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사람들은 다 “나는 지혜롭다”고 말한다(人皆予知)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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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23 08:10  |  수정 2020-09-09 14:08  |  발행일 2019-09-23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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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면 학교에서 학급 회장과 부회장 투표를 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은 처음으로 투표를 하여 학급임원을 뽑습니다. “회장 할 사람은?”이라고 담임선생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거의 모든 학생이 회장하겠다고 손을 듭니다. 아이들은 모두들 순진무구한 마음에서 ‘내가 최고’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가 회장이 되면, 공부를 잘하는…”하고 처음 소견을 발표하는 학생의 말을 거의 모두가 따라합니다. 모두들 순수한 동심의 마음입니다. 그런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합니다. 그런데 고학년이 되면 전교·학급임원에 희망자가 거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 감정, 상황 등을 이해하는 조망수용(眺望受容) 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먼저 생각합니다.

필자가 탁구를 배우러 다니는 달성군 북부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강좌들엔 하루 평균 드나드는 인원만도 600~7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며칠 전 북부노인복지관에서 ‘2019 이용자대표 3차간담회’를 하였습니다. 김홍수 관장의 인사말씀이 참 감명적이었습니다. ‘과거에 내가 ○○인데?’하는 마음을 버리면 노인복지관의 생활이 즐거워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고 합니다. 어르신들은 ‘젊은 것들, 저것들이 하는 것 다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수강인원이 자꾸 늘어난다고 합니다. 만족스럽지 못한 여건들로 미안해하는 관장의 마음이 엿보였습니다. 개관 직후엔 아침마다 주차안내를 하던 김홍수 관장의 열정은 끊임없습니다. 아직은 시설도 부족한 듯합니다. 여건도 필요충분조건엔 미흡합니다. 또한 성품이 다른 어르신들은 서로 부대끼며 얼굴도 찡그립니다. ‘왕년에 ○○했는데’하는 마음이 남아서 조망수용 능력이 떨어집니다.

공자는 ‘인개여지(人皆予知)’라 했습니다. “사람들은 다 ‘나는 지혜롭다’고 말한다. 그물과 덫이나 함정 속에 몰아넣어져도 피할 줄을 모른다. 사람들은 다 ‘나는 지혜롭다’고 말한다. 중용을 택하여 한 달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면서도 말이다”라고 했습니다. 공자는 참으로 지혜로운 자는 중용을 택하여 지키고, 중용을 택하여 지켜가는 그것이 또한 참다운 지혜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무사안일주의의 소극적인 처세관을 말한듯합니다. 그렇지만 중용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송나라의 정이천은 “중(中)은 천하의 올바른 길이요. 용(庸)은 천하의 정하여져 있는 이치이다”고 하였습니다. ‘올바른 길’은 ‘옳지 못함’에 대한 저항을 가져옵니다. 또한 ‘정하여져 있는 이치’는 ‘올바르지 않은 이치’에 대한 거부를 지닙니다. 요즘 법무장관의 임명이 시끄러운 것은,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부정에 대한 저항이 생긴 것입니다. 또한 정리(定理)가 아니기 때문에 비정리(非定理)에 대한 거부를 가져온 것입니다. ‘내가 누군데?’라는 사고에서 벗어날 줄 알아야 마음이 홀가분하고 즐겁습니다. 맹자는 ‘어짊과 옳음의 두 가지 생각에서 떠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참다운 지혜’라 했습니다. 그럴 때 “나는 지혜롭다!”고 크게 외칠 수 있습니다.

박동규 <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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