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우리집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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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3   |  발행일 2019-08-23 제42면   |  수정 2019-08-23
무능한 어른들 대신 가족 지키기 나선 세 아이들
20190823

“우리 집은 왜 이럴까?” 열두 살 하나(김나연)는 매일 다투는 부모님 때문에 걱정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바쁜 엄마를 대신해 직접 요리를 하고 음식을 차려보지만 소용없다. 문뜩 가족 여행을 다녀온 후 관계가 좋아졌던 예전을 떠올린 하나는 가족 여행을 가자며 부모님을 조르기 시작한다. 종류는 다르지만 열 살 유미(김시아) 역시 가족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유미는 타지로 일하러 떠난 부모님을 대신해 일골 살 동생 유진(주예림)까지 건사해야 한다.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부모님 때문에 자주 이사를 다녀야 했던 유미는 새롭게 동네에 적응하는 것도, 겨우 친해진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도 이젠 정말 힘들다. 그런 세 아이가 동네 마트 시식코너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풀리지 않는 가족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으며 금방 단짝이 된 아이들은 소중한 각자의 우리집을 지키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다.

‘우리들’(2016)의 윤가은 감독이 이번에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가족문제를 탐구한 ‘우리집’으로 찾아왔다. 서로의 집을 지켜주려는 세 아이의 작고 천진한 마음을 담은 성장영화다. 전작 ‘우리들’의 친구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서 좀 더 확장된 ‘우리집’은 가족을 주제로 능동적이고 진취적이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아이들의 용기와 여정을 담았다.


아이들에 고스란히 전가된 가정불화·경제적 불안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며 어른들에 성찰 시간 선물



아이들의 세계를 담고 있지만 이 세계는 어른들의 상황으로 생겨난 세계다. 가정불화, 경제적 불안으로 잉태된 힘겨운 상황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가되고, 동시에 어른들의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아이들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어른들을 대신해 각자의 집안 문제를 그들 식으로 해결하려 한다.

‘우리집’의 아이들은 부모가 일방적으로 보호하고 책임져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가족을 구성하는 당당한 일원으로서 어떻게 하면 가족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산적한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농등적인 주체이자 해결사로 당당히 위치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배우고, 깨닫고, 성장한다. 때때로 지치고 무감각해진 어른들에게 생각지 못했던 각성과 성찰의 시간을 선물한다. 이는 가족 문제에서 아이들을 등한시 한 채 자신들의 일로만 생각했던 어른들을 향한 일침과 같다. 아이들이 바라본 ‘우리집’의 문제는 결국 아이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윤가은 감독은 “어른이냐 아이냐를 떠나 결국 이건 가족의 문제를 붙들고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라며 “우리 모두 집에 대해서는 풀리지 않는 각자의 숙제가 있다. 선명하게 정리되지 않지만 그걸 꺼내 건드려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윤가은 감독의 섬세하고 사려 깊은 시선은 이번에도 돋보였다. 덕분에 “가족은 소중하니까 직접 지킨다”는 마음으로 덤벼든 세 아이들의 모습은 한층 설득력을 얻었다. 가족의 불화를 지켜볼 때의 불안한 표정부터 반드시 가족을 지켜내겠다고 다짐하는 당찬 감정 변화를 고스란히 담아낸 김나연, 극중 유미의 감정선을 섬세하면서도 미묘하게 포착한 김시아,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은 주예림까지 모두가 이 영화의 보석같은 주인공들이다.(장르:드라마 등급:전체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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