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좋을 때 기부한단 생각 잘못…배려 일상화해야”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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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5 07:18  |  수정 2019-11-15 07:18  |  발행일 2019-11-15 제20면
적십자사 경북지사 류시문 회장 취임
“사회 지도층이 앞장서 기부 나서야
협력프로그램 강화에 최선다할 것”
“형편좋을 때 기부한단 생각 잘못…배려 일상화해야”
류시문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회장이 기부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나눔은 당연한 책임이자 의무입니다.”

지난 9일부터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를 이끌고 있는 류시문 회장(72)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사회지도층 인사가 지금까지 누려온 혜택을 사회적 약자와 나눠 지역과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 조금 더 가진 사람이 취약계층에 금전·재능 등을 앞장서 기부하면 사회가 더 따뜻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기부에 관심을 가진 건 50여년 전 남동생이 겪은 교통사고 이후다. 형제를 동시에 중·고등학교에 보내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던 그 시절. 형에게 고교진학을 양보한 동생은 고된 농사일을 견디지 못해 가출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은 불의의 사고로 지금까지 침대에 누워 있다.

동생을 바라볼 때마다 류 회장은 자책했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동생이 불행을 겪고 있다고 생각해서다. 동생에게 제대로 된 사과나 위로조차 할 수 없었다던 그는 ‘더 이상 동생과 같은 불행한 청년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어려운 이웃을 돌보기로 마음먹었다. 가족에게는 물려 줄 유산이 없다면서도 3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기부할 수 있었던 건 이 때문이다.

그는 “기부라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형편이 좋아지면 기부를 해야지’라는 생각은 잘못됐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약하는 자세와 일상에서부터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천군 호명면 출신인 류 회장은 적십자사 경북지사 회장이 돼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 중책을 맡은 만큼 앞으로 여생은 적십자를 통해 고향에 봉사할 각오다. 그는 “경주·포항 지진, 태풍 피해 등 최근 지역에서 대형재난이 잇따라 발생했다”며 “임기 중 ‘인류가 있는 곳에 고통이 있고, 고통이 있는 곳에 적십자가 있다’는 기치 아래 재난구호활동을 비롯해 취약계층 긴급·맞춤 지원, 사회협력 프로그램 강화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KC대학 신학과를 졸업한 뒤 <주>한맥도시개발을 창업해 기업을 일궜다. 이후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이사·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원장·<사>노블레스 오블리주 시민실천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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