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반복’

  • 이은경
  • |
  • 입력 2019-11-26 08:13  |  수정 2020-09-09 14:41  |  발행일 2019-11-26 제25면
20191126
이응규(EG뮤지컬 컴퍼니 대표이사)

미국 브로드웨이에 ‘스위니 토드’ ‘인투 더 우즈’ 등을 작곡한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1930년생)이 있다면, 영국 웨스트엔드에는 뮤지컬 명작들을 탄생시킨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1948년생)가 있다. 하늘이 정해둔 숙명의 라이벌일까? 같은 날 3월22일에 태어난 두 사람은 뮤지컬 작곡가로서 여전히 세계 뮤지컬계의 거장으로 불리며 그들의 신화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현재 진행형이다. 손드하임이 엔터테인먼트 범주에 속해 있던 뮤지컬을 공연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그보다 18살 아래인 웨버는 뮤지컬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의 작품들은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손드하임의 작품들보다 더욱 두꺼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캣츠’ ‘에비타’ 등 뮤지컬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음악의 반복을 좋아하지 않는 손드하임과 반대로 웨버는 반복을 통해 극적 효과를 높임과 동시에 강한 중독성을 유발해 누구라도 그의 작품을 보고 나면 멜로디를 귓가에서 쫓아낼 수 없게 한다. 그 예로 뮤지컬 캣츠의 ‘메모리’를 들어보자. M.E.M.O.R.Y라는 3음절의 단어가 한 곡 안에 7번 등장하고 후크(hook)로 사용되는 멜로디를 4분 동안 무려 5번이나 반복시켜 관객들의 뇌리에 강제 주입함으로써 끊임없이 흥얼거리게 만든다. 가히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지닌 웨버는 22세의 나이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만드는데 당대 대중음악계를 뒤흔들었던 록 음악을 예수의 이야기에 접목시켜 놓았으니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와 유대 교도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은 예수를 로커로 묘사한 것을 신성모독이라 여겨 상영중지를 외쳤고 이 시위는 노이즈마케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작품의 흥행을 가져다주었다. 작품의 멜로디와 화성은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작곡가 웨버는 예수와 유다, 마리아의 이야기를 록 음악과 서정성으로 잘 버무려 감동으로 전했고, 리프라이즈(Reprise)는 물론, 심지어 한 멜로디에 가사만 바꾼 곡을 다른 캐릭터가 다른 상황에서 부르게 하는 ‘성의 없을 법 보이는’ 과감성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이 음악을 쉽게 기억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그의 음악들은 듣자마자 귀에 착 감긴다. 주제가 되는 멜로디를 잡기만 하면 절대 놓치는 법 없이 영리하게도 반복을 해댄다. 반복을 죽도록 싫다고 하는 손드하임은 반복을 죽도록 사용하는 웨버를 어떻게 생각할까. 어쨌든 결혼마저 여러 번 반복한 그는 엘튼 존, 팀 라이스, 매킨토시와 함께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역사상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뮤지컬 작곡가이자 현재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개발하는, 진짜 쓸모 있는 그룹(Really Useful Group)의 CEO가 되었다. 이응규(EG뮤지컬 컴퍼니 대표이사)

기자 이미지

이은경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