 덕수궁 돌담, 성공회성당, 주변의 도시 맥락성·역사성을 존중하고 있다. ‘비움을 통한 원풍경 회복’이 설계 콘셉트이다. 랜드마크라는 명분으로 디자인을 과시하지 않고 천천히 지하전시공간으로 유도할 뿐이다. 도로 건너편 서울시청 쪽에서 바라보면 성공회성당의 낮은 기단처럼 몸을 낮추고서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겸손한 건축이다.

루브르 뮤지엄의 고전 궁전건물의 안 마당에는 지하 입구를 나타내는 유리 피라미드만 존재하고있다. 왕궁 안 마당에는 모뉴먼트로 자리하는 이집트 피라미드가 자리하고, 전시공간은 지하에 배치해 지상의 역사적 궁전건물에 대해 공손한 예의를 지키는 설계다.

서울마루는 ‘세종대로 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덕수궁 돌담을 수평적으로 연장하면서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외부공간이다. 덕수궁 돌담을 수평적으로 연장해 성공회성당의 도로변에 지붕을 만들고 이를 성공회성당 앞마당과 연결하는 옥상 광장을 제공하고 있다. 바로 비움을 통해 과거 원래 풍경의 회복을 나타낸 건축이다.

서울마루 지상 한쪽과 지하 3층 바닥 유리판 아래에 과거 건물의 콘크리트 기둥 잔해를 남겨 두었다. 역사의 흔적과 구조를 남겨 과거를 기억하게 하고 역사를 일깨우고 있다.

대구의 도시건축관 ‘건축아카이브’
기록·유물수집 보관 시설 당면 과제
폐교·기능 잃은 유휴건물 활용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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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협회를 비롯한 지역의 건축계에서는 ‘대구도시건축관’ 건립에 관심과 주창을 해왔다. 기록·유물 수집 보관을 위한 건축아카이브와 함께. 그러나 대구시의 당면과제들에 밀려서인지 구체적 성과는 없다. 당장 본격적인 규모의 건축이 아닐지라도 유휴건물, 폐교 등의 공간에서부터 출발할 수도 있다. 이미 기능을 잃은 두류공원 내 관광안내소 건물도 도시건축관이 가능한 장소와 건축이다.

대구 도시의 현황과 미래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곳은 대구시청, 시청별관 홀 또는 관공서 벽면, 건설현장 펜스의 그래픽 사진들이다. 혁신도시, 첨단의료복합단지, 이시아폴리스, DGIST, 알파시티 등의 발전과 미래를 외부인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모형 하나 없는 실정이다. 도시의 생성·변모·확장·발전, 과거와 미래를 의미하는 도시계획관은 관광요소로서 큰 역할을 한다. 가까운 시간에 드론 영상으로 도시를 탐험하게 되는 체험방식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건축가·한터시티건축 대표·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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