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마음과 뇌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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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9 07:51  |  수정 2019-11-19 07:51  |  발행일 2019-11-19 제19면
1843년 쇠막대가 머리 관통한 청년
전두엽 손상 후 성격·행동 큰 변화
뇌기능과 마음 연구 중요한 출발점
[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마음과 뇌 과학
<곽호순병원장>

마음의 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열길 물 속보다 한길 마음속을 알기가 더 어려운가 보다.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고 그 상실의 슬픔으로 마음에 큰 구멍이 나서 우울증이 온 사람이 있다면 그 우울증의 원인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라는 심리적인 이유가 제일 주된 원인일 것이다. 근데 비슷한 우울 현상이라도 만약 잘되던 사업이 부도가 나서 망하고 주변에서 도와주는 이 하나 없는 상황에 처해져 생긴 우울 현상이라면 이는 부도라는 사회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우울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냥 우울하고 식욕도 없고 의욕도 없으며, 심리적인 뚜렷한 원인이나 손꼽을 만한 큰 스트레스도 없는데 우울증으로 힘들다면 혹시 뇌기능의 문제로 우울증이 온 것은 아닌지 충분히 생각해 봐야 한다. 뇌세포에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의 활성도가 떨어져서 우울증이 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으며 뇌의 전두엽이나 변연계 등 특수한 부분의 활동 문제에 의해서도 우울증은 올 수 있다.

이렇게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는 이유에는 원인이 매우 다양하므로 그 원인에 맞는 치료를 고민해야 만족할 만한 치료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우울증이 온 사람은 사랑하는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오거나 혹은 그 텅 빈 공간을 다른 사랑으로 채워 준다면 치료가 될 것이다. 사업의 부도로 인해 우울증이 온 사람은 경제적인 지원이나 주변의 격려와 지지 같은 사회적인 보상이 있다면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뇌기능의 문제로 오는 마음의 병이라면 그 치료는 생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들이 바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을 활성화시켜 주는 생물학적인 치료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약들은 뇌세포에서 세로토닌이 다시 재흡수되지 않게 수용체를 조절함으로써 활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뇌 과학의 발전이 이런 치료방법에 큰 길을 열어준 것이다.

최근에는 마음의 병에 대한 생물학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을 중요시하고 있다. 즉, 인간의 마음을 생물학적인 현상으로 치환해서 생각을 해 보는 개념의 전환이다. 이런 관점의 발전은 당연히 과학의 발전과 그 축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뇌 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마음에 대한 연구에서도 큰 변화를 주었으며 마음의 병에 대한 연구에서 생물학적인 원인에 대한 개념을 가지는 데에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1843년 9월13일 미국 버몬트주에서 철도 공사가 한창일 때, 폭파 작업을 하던 도중 쇠파이프 하나가 건실하고 착하고 예의 바른 25세 청년 피니어스 게이지의 앞머리를 관통하는 사고가 생겼다. 그 큰 사고에도 다행히 게이지는 기적처럼 살았고 곧 다시 걷고 말하고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사고 후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사고 전에는 신중하고 건실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었던 그가 사고 후에는 무례하고 신뢰할 수 없고 남을 고려하지 못하며 무책임하고 계획성도 없는 사람이 된 것이다. 결국 뇌의 전두엽을 다친 게이지는 마음이 변해 갔고 이 사건은 뇌의 기능과 마음을 연구하게 된 중요한 출발점이 된 것이다. 즉 인간의 마음은 뇌기능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의 시작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과학의 엄청난 발전으로 관찰이 아니라 직접 뇌 기능을 확인할 정도까지 와 있다. 이제는 마음을 과학으로 이해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과학적인 발전이 이뤄져 마음의 생물학적인 원인에 대한 연구에 큰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하여 치료하기 어려운 마음의 병도 잘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곽호순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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