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두던 어르신도 인근상인도 흥겨운 노랫가락에 덩실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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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6 08:18  |  수정 2018-05-26 08:18  |  발행일 2018-05-26 제8면
경상감영공원서 실버노래자랑
어르신 참가자 13명 실력 뽐내
밀라노문화예술단 초대공연도
장기두던 어르신도 인근상인도 흥겨운 노랫가락에 덩실
25일 대구 중구 포정동 경상감영공원 ‘시민의 나무 광장’에서 어르신 노래자랑대회가 열려 어르신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러분, 박수를 많이 쳐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습니데이.” 25일 오후 대구 중구 포정동 경상감영공원. 평소 어르신들이 모여 장기를 두거나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이곳에 흥겨운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몇몇 어르신은 장단에 맞춰 어깨를 흔들며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고, 거하게 취한 어르신은 ‘앙코르’를 연신 외쳤다.

조용했던 공원이 축제장으로 변하게 된 건 대구시설공단이 공원 내 ‘시민의 나무 광장’에서 노래자랑대회를 개최했기 때문. 사전·현장 접수 등을 통해 무대에 오른 13명의 어르신은 저마다 ‘18번 곡’을 부르면서 흥을 유발했다. 참가번호 2번 김숙자씨(여·68)가 무대에 올라 ‘흑산도 아가씨’를 부르자 분위기는 고조됐다. 무대 앞 의자에 앉은 150여 명의 어르신은 “아이고 잘한다” “1등해도 되겠다”며 큰 박수를 보냈다.

참가자 한 명 한 명의 무대가 끝날 때마다 등장한 밀라노 문화예술단 소속 가수들의 초대공연도 큰 인기를 끌었다. 초대공연 백미는 꽹과리·장구 소리와 함께 시작한 ‘각설이 공연’. 공원 한쪽에서 내기장기에 열중하던 어르신들과 인근 상가 주인들도 마법에 걸린 듯 무대 앞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환자복을 입고 나온 이재정씨(77)는 “노래 소리가 들려 병원에서 나왔다. 마침 무료했는데 오랜만에 흥겹게 놀고 있다”고 했다.

모든 참가자의 경연이 끝나자 곳곳에서 탄식소리가 터져 나왔다. 모처럼 느낀 ‘흥’을 이대로 끝내기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한 어르신은 미처 참가 신청을 하지 못했다면서 심사집계가 이뤄지는 동안 무대에 올라 팝송을 불렀다. 이날 5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가운데 1등을 차지해 상금 5만원의 주인공이 된 박일선씨는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쁘다. 앞으로도 웃고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심사에 나선 밀라노문화예술단 대표는 “음정·박자·무대매너 등을 고루 반영해 심사했다. 무엇보다도 많은 어르신이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흐뭇했다”고 평했다.

대구시설공단은 앞으로도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경상감영공원을 ‘실버문화 메카’로 조성할 계획이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어르신이 많이 찾는 경상감영공원에서 처음 노래자랑을 개최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어르신 참여행사를 자주 개최할 예정”이라며 “오늘 입상하지 못한 분은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니 꼭 다시 참여해 달라”고 했다.

글·사진=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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