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제1회 소방 과학·기술경연대회 우승 도기창 대구 중부소방서 소방장

  • 양승진,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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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6 08:52  |  수정 2017-12-16 08:53  |  발행일 2017-12-16 제22면
“화재시 피난 유도등 가장 중요…소방설비, 낭비 아닌 투자로 생각해야”
20171216
제1회 대한민국 소방 과학·기술경연대회 우승자 도기창 소방장이 15일 오후 중구 대구시티센터 9층 공조실에서 소방용 펌프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지난달 22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8천여명이 참가한 온라인 예선과 본선 등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소방관 6명이 긴장된 모습으로 제1회 대한민국 소방과학·기술 경연대회 결선에 나섰다.

이날 경연은 1980년대 유행했던 ‘장학퀴즈’ 방식으로 진행됐다. 소방과학·기술 분야 실무지식, 문제해결역량과 관련된 문항이 출제될 때마다 정답부저를 먼저 울리기 위해 참가자들의 손길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마지막 문제를 남겨두고 대구 중부소방서 도기창 소방장(47)의 점수는 180점. 배점 50점짜리 문제가 남아있었으나 승리의 여신은 이미 도 소방장을 향해 미소를 보냈다. 이날 최우수상을 수상한 도 소방장에게는 소방청장상과 함께 두둑한 상금도 수여됐다.

도 소방장은 “2001년 소방에 입문한 이후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며 “예선 통과만 하자는 심정으로 참가했는데, 큰 상을 받았다. 그동안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은 기분”이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소방 입문 이후 10년간 화재현장을 누비던 도 소방장이 소방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3년부터다. 그는 재산피해와 인명피해를 발생시키는 화재를 보며, ‘진화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대구 두명밖에 없는 소방기술사
국가 인정 소방분야 최고 자격증

온라인 예선·본선 8천여명 참가
결선 소방관 6명 겨뤄 최우수상

“진화대원 활동 당시의 경험 살려
상황판단능력·문제해결력 키워
관련 법규는 직접 찾아보며 공부
16년간 일 인정받은 것같아 기뻐”

“매일 오전 2인1조 소방설비 점검
노후 건물, 분양안되는 상가 취약
화재예방 시민인식 여전히 낮아
시설 곳곳 더 열심히 점검하겠다”


▶소방 과학·기술 경연대회에서 우승했다. 어떻게 준비했나.

“올해 처음으로 열린 대회였기 때문에 기출문제나 출제방향 등 아무런 사전정보가 없는 상태였다. 지난 여름 대회 개최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부터 관심을 가졌다. 화재 예방 시설물 점검은 매일 반복적으로 해오던 일이었기 때문에 화재예방과 관련된 실무지식은 자신이 있었다. 진화대원으로 활동했을 당시 기억을 되살려 상황판단능력, 문제해결능력을 키웠다. 관련 법규 등은 직접 찾아보면서 공부했고, 장비와 관련해선 작동 원리 등에 충실했다. 최종경연 당일 운도 많이 따른 것 같다. 지난 16년 동안 소방관으로 일해 온 것들을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쁘다.”

▶소방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가.

“처음 소방관이 된 이후 화재진화 등 10년 넘도록 현장출동대원으로 근무했다. 그런데 어느 날, ‘처음부터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로 인한 피해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때부터 화재예방을 위한 소방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부족한 예방설비 관련 지식은 동료들에게 물어가면서 습득했다. 그 이후엔 화재예방설비의 작동원리가 궁금해졌다. 그때부터 근무시간을 제외하고 소방 과학·기술 관련 서적을 찾아보거나, 직접 소화설비 등을 분해·조립하면서 공부했다.”

▶대구 소방대원 중 유이(有二)하게 소방기술사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자격증인가.

“소방분야 관련 자격증은 ‘소방설비산업기사’ ‘소방설비기사’ ‘소방기술사’로 나뉜다. 소방기술사 자격증은 국가가 인정하는 소방분야 최고 자격증이다. 소방기사 자격이 있고 4년 이상 소방관련 분야에 종사하면 소방기술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화재 및 소화이론, 소방시설 설계 등 8개 과목을 두고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으로 평가한다. 필기시험은 해마다 1천명 넘게 응시하지만 합격률은 5% 미만이다. 전국적으로 소방기술사 자격증 보유자는 2천여명에 불과하다.”

▶소방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한 계기는 무엇인지.

“현장출동대원으로 근무하면서, 소방기술사 자격증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어려운지 도전해보고 싶었고, 업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궁금했다. 1년 정도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공부에만 집중한 끝에 2013년 합격했다. 실제 업무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일반인에게 소방 과학·기술은 낯설게 느껴진다.

“화재발생과 예방설비 등 소방과 관련된 과학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연소이론’이라고 하면, 어떠한 환경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어떠한 환경에서 화재가 확산되는지, 화재 진화에 용이한 환경은 무엇인지 등을 정의한 과학기술이다. 이를 숙지하고 시설물 현장 점검에 나가면 화재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예방설비 부분은 화재감지기 등 자동화재 탐지설비와 스프링클러와 소화전 등 화재 진화 설비, 대피경로 확보 등 피난설비, 실제 진화에 필요한 물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공급하는 소화용수 설비 등이 있다.”

▶소방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설비는 무엇인가.

“당연히 피난설비다. 피난 유도등이 대표적인 피난 설비인데, 유도등은 항상 점등돼 있어야 한다.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화재발생 상황에서도 소등되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소방 과학·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의 소방설비 점검은 어떻게 이뤄지나.

“매일 오전 동료와 함께 2인1조로 시설물 소방설비 점검에 나선다. 연간 계획에 따라 중·남구 일대 규모가 큰 상가건물 위주로 예방·진화 설비 등을 점검한다. 매번 점검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건물이 노후됐거나 분양이 잘 안되는 상가들은 취약하다는 점이다. 건물주, 안전관리자들을 상대로 예방·진화 설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공감을 얻지 못해 안타깝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유동인구가 많은 대구 도심의 소방 수요를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서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오는 화재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안전지도팀이 하는 업무다. 형식적 점검이 아니라 시설물 곳곳의 소방설비를 더 열심히 점검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시설물 점검 등을 할 때면, 여전히 화재예방에 대한 시민의식 수준이 낮다는 점이 아쉽다. 한순간에 전 재산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는 화재는 예방설비를 구축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인식이 대구시민에게 심어졌으면 한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소방설비가 비용 낭비가 아닌 ‘투자’라는 것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싶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대한민국 소방과학·기술 경연대회= 소방청(청장 조종묵)이 화재예방분야 우수인력을 발굴하고 화재예방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달 22일 처음 개최했다. 이번 대회는 소방공무원과 소방업무 종사자, 일반국민, 소방학 전공 대학생 등 4개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총상금은 2천만원. 지난 10월 사전접수 기간에만 8천여명의 접수자가 몰릴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다. 온라인 예선을 통과한 500명은 지난달 2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본선과 결선을 치렀다. 본선과 결선 경연은 퀴즈형태로 진행됐다. 본선 1라운드에서 분야별 고득점자 3명을 선발하고, 2라운드에서 서바이벌 방식으로 분야별 3명을 추가선발해 분야별로 6명이 결선을 벌였다. 도기창 소방장을 비롯해 각 부문 우승자 4명에게는 소방청장상과 함께 300만원의 상금이 지급됐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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