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의 발 자부심…명절에도 바삐 움직여야죠”

  • 서민지,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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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2 07:32  |  수정 2019-09-12 07:32  |  발행일 2019-09-12 제3면
(도시철도 2호선 이재환 기관사)
짧은 추석마저 반납한 사람들
대학 스터디룸 빈방찾기 힘들어
공무원 학원은 취준생들로 빼곡
소방관들 안전지킴이 역할 충실
도시鐵 기관사·역무원 쉴틈없어
시내버스 기사도 평소대로 근무
“대구시민의 발 자부심…명절에도 바삐 움직여야죠”
대구도시철도 2호선 이재환 기관사가 11일 오후 영남대행 열차를 운전하고 있다. 추석 연휴때도 이씨 같은 기관사들은 쉬지 못한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추석 연휴로 먼 곳에서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한 곳에서 모이고 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명절을 함께 하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취업준비생과 재수생 등은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명절 연휴를 반납했다. 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버스운전기사, 도시철도 관계자, 그리고 재산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공무원들도 쉬지 못한 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11일 오전 10시30분쯤 경북대 중앙도서관. 오전 시간이지만 도서관엔 많은 학생들이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었다. 스터디룸은 빈 방을 찾기 힘들었다. 그 안에선 칠판으로 자신의 문제 풀이 방법을 스터디원에게 설명하는 모습, 발표 연습하는 모습 등이 눈에 띄었다. 열람실 곳곳도 학생들의 발길로 붐볐다. 도서관 내 홀로 집중하기 좋아보이는 자리나 데스크톱 컴퓨터 앞 자리 대부분은 ‘오늘의 주인’을 찾은 듯했다.

학생들은 각자 수강하는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전공책이나 수험서를 읽는 것에 열중하고 있었다. 인터넷 강의를 듣는데 집중하던 유지은씨(여·23)는 “추석 전날이라고 달라질 것이 있겠나. 자리 차지를 못할까봐 일부러 도서관이 열리자마자 왔다”라며 “시험이 꼭 한달 남아서 마음이 급하다. 남들이 쉴 때, 앞서나가야 할 것 같다. 도서관이 휴관하는 당일(13일)을 제외한 나머지날도 이곳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새내기도 공부에 한창이다. 정모씨(여·20)는 “대학교 첫 학기 학점을 생각보다 너무 낮게 받아 충격 받았다”라며 “이번 학기에는 만회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추석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같은 날 오전 11시15분쯤 대구시내 공무원 학원의 모습도 비슷했다. 성인 두명 정도가 지나갈 수 있을 만한 좁은 통로 한편에는 책상들이 구석구석 놓여져 있었는데 이 책상에는 자습하는 수험생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고, 일부 대형 강의실에서는 강사들의 열띤 수업이 한창이었다. 쉬는 시간에도 강사에게 질문이 이어졌고, 강사도 쉬는 시간을 반납하고 수강생에게 설명했다. 학원 자습실에서 일부 학생들은 빵으로 끼니를 때우며 수험서를 읽고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9급 공무원 준비생 최모씨(24)는 “내년 추석에 합격증을 들고 친척집에 가려면 이번 추석은 반납해야 된다. 반드시 합격해서 명절에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학원 곳곳에는 ‘추석에도 열공할 당신을 위한 풍성한 한가위 할인 이벤트’라는 제목의 유인물이 비치돼 있었다. 학원 관계자는 “추석 당일을 제외한 이틀은 학원 문을 연다. 일부 강의는 수업도 진행한다”며 “명절에도 자습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위해 자습실을 개방할 계획이고, 시험 상담 역시 가능하다”고 했다. 한 수험생(30)은 “수험 기간이 점점 길어지다보니 솔직히 친척들을 볼 낯이 없다. 걱정을 가장한 참견도 받기 싫어 부모님께 그냥 이번 명절에는 친척들을 뵙지 않고 공부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소방관들은 연휴에도 일상과 같다. 소방서 내에서 출동 역할을 맡은 직원들은 명절에도 평상시대로 일하고, 사무직 직원들은 일터 밖에서도 비상 상황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버스회사들도 어쩔 수 없이 연휴를 가족과 함께 지내지 못한다. 대구서부소방서 관계자는 “시민의 안전을 지켜내는 데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소방관인 만큼 명절에도 대비 태세를 늦추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추석 연휴기간 대구도시철도 1·2호선 기관사와 역무원들은 쉬지 않는다. 명절 때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부쩍 늘어나 기관사와 역무원들은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이재환 기관사는 “명절날 우리가 시민의 발이지 않나.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스회사 역시 명절 기간에도 버스를 정상운행한다. 대구 버스조합 관계자는 “추석에는 운행 대수가 줄어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운행을 안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버스기사들은 평상시대로 일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구 서구에 위치한 한 고속버스 회사 관계자는 “명절에도 기사들끼리 돌아가면서 일을 한다. 명절을 맞아 고향을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발이 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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