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젊은 인재 붙잡을 양질의 기업 없다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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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3-25   |  발행일 2013-03-25 제1면   |  수정 2013-03-25
전국 100위권 內 기업중 대구 본사 둔 곳 하나도 없어
대기업 유치 지지부진…쥐꼬리 임금도 인재 유출 불러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한 대구의 청년들이 하나둘씩 지역을 떠나고 있다. 대구시가 대기업 유치를 통한 인재 붙잡기와 지역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지난해 말 영남일보가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보 사이트 ‘코참비즈’의 국내 1천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2011년 매출기준 1천대 기업 중 대구에 본사를 둔 기업은 대구은행 등 18개로 나타났다. 전국 100위권 내의 기업 중 대구에 본사를 둔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2011년 대구의 최대 매출 기업은 대구은행이었지만 전국 랭킹은 134위였다. 10년 전에 비해 6단계 내려앉았다. 2위는 한국델파이로 전국 283위에 그쳤다.

10년 전 대구 2위를 차지했던 화성산업은 유통사업부문 매각으로 대구 10위, 전국 716위를 기록했으며, 2002년 전국 252위였던 대구백화점은 예전의 위상을 찾지 못하고 1천대 기업 밖으로 밀려났다. 같은 해 대구지역 제조업체 가운데 연매출 1조원을 넘긴 곳은 달랑 두 곳뿐이다. 한국델파이와 티케이케미칼로 각각 1조1천602억원과 1조5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지역경제 위상은 젊은 인재 유출을 낳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기준 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15~19세 대구청년의 순유출은 8천869명으로 대구 전체 순유출의 69.5%를 차지했다.

2009년 대구지역 전문대 및 4년제 대학 졸업생 취업자 각각 1만2천322명과 5천145명 가운데 대구·경북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취업한 비율은 3천118명(9%)과 1천966명(20.35%)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 ‘대구경북지역 청년 역외유출 원인과 해소방안 연구 논문’을 발표한 대구경북연구원 김용현 박사는 “월급이 1만원 증가할 때마다 지역 청년층이 수도권이나 동남권 기업으로 취업할 확률이 지역기업에 취업할 확률보다 0.003~0.004배 높아진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역외지역 기업의 임금이 50만원 더 높다면 지역 청년층 100명 중 15~20명은 지역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2011년 초부터 대기업 유치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그러나 대구시가 지금까지 유치한 대기업은 현대 IHL, 삼성전자와 일본 스미토모사의 합자회사인 SSLM, 현대커민스엔진사 등이 고작이다. 특히 이들 기업은 모두 대기업 계열사 또는 합작사여서 무늬만 대기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기업환경을 고려해 수도권 인근에 공장을 지으려 하는 데다 지자체마다 대기업 유치를 최대 현안으로 꼽고 있어 지역에 대기업을 데리고 오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대기업 지방 이전을 촉진하는 정책 마련과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전제되지 않으면 (대기업) 유치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없고 질 높은 중견기업이 부족한 지역 경제 현실은 근로자 연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구지역 근로자 연봉은 전국 최저수준이다. 최근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대구지역 근로자 연평균 급여는 3천284만원으로 서울지역 근로자의 연봉보다 886만원, 울산보다는 무려 1천507만원이나 적다.

대구경북연구원 김용현 박사는 “지역 청년층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복리후생이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괜찮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임금격차 해소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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